1-3. 내 마음은 어디에서 왔을까?
감정에 따라 마음이 생기다.
나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고, 김 씨 삼부자 즉 조선로동당의 정책 아래 사범대학을 졸업하고 20대 초에 교사가 되었다. 어릴 적에는 맹종맹동으로 감정을 배웠지만, 성인이 되고 사회생활을 하면서 조금씩 알게 되었다.
체육 교사를 하면서 처음으로 느낀 감정인데, 바로 안쓰러운 불쌍함이었다.
체육수업 시간마다 교사가 반드시 해야 하는 것이 있다. 바로 ‘복장 검열’(운동복과 운동화를 제대로 착용하였는지, 손톱은 길지 않는지 등 위생 상태 검열)이었다. 초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모두 교복을 입어야 한다. 하지만 운동복은 개별적으로 사야 한다.
경제적으로 어려웠던 시기라서 항상 운동복을 제대로 착용하지 못하는 학생이 몇 명 있다.
어느 날, 점심 이후 5교시에 운동장에서 체육수업을 해야 했다. 북한에서 점심은 개별적으로 집에 가서 해결해야 한다. 여느 날과 마찬가지로 체육수업을 위한 ‘복장 및 위생 검열’을 하는데, 한 학생이 나에게 자신의 손톱을 보여주지 않았다. 복장도 불결한데 손도 보여주지 않는다. 나는 조금 찡그린 얼굴로 그 학생을 노려봤다.
학생은 머리를 푹 숙이고, 나와 눈을 마주치지도 않았다. 북한에서는 잘못한 일이 있으면 머리를 바로 숙이는 행동을 해야만 했다. 그 학생이 머리를 숙였으니 나는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살펴보았는데, 옷 속에 숨겨둔 물건이 떨어질까 봐 손으로 가리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무엇인지 알아보려고 학생의 옷을 살짝 들어보았다. 점심 식사용인지 저녁 식사용인지는 모르겠으나 말린 국수였다. 시장에 가서 사 오다가 체육수업 시간을 놓치지 않으려고 집에 가지 않고 운동장으로 바로 뛰어온 듯하였다.
그때, 갑자기 나의 어린 시절이 떠올랐다. 나는 학교 때 운동복이 있었으나 지퍼가 망가져서 선생님께 혼나고 처벌을 받던 일이 생각났다. 엄마한테 새로 사달라고 할 수는 없고, 그렇다고 계속 선생님께 혼나는 것은 두려웠다. 그리고 다른 친구들에게 이런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부끄러웠다. 나는 선생님께 혼나고 처벌로 운동장을 뛰었다. 지퍼가 망가진 옷을 꼭 붙잡고.
그 기억이 떠올라서 나의 체육수업 시간에 그 학생을 혼낼 수가 없었다. 학생을 혼내봐야 달라질 것은 없었기 때문이다. 그 학생에게는 좀 더 다가가 조용히 말을 건넸다.
“지금 당장 집에 가져다 두고 오렴!”
학생은 눈이 휘둥그레지면서 바로 집 방향으로 뛰어갔다. 뛰는 뒷모습이 어릴 적 지퍼가 망가진 옷을 붙잡고 뛰는 내 모습이었다는 생각이 바람처럼 스쳐 지나갔다. 그때 나의 행동은 기억하지 못했지만, 그때의 감정을 느끼고 기억할 수가 있었다. 바로 두려움과 부끄러움, 수치심 등의 감정이었다. 나는 그때의 감정이 그대로 학생에게 전달이 되었고 안쓰러운 마음, 불쌍한 마음으로 그 학생에게 혼을 내는 것이 아니라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