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문재 카페에서
나문재의 봄
"햇살이 내리는 산 아래 정원,
푸른 잔디 위에 꽃들은 춤추고
나뭇잎 사이로 바다 속삭임이 들리네.
바람에 실려오는 향긋한 봄 향기,
친구들과 나누는 커피 한 모금에
시간이 멈추고 행복은 찾아오네.
조용한 안면도 쇠섬 숲 속 정원
나문재 ,
그 이름 속에
우리 우정과 추억, 그리움이 쌓이네."
며칠 전부터 명선이는 아침 일찍 출발하는 기차 시간에 서둘러 나오면 아침도 못 먹고 오니 김밥이라도 준비해야 되지 않느냐고 문자를 보냈고, 특히 성남에서 출발하는 한수는 최소 1시간 반 정도 걸려 용산역에 도착하니 아침도 못 먹고 오겠구나라고 생각하여 나는 간단한 도시락이라도 준비할까 하여 집 근처 아침 일찍 문을 여는 가게를 알아보았다. 10시 이후나 문을 연다고 하여 포기하고, 역에서 따뜻한 음식을 사 먹기로 하였다.
전날 밤 종철이에게 驛에 조금 일찍 도착하면 삼진 어묵집 앞에 줄을 서라고 하였다. 9시 14분발 광천행 기차이니 모두 8시 반까지 모이라고 하고 전날 밤 확인차 다시 한번 문자를 보냈다. 아침 약속 시간이 되면서 한 두 명씩 도착하고 한수는 아직껏 나타나지 않았다.
용산역 대기실에 기차 출발을 기다리며 간단히 먹는 맛집, 「삼진어묵」 은 아른 아침부터 사람들로 붐비고 줄이 쭉 서 있다. 먼저 도착한 종철이는 일찍 줄을 서서 꼬치 어묵 4개를 산후 도착한 친구들에게 하나씩 전달하였다. 길게 놓여 있는 식탁 위에 올려놓고 서서 먹고 있다. 40분 조금 넘어 급하게 한수가 도착하였다.
추가로 1인분을 더 주문한다. 따끈한 국물과 짭조름한 어묵 맛은 입을 즐겁게 하고 간단한 요깃거리 음식으로는 최고였다. 옛날 학교 앞에서 사 먹었을 때 가격이 대략 700~800원쯤이니 지금은 약 5배 정도 오른 셈이다. 어묵꼬치 하나를 입에 넣고 조금씩 먹으며 국물도 시원하게 마신다.
맛있게 먹고 있는데 어묵 하나에 만족하지 못한 듯 한수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더 먹을 곳을 찾아보다가 근대단팥집으로 들어가 앙꼬 있는 빵을 5개 주문하여 친구들에게 나누어 주고 본인은 아직도 배고픈 듯 바로 봉지를 뜯어 오물 거리며 한 입 깨문다. 다른 친구들은 빵을 가방에 넣고 기차에서 먹을 생각인 것 같다. 7번 출구를 나와 광천행 기차에 올라 앞쪽으로 쭉 걸어가니 2번 칸이 나온다.
좌석번호를 확인하기 위해 핸드폰을 보는 순간 이게 웬일인가?
또 한 번 긴급상황이 발생한다. 갑자기 잘 보였던 코레일 승차권 좌석 번호가 와이파이 불량으로 안 보인다. 나는 다급히 몇 번이나 껐다 켰다를 반복한 후에 겨우 좌석번호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인내심이 부족한 두 친구는 지난번 기차 놓친 실수를 기억이라도 하 듯 긴장하고 재촉하는 모습이 얼굴에 역력했다. 또 한 번의 학습 기회를 거치는 걸까?
홍성역은 작년부터 리모델링과 역사 내부 공사로 대기실이 산뜻하게 바뀌었고 주 역사 건물 외곽은 아직도 공사 중이다. 지난가을처럼 홍성 친구는 기차 플랫폼까지 우릴 맞이하러 벌써 들어와 기다리고 있었다. 작년에 보고 올봄 처음으로 만나니 약 5개월이 흐른 것 같다.
일찌감치 우리를 태울 하얀색 카니발을 빌려 역 광장 도로변에 세워 놓았다. 파란 하늘과 주변 나무들은 더욱 생기 넘치고 깨끗한 공기는 한가한 驛 주변을 물 담은 호수로 바꾸었다. 한용운 선생 동상을 한번 쳐다보고 우리는 역 밖에 있는 홍성 관광안내 표지판 앞에서 「다시 찾은, 홍성」 기념사진을 찍었다.
널찍한 차 안에 나는 조수석에 앉고 친구들 4명은 뒤에 또 뒤에 두 명씩 겹겹이 몸을 숙이고 들어가 좌석에 앉았다. 차 안은 훨씬 편안하고 깨끗하며 유리창 너머로 바깥 풍경이 선명하게 보인다. 홍성 친구가 한 달 전부터 차 렌트를 하면서 많은 관심과 수고를 하였다는 생각이 든다.
20분 정도 도로를 달리니 익숙한 도로와 논, 가끔은 사이사이 도랑에 물이 흐르는 개울가도 보인다. 한참 가면서 이리저리 찾아보고 있을 때 오른쪽 돌아가는 길에 큰 건물이 하나가 나타나는데 여기가 바로 홍성에서 불고기가 가장 맛있다는 일미옥이다
주차장 들어가는 길 정문 좌측에는 물이 흐르는 개울 이 보이고 논 사이로 새로 지은 집과 조경을 잘 꾸민 파란색 지붕 집들도 보인다. 나지막한 건물 마당에 군데군데 나무를 심고 언덕을 만들어 꽃밭을 일구었다. 멀리 보이는 파란 하늘과 따가운 햇살은 옹기종기 모여있는 시골풍경을 더 정겹게 한다.
일미옥 들어가는 문 앞에는 큰 전봇대가 하나 서있고 돌로 쌓은 담 사이로 소나무들이 예쁘게 심어져 가끔 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오면 이리저리 흔들린다. 먼지가 회오리를 일으키며 주차장에 세워둔 차 위를 스치고 지나간다.
특별히 예약한 널찍한 식탁에 자리 잡고 먹을 준비를 마치니 잠시 후 소소한 복장을 차려입고 밑반찬을 담아 서빙 카트를 밀며 여유 있는 모습으로 사장님이 들어온다. 김, 나물, 고구마, 미역국, 간장게장 등 대략 20여 가지의 반찬이 하나씩 올려지고 잠시 후 상 한가운데 비워둔 자리에는 오늘의 메인 음식 소 불고기 전골냄비가 놓인다.
선홍빛깔의 마블이 있는 소고기를 보니 허기가 더 느껴지고 먹음직스러운 음식과 정갈한 야채 나물 반찬들이 형형색색 춤을 춘다 부드러운 불고기 육질과 야채 나물맛이 일품이었다.
배불리 먹고 카페를 향해 차는 도로를 쭉 따라 달린다.
좁은 도로를 달리다 보면 큰 차 뒤에 졸졸 따라가면서 가끔은 천천히 가는 길이 짜증 나기도 한다. 이 길 지나면서 뻥 뚫린 도로를 신나게 달리며 따스한 봄바람도 맞이한다. 논에는 여기저기 파란 축사들이 보이고 아직도 볏짚 곤포 사일러지가 군데군데 놓여 있어 금방이라도 소여물로 쓸 준비를 하고 있었다.
논두렁에는 씀바귀, 노란 민들레 꽃잎도 보인다. 한가하고 쾌적한 시골마을, 싱그런 자연 벌판이 펼쳐지고 있다. 따가운 햇살이 비치고 수없이 하얀 솜털 같은 꽃잎 홀씨가 날아다니고 있다.
안면도에 들어가면 해안가를 따라 긴 주머니처럼 생긴 아래로 쭉 뻗은 쇠섬이 나오는데 그 중간쯤에
「 나문재 카페」가 나온다. 나문재는 바닷가 뻘에서 물이 빠지면 햇볕을 받고 쑥쑥 자라 손으로 꺾어서 서너 번 물에 씻은 후 끓는 물에 데쳐 짠기를 쭉 빼고 양념을 조물조물 무쳐서 먹는 나물로 미네랄이 풍부하다.
카페 주변에 나문재가 많이 나는 곳이라 하여 그 이름을 따서 나문재 카페라고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해안가를 따라 경치가 좋은 곳에는 크고 작은 많은 카페들이 있지만 여기는 산언덕 위 예쁜 정원과 실내를 자연 그대로 로맨틱하게 하나의 수목원을 이 카페로 옮겨 놓은 듯한 조경으로 숲 속에 온 것 같은 포근한 느낌을 준다.
군데군데 놓여있는 편안한 의자는 가족, 연인, 친구들을 위해 여러 모양으로 놓여 있고, 중간중간 사진 찍는 포토존까지 제공한다. 편안함과 포근한 여유로움으로 자연과 인간이 함께 공존하는 그런 곳이다. 소나무로 만든 카페길, 연꽃과 잉어가 함께 사는 아담한 연못, 노랗고 분홍빛 오솔길, 강아지 조형물, 빨간 네덜란드 풍차, 화려한 우주 모양 조명탑, 입구에 늙은 호박, 해안가로 이어지는 계단 밑에는 까만 몽돌, 주인을 기다리는 철제 의자, 연녹색 조형물 위에 걸린 두 개의 앤틱 조명, 빨간 단풍과 노란 수선화 동산이 있는 이곳은 주말이면 많은 사람들이 찾아온다고 한다.
향기 가득한 커피를 마시며 향기에 취하고 지난 홍성 방문 이후 이야기와 일상 건강에 관한 이야기를 하며 시간을 보냈다. 특히 한수가 세 달에 한 번 가는 분당 미용실에는 인형같이 예쁜 전담 헤어 디자이너가 있는데 그녀 사진을 돌려보며 친구들은 꽤 많은 시간 그녀의 모습에 감탄한다. 단체 톡에도 어느새 그녀의 얼굴이 올라왔다.
한수는 정말 수수하고 아름다운 젊은 여자의 매력에 푹 빠지는 경향이 있다.
밖으로 나와 정원을 쭉 둘러보며 사진도 많이 찍었다. 꽃과 많은 조형물, 외도 보타니아 같은 천국의 계단, 노랗고 빨간 꽃이 흐드러진 옹달샘, 그리고 옆에는 솦속의 펜션이 보인다. 정원과 해안가 맞닿은 곳에는 파도가 출렁이고 하얀 물보라를 일으키며 철썩철썩, 찰랑찰랑 소리 내며 나문재 정원을 살살 건드린다.
조용한 정원에 바람의 숨소리가 들린다.
이번이 네 번째 홍성 방문이지만, 하루 종일 빡빡한 일정으로 아침 새벽에 일어나 용산역으로 향하는 친구들은 아내의 배웅을 받는다. 친구들은 맛집, 관광지, 유적지, 카페에서 하루 여행을 즐긴다. 이제는 아내들도 홍성 이야기를 자주 들었겠지? 항상 미안한 마음으로 이번에는 아내 선물을 살 곳을 들리자고 홍성 친구에게 부탁했다. 태안지역은 바닷가로 미역, 김, 해산물, 그리고 황토 고구마가 유명하단다.
홍성목장으로 오는 길에 태안 로컬푸드에 들렀다.
건물 앞마당에는 고구마, 꽃, 생선, 모종, 다육이를 파는 노점들이 있고 하나씩 구경하며 점포 안으로 들어갔다. 친구에게 좋은 선물을 찾아보라고 하고 서로 이곳저곳 상품을 살피고 만지고 구경했다. 미네랄이 풍부한 감태, 달고 맛있는 황토 고구마, 말린 고소한 바다 새우 세 봉지를 사서 하나로 포장하고 각각 선물로 들고 차에 올랐다.
작년 가을에는 소가 10마리였는데, 이제 5마리가 남았고, 송아지 5마리는 팔았다.
힘들게 키워오는 소지만 친구들 보다고 더 좋은 대접을 받는다. 하루에 3시, 10시에 밥을 달라고 어린 소는 소리를 내며 운다. 이제는 행동과 소리만 들어도 소 상태를 알 수 있다.
지난 늦은 가을 앞마당 감나무에 남아있던 까치 홍시감을 땄던 나무가 벌써 새잎을 틔우고 있다. 밭에는 마늘과 대파를 심었고, 들깨를 심으려고 밭도랑도 만들어야 하는데 소밥과 부산물 치우기도 힘들어 농사는 엄두도 못 낸다.
밭에는 고사리가 여기저기 하나씩 올라와 손을 움켜준 듯한 모습을 하고 , 담 밑에는 머위순이 군데군데 자라고 있다. 울퉁불퉁한 밭길을 걸어 다니며 친구들과 쑤욱 올라온 고사리와 응달진 곳에 퍼져 자라는 머위순을 한 움큼씩 쥐고 꺾었다. 어느새 큰 한 봉지가 되었다. "살짝 데쳐서 초고추장 찍어 먹으면 약이 되니 맛있게 먹어"라고 명선이에게 그 큰 봉지를 주었다. 비닐하우스 안에는 정성껏 심어놓은 대파가 자라서 꽃이 피고 있다. 가위로 꽃과 밑을 자르고 가지를 잘 정리하여 봉지에 싸서 가방에 담았다.
소 밥 주는 시간이 하루 두 번 일정하다.
밥 주는 시간이 늦어지면 처음에는 소 한 마리가 밥 달라고 부드러운 곡조로 노래하지만 조금 더 늦어지면 두세 마리가 동시 현악기, 관악기 섞인 불만의 오키스트라를 연주한다. 친구는 소 밥 주는 일에 열심이고 밥을 줄 때는 늘 빨간 모자 쓰고 옷도 갈아입고 장화를 신은 채 여물을 소 입 가까이에 대 준다.
수덕사 입구 주차장 근처 음식점은 주로 야채나 나물을 푸짐하게 한상으로 차리는 절 건강 음식을 파는 가게들이 있다. 몇 번이나 계획하고 먹으려고 했던 약선 공양간을 드디어 오늘 찾게 된 것이다. 시간이 오후 4시가 조금 지나 산 아래라 어둠이 먼저 찾아오고 그늘진 곳에서는 활짝 핀 꽃들이 어둠 속에서도 더 빨갛게 보인다. 옛날에 수덕사는 여승이 있기로 유명한 절이다.
수덕사는 덕산온천 근처에 솟은 차령산맥 덕숭산(495m) 남쪽 자락에 위치한 사찰로 충남 내포 지역의 조계종 사찰이다. 백제시대 6세기경 창건되어 1,500년에 가까운 역사를 자랑하는 고찰로, 예산군 제1경으로 선정될 만큼 아름다운 경관을 자랑한다.
야채, 불고기, 더덕구이, 조기, 묵무침, 메밀 전, 나물, 민물새우탕, 그리고 돌솥밥 푸짐한 저녁을 먹으며 해가 뉘엿뉘엿 지는 창밖의 모습을 바라보며 모두 하루 최고의 행복한 시간에 빠지고 있었다.
식사를 마치고 빠른 걸음으로 덕숭산 수덕사를 향해 가던 길가에는 큰 가마솥에 뜨거운 열로 생강과 도라지를 넣고 펄펄 고와 끓이는 아리곳간이 있다. 그 앞에서 발 길을 멈춘다. 플라스틱 숟가락에 잘 고운 조청을 한 입씩 먹어 보라도 막 끓인 조청을 권한다. 친구들은 줄을 서서 생강, 도라지 조청을 돌아가며 맛보며 모두들 맛있다고 한다.
잠시 먼저 수덕사 입구로 향했던 친구가 돌아오면서 입장시간이 늦어서 못 들어간다고 뒤돌아 왔다. 우리는 할 수 없이 입구에서 수덕사 방문 기념 단체 사진 한 장을 찍었다. 건강에 좋은 전통방식의 소중한 음식, 건강을 생각하여 생강과 도라지 조청을 6개 사고, 만원 할인도 받았다.
정신없이 보낸 하루가 너무 짧아서인지 벌써 떠나는 시간을 체크한다.
이디아 커피숍에서 하루를 정리하고 눈에 담았던 방문지를 기억하고, 선물들을 정리하며 다음 일정을 생각한다. 한 달 전부터 오늘 일정을 준비하고 기차 예약, 방문지 결정, 랜트카 섭외 등 많은 준비와 수고가 있었다.
친구들은 모두 한결같은 마음으로 이 여정에 동의하며 함께 즐겨 주었다. 늘 미안한 마음이지만 소 키우는 일에 바쁜 홍성 친구가 딸과 함께 홍성 곳곳 여행지를 함께 짜고 시간까지 확인하며 준비하느라 수고가 많았다.
항상 감사할 따름이고, 나의 여행스케치 블로그에 사진과 스토리를 준비하는 일까지 게을리하지 않는다. 이제 두 달 후면 재단에서 정년퇴직을 하는 종철이는 그동안 건강을 회복하고 여행을 통해 많은 힐링을 하였으리라. 손 흔드는 친구의 모습이 기차 뒤에 점점 희미 해지고, 불고기 집 일미옥, 천상의 정원카페 나문재, 선물 사러 여기저기 구경한 태안로컬푸드 고사리와 약 머위순 따기, 송아지 밥 먹이기, 수덕사 20가지 약선 공양간, 펄펄 고와 우리 입맛을 달래준 조청 아리곳간, 그리고 한수의 머리와 염색을 늘 책임지는 디자이너 그녀 모습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간다.
어느덧 기차는 홍성 지나 삽교역으로 향하고 흔들리는 기차에 친구들은 하나 둘 눈을 감는다.
꿈속에서 하늘 높이 별을 따라가는 팅커벨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