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하롱베이, 청풍호
따뜻한 봄바람을 맞으며 시원하게 차가 달린다. 봄기운이 완연한 이 시간은 오래가지 않겠지? 고속도로는 아직도 벚꽃이 바람에 날리고 가지 끝에서 연둣빛 새 잎이 나온다.
시원한 바람이 머무는 호수, 淸風湖는 이번이 두 번째 방문이다. 혹독한 겨울이 지나고 어느새 시간이 흘러 봄 정취를 느끼기도 전에 여름이 온 것 같다.
빼어난 자연환경과 산, 강, 호수로 둘러싸인 제천은 쉼이 있는 휴식처로 인기가 많다. 시내 한가운데는 전통시장 두세 군데가 있고 상점가에는 의류와 음식 브랜드들이 잘 차려져 있다. 넓은 2층 테라스 공간에서 탁트인 농촌마을을 구경하며, 물이 흐르는 도랑을 내려다볼 수 있는 스타벅스가 세개나 있다.
바쁜 사람들을 위한 드라이브스루 (drive-thru) 매장도 있다. 어느 곳을 선택해도 부드러운 커피 향과 달달한 빵, 디저트를 맛보며 새 농사를 준비하며 잠깐 휴식을 취하는 사람들에게는 적당한 힐링의 공간이 된다.
지금 청풍호 주변에는 벚꽃이 만개하여 호수에 비친 햇살을 받으며 나풀나풀 몽글몽글한 꽃송이로 맺혀있다. 꾸불꾸불 호수를 따라 길을 달리며 올라가다 내려갔다 급히 꺾어지고 빙글빙글 돌아 긴 시간 호수길을 달린다.
호수가 내려 보이는 도로 가까운 곳은 명인 떡갈비집이 나오고, 전망좋은 산등성 밑에는 카페와 피자가게가 있다. 배 모양의 조형물을 만들고 조명을 비추어 지나가는 차량을 멈추게 한다.
레이크호텔 앞 청풍호수에는 하얀 조개껍질로 겹겹이 펼쳐만든 오페라하우스와 똑같은 모양의 음식점이 물 위에 떠 있다. 그리고 그 옆에는 큰 크레인을 세워 줄을 매달아 스릴을 즐기는 번지점프 체험장이 있다. 타워에 몸을 묶고 아래로 떨어지면 탄력으로 다시 위로 튀어 오르는 스릴을 느끼며 젊음을 즐기는 사람들의 함성과 괴성들이 호수에 메아리쳐 울린다.
산으로 둥그렇게 둘러 쌓인 나지막한 레이크호텔은 객실 창문을 통해 바로 청풍호가 보이고 푸른 하늘과 호수의 물결, 쉬어가는 바람소리도 느낄 수 있다.
아침에는 물안개가 호수 위로 구름처럼 피어 산으로 펴져 오른다. 호텔 아래 호수를 걷는 길은 데크와 돌계단, 황톳길이 이어지고 물가 옆에는 줄기가 꽤 굵은 바람에 휘어진 소나무가 꿋꿋이 잘 버티고 서 있다. 시원한 바람이 호수를 지나며 물결을 만들어 흔들리고 벚나무는 꽃잎을 날리며 꽃비를 내리고 있다.
" 너에게 난, 나에게 넌" 가끔씩 그 모습은 자전거 탄 풍경을 연출한다. 수풀이 우거진 곳에는 주인을 기다리는 파란색 쪽배 한 개가 외롭게 보인다.
옥순봉 가는 길은 더 험하다. 산길을 따라 달리는 마을사람이 탄 버스는 운이 좋으면 가끔은 만날 수 있다. 옥순대교를 지나 옥순봉 출렁다리로 가는 길은 전통된장을 파는 집, 마을회관이 있는 솟대마을, 모여사는 전원주택, 카라반 정류장, 민박집, 벌꿀집, 산야초마을, 산골짜기 얼음골마을, 다양한 음식점이 있다.
꾸불꾸불 길을 정신없이 달리다 보면 어느새 청풍호를 가로지르는 곡선형 옥순대교가 나온다. 아침에는 물안개가 피어오르고 저녁에는 지는 노을이 아름답다.
옥순봉 출렁다리 입장은 3천 원이고, 2천 원은 지역화폐로 되돌려 준다. 뻥튀기와 음료수중 하나를 골라 지역화폐로 지불하면 된다. 출렁다리 입구에는 왕벚나무 하나가 활짝 꽃을 피우고, 왼쪽 멀리서 옥순대교가 보인다. 오른쪽은 깎아지듯 기암절벽이 아름다운 산세를 자랑하고, 청풍호의 푸른 물이 펼쳐져 마치 공중에 떠 있는 느낌을 준다.
김홍도 그림이 파노라마로 보이고, 전망 좋은 리조트 두 곳은 벌써 여름 손님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다. 출렁다리를 걸으면 좌우로 흔들리는 아찔함과 청풍호의 푸른 물결을 바로 내려다 보는 잔도의 무서움이 더한다.
다리를 지나 마을로 가는 길에는 고사리, 참나무, 소나무가 잘 자라고 있고, 늘 바람에 흔들리며 따사로운 햇빛을 받은 나무 잎들이 하나둘씩 주먹을 쥐고 있다 손가락을 조금씩 피며 싱그러운 연초록색 잎을 띠운다.
아침에 힐하우스 소파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창밖을 보니, 청풍호의 물안개가 뭉글뭉글 피어 올라가다 산 중턱에 걸려 있다. 잠시 멍하니 무릉도원 삼매경에 빠진 것 같은 착각을 느낀다. 청풍호를 내려다보며 잠시 쉬어가는 여유와 시원함은 최고의 행복을 준다. 산길을 헤치고 달려가는 차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며 들어 온다.
청풍호는 충주댐을 만들면서 물이 고이고 차서 이름이 붙어진 호수다. 맑고 지나는 바람도 머무는 고요하고 깨끗한 호수가 淸風이고, 淸風明月은 맑은 바람과 밝은 달을 의미하지만, 단순한 풍경표현이 아닌 욕심 없는 깨끗한 삶과 고요하고 품격 있는 마음 상태를 표시하는 비유로 쓰인다.
이제 막 벚꽃 축제가 시작된 명승 義林池는 가장 오래된 인공 저수지로, 삼한시대의 수리 시설이지만, 지금은 시민들의 호수, 숲, 정자가 어우러진 산책과 휴식공간으로 힐링의 명소가 되었다.
호수 주변에 심어진 벚꽃들이 흐드러지게 피어 바람이 불면 하나둘 떨어져 강바람에 흩날리고 있다. 온통 세상은 하얀 꽃밭이 되었다. 호수 물가를 따라 길게 늘어진 능수버들이 연둣빛 머리카락을 흔들며 수면에 살짝 닿는 듯하다. 호수 위는 오리 배들이 둥둥 떠 다니며 놀고 있고, 햇빛을 받은 소나무 그림자가 물결 위에 살랑살랑 춤을 춘다.
지나가는 바람이 머무는 곳
산과 물, 기억도 함께 머무는 곳
산은 물을 품고, 물은 산을 그리워하며
바람조차 말을 아끼는 곳,
청풍호의 물안개, 호수 위에 내려앉은 노을
그것을 말하지 않고도 많은 것을 들려준다.
청풍호의 하루는 많은 기억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