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의 봄
요즘에는 가요 경연프로가 많다. 시대에 따라 유행하는 음악장르도 바뀐다. 한국의 대중가요는 사회분위기와 기술의 변화에 따라 그 장르가 계속 바뀌어 왔다. 음악을 좋아하고 가수의 소질이 있어 노래를 부르다 그 곡이 히트하면 인기 가수가 된다. 전국은 트로트 열풍이고 전통가요가 대세다.
꿈을 안고 서울로 올라와 작곡자가 주는 곡을 잘 받아 히트하면 큰 성공을 거두며 유명가수가 된다. 노래가 먼저 불려지고 나중에 가수가 알려지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요즘에는 얼굴이 먼저 알려지고 노래는 뒤에 히트가 되는 경우가 있다. 곡이 새로 만들어지고 노래가 히트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린다.
트로트 경연에서 참가자들은 이전에 히트했던 노래들을 잘 골라 자기 창법으로 노래 부르며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다. 특히 노래 첫 소절에 강한 감정과 힘 있는 임팩트는 청중을 사로잡으며 강한 인상을 남긴다.
한 많은 대동강, 가야 한데요, 십 분 내로, 막걸리 한잔, 단장의 미아리고개, 보리고개, 붓 등이 바로 그런 곡 중에 하나이다. 한 많은 대동강아~, 가야 한데요~, 그래요 믿어줄게요~, 온 동네 소문났던~, 미아리 눈물고개~, 아이야 뛰지 마라~, 힘겨운 세월을 버티다 보니~ 로 첫 소절은 시작된다.
지난겨울 혹독한 추위는 사람들을 잔뜩 움츠리고 더 많은 생각과 활동을 제약한다. 며칠 지나면 조금 따뜻해지겠지 라는 기대와 희망을 갖지 못하게 한다. 인간이 누리는 혜택은 자연의 역습으로 다가왔다. 인간 활동으로 인한 온난화와 자연변동, 그리고 복잡한 시스템이 겹치면서 예측할 수 없는 기후변화가 나타나는 것이다.
그래도 때가 되면, 좋은 기운이 들어와 큰 복과 경사가 있기를 바라는 "입춘대길. 건양다경"의 길상문을 대문 앞에 걸어두고 봄이 빨리 오기를 재촉한다. 벌써 눈 속에서는 홍매화가 피고, 광양 매화마을에는 매화가 활짝 피어 온 산을 하얗게 뒤덮고 있다. 구례 현천마을 호수가에는 산수유가 꽃망울을 터뜨려 노란 꽃이 잔잔한 호수가를 비추고 있다. 논둑에는 여린 쑥이 올라오고, 민들레도 하나둘씩 노란 꽃을 피운다. 달래가 벌써 자라 굵은 잎을 자랑한다. 조금 멀리서 보이는 밭에는 아롱아롱 아지랑이도 피어난다.
겨울에 찬바람과 혹독한 인고의 시간을 견디어 하나둘씩 벚꽃이 핀다. 꽃은 먼저 피고 바람에 꽃잎이 떨어지면 어느새 초록색 잎이 새로 나온다. 아파트 옆 길에도, 찻길 양 도로변에도, 숲길 공원에도 온통 벚꽃이 피고 있다. 지난가을 낙엽을 밟으며 동료들과 걸었던 경의선 숲길에도 온통 벚꽃이 만발했다. 벚꽃들은 동굴을 만들고 그 동굴 속으로 사람들은 걸어가며 머리 위 파란 하늘을 바라보며 벚꽃을 사진에 담기에 바쁘다.
봄은 한 해가 새로 시작되는 출발점이고, 겨울의 끝을 알리며 잠시 멈추었던 삶이 새로운 결심으로 다시 숨을 쉬는 순간이다. 꽃 한 송이, 바람의 온기, 햇살의 길이와 같은 소소한 변화가 계절의 바뀜을 알린다. 희망과 설렘. 조용한 기대감이 있는 봄날을 모두 즐기고 있다.
봄은 짧고 꽃은 금방 지며 빠르게 지나가는 계절에 덧없음과 순간들의 소중함을 깨닫는다.
우리에게 봄날은 무한한 가능성과 꿈이 가득 찬 젊은 시절이고, 또한 사랑을 시작하고 꿈을 꾸는 시기이다. 미완성이기에 더 아름답고 짧아서 더 소증한 순간이 되기도 한다.
우리가 즐겨 부르는 "봄날은 간다"는 지나가는 시간과 이별을 담담하게 그리는 한국적 감성이 묻어있는 노래다. 1950년에 발표된 이 노래는 한국전쟁과 당시 이별과 상실감을 잘 표현하여 "백설희"가 부른 노래로 한국 대표 가요로 명곡이 되었다.
많은 가수들은 자기 스타일로 노래를 편곡을 하여 부르면서 의미와 맛이 전혀 다른 느낌을 준다.
장사익의 "봄날은 간다"는 한과 인생의 깊이, 국악과 창에 가까운 발성으로 매우 진지하며 그 의미가 잘 전달된다. 반주가 없이 마이크 하나로 소리쳐 부르는 모습은 특별함을 준다.
최백호의 "봄날은 간다"는 낮고 중후한 음색과 감정을 속에서 잘 절제하여 더 깊은 여운을 주며 지나간 사랑에 대한 체념을 느끼는 그런 의미를 준다.
한영애의 "봄날은 간다"는 자유롭고 개성적인 해석으로 블루스. 재즈풍의 느낌이 가미된 창법으로 감정을 자유롭게 흘려보내는 스타일의 노래다. 봄의 쓸쓸함을 예술적으로 풀어낸다.
최근 현역가왕에서 옛 하얀 저고리와 까만 치마를 입고 나레이션과 함께 무대에서 부른 차지연의 "봄날은 간다"는 강렬하고 드라마틱한 감정의 고조와 이별의 아픔을 극적으로 확대하는 봄날의 아픔을 한 편의 드라마처럼 감정으로 잘 표현한 노래다.
[봄날은 간다]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더라
오늘도 옷고름 씹어가며
산제비 넘나드는 성황당 길에
꽃이 피면 같이 웃고 꽃이 지면 같이 울던
알뜰한 그 명세에 봄날은 간다
새파란 풀잎이 물에 떠서 흘러가더라
오늘도 꽃편지 내던지며
청노새 짤랑대던 역마차 길에
별이 뜨면 서로 웃고 별이 지면 서로 울던
실없는 그 기약에 봄날은 간다
열아홉 시절은 황혼 속에 슬퍼지더라
오늘도 앙가슴 두드리며
뜬구름 흘러가는 신작로 길에
새가 날면 따라 웃고 새가 울면
따라 웃던 얄궂은 그 노래에 봄날은 간다".
즐길 새 없이 빨리 지나가는 봄은 그리 오래 머물지 않는다.
엊그저께 활짝 핀 벚꽃들이 봄비와 바람에 흩날린다.
길 위에는 떨어진 꽃잎들이 하나둘씩 쌓여 꽃길을 만든다.
지금 이 순간을 좀 더 오래 붙잡아 둘 수 없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