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향기와 빵 이야기
아침은 쌀밥과 따뜻한 국, 그리고 김치 몇 가지 반찬으로 먹는다. 아침을 든든히 먹어야 하루가 기분 좋게 시작되고 에너지가 충전되어 활기 넘치는 하루를 보낼 수 있다.
아침을 먹지 않거나 편식을 하여 음식을 남기면 어머니한테 혼난 적도 있다. 하얀 쌀밥 위에 올려놓은 완두콩, 강낭콩은 단백질을 보충하는 영양제로 밥 먹을 때 쌀밥과 함께 한숫깔 씩 떠먹어야지만 큰 콩이 싫어 따로 걸러내고 밥을 먹었다.
시골에 살았던 나의 어린 시절에는 하루 세끼가 항상 밥과 따뜻한 국이 있었다.
어머니는 새벽부터 아궁이에 군불을 떼어 밥을 지으시고, 굴뚝에는 하얀 연기가 피어 오른다. 겨울이면 추운 손을 아궁이 앞에서 녹이며 쪼그리고 앉아 있는 어머니의 모습이 보인다.
한상에 둘러앉아 식사를 하고 나면 부엌에서는 어머니가 식사 그릇을 닦느라 한참이다. 어머니는 늘 부엌에 서서 설거지하느라 허리 아픈 줄도 모른다. 우리 식구들 하루 세끼 식사는 밥과 국, 그리고 김치, 나물, 생선, 멸치 반찬으로 늘 그렇게 식사를 하며 살아왔다.
커피는 9세기경 에티오피아에서 염소를 키우는 사람들이 염소가 붉은 열매(커피 체리)를 먹고 활발해진 것을 보고 발견했다고 하며, 15세기 예멘에서 커피가 음료로 가공, 소비되기 시작하였고, 17세기 오스만 제국을 통해 베네치아, 파리, 런던 등에 커피하우스가 생겨나 지식인과 상인들이 모여 토론하는 문화살롱 역할을 하였다.
19세기 커피 생산지가 라틴아메리카, 동남아시아로 확산되면서 대량으로 소비가 가능해지고, 인스턴트커피, 스페셜티 커피로 카페 문화가 점점 진화하게 되었다. 우리나라도 1960~1970년대는 봉지커피, 인스턴트커피를 이용하여 커피잔에 뜨거운 물과 프림, 커피가루를 넣고 저어 다방, 직장, 가정에서 먹었던 시절이 있었다.
커피는 추출 방식에 따라 에스프레소, 아메리카노, 카푸치노, 라테, 모카, 마키아토, 콜드브루가 있으며, 원두 종류에 따라 아라비카, 로부스타, 리베리카로 나누어진다
빵은 약 1만 년 전 신석기시대에 곡물을 갈아 물과 섞어 불에 구운 것이 최초의 빵이고, 고대 문명 시대에 이집트의 자연 반죽으로 발효된 발효빵, 그리스. 로마의 다양한 곡물빵을 시작으로 중세 유럽의 흰 밀빵, 보리 호밀빵, 근대 이후는 제분기술과 오븐의 발전으로 균일한 품질의 빵이 보급되었고, 현재는 어느 나라든 고유의 빵들이 국제적으로 소비되고 글로벌한 음식이 되고 있다.
빵은 발효 빵인 바게트, 크루아상, 브리오슈, 치아바타, 사워도우가 있고, 비발효 빵인 난, 피타, 또르띠아, 호빵. 찐빵, 그리고 디저트. 간식류에는 단팥빵, 앙버터, 도넛, 케이크가 있다. 빵은 아니지만 유럽의 대표적인 구움 과자가 있는데, 프랑스의 휘낭시에, 마들렌, 깐느레, 팡도르, 이탈리아의 비스코티, 아마레티, 파네토네, 독일의 슈톨렌, 린처 토르테, 레브쿠헨, 영국의 스콘, 쇼트브레드, 일본의 만주, 도라야끼, 다이후쿠, 요칸, 히가시 등이 있다.
우리는 보통 하루에 세 번 식사를 한다. 그런데 요즘 젊은 사람들은 아침을 간단히 커피와 빵으로 해결한다. 아침에 출근 준비하며 바쁜 시간에는 간단히 식사를 하고, 식사 후 별도의 설거지도 없다.
식단을 준비하는 시간이 점점 줄어들며 오븐이나 토스트기에 식빵을 넣고 시간을 조절하면 빵은 자동으로 구워진다. 커피도 원두를 미리 갈아 놓고 뜨거운 물을 붓거나 간단한 드립으로 커피를 내릴 수 있다. 거리 어디나 건물, 골목마다 커피와 빵을 파는 카페를 흔히 볼 수 있다.
2023년 기준 한국인의 1인당 연간 커피 소비량은 405잔이며, 커피전문점 수는 106,000여 개, 스타벅스 매장수는 미국, 중국에 이어 3번째로 한국이 많다. 쇼케이스에는 모양이 다양한 빵과 구움 과자가 예쁘게 진열되어 있다. 이처럼 외식문화가 우리의 식단을 점점 바꾸어 가고 있고, 다양한 서양 음식을 맛보는 기회는 점점 많아지고 있다.
커피와 빵 맛 못지않게 더 중요한 것은 SNS를 통해 다양한 마케팅으로 매장을 알리고 꾸준히 고객을 찾아오게 만드는 것이다. 매장 인테리어, 익스테리어 그리고 분위기, 콘셉트, 소품진열, 공간설계 등도 특이하며, 카페의 분위기를 잘 표현하는 상호나 캐릭터를 만드는 일도 중요하다.
유이즈케이크, 오쥬르디파티스리, 모울베이크, 라잇트커피로스터스, 브네피, 기브온카페인바, 넬리슨,더반베이크샵, 베가본즈커피, 비엔누아즈리리에, 잇더케이크, 공들여 더하는 행복 貢茶, 이런 다양한 가게 이름들이 있다.
어느 분위기 있는 인천 송도의 한 카페에는 벽에 이런 문구가 있다. "커피는 저희가 탈게요, 분위기는 손님이 타세요".라고
수도권에는 야외 나들목이나 경치 좋은 곳에 대형 카페가 많이 생기고 있다. 가족, 연인, 친구와 함께 여행하 듯 방문하는 이런 매장은 여러 가지 다른 특징 있는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식물원의 감성, 높은 천장, 공간감 있는 구조, 외국분위기 인테리어, 특별한 건축미, 창고형 외관, 다양한 내부 공간구조, 통창구조로 만들고 편안한 소파, 의자, 소품 등도 비치하여 음료와 다과를 즐기도록 휴식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수도권에는 대형 카페가 약 60여 개가 성업 중이라 한다. 서울의 복잡하고 좁은 주거환경을 벗어나 마음까지 힐링하는 이런 곳에 잠시 쉬어 가는 이유는 충분하다.
길을 걷다 보면 고소한 커피 향기와 갓 구운 빵 냄새가 코를 자극한다. 커피 향기는 기분을 상쾌하게 해 주고 두뇌를 자극하는 기분전환 효과와 심리적 안정을 준다. 막 구워낸 빵의 고소한 냄새는 행복감과 식욕을 촉진시킨다.
유럽에 가면 따뜻한 지중해 햇살을 받으며, 낙엽이 뒹구는 골목 카페테라스에 앉아 커피와 빵을 즐기는 여유로운 사람들을 자주 본다, 지나가다 그냥 그들과 앉아서 함께 하고 싶을 때가 있다.
소통과 휴식의 여유로운 긍정의 효과를 준다. 간편하고 편리한 외식문화가 우리의 식단을 위협한다. 하지만 이런 커피와 빵으로는 한 끼식사를 해결하기에는 완벽하지 않다.
일본 오사카 여행 시 우메다역 근처의 나가자키초 카페거리에서 먹은 산미 있는 커피, 도톤보리의 1934년 개점한 마루후쿠 커피점의 고소하고 진한 커피와 팬케이크, 삿포로 여행 시 오도리공원 근처의 키노토야 카페의 부드러운 커피 향기는 지금도 잊을 수 없다.
바쁘고 복잡한 일을 좋아하지 않는 요즘 시대에 먹기에 달달하고 보기에도 예쁜 빵과 커피향기는 어디서나 만날 수 있다. 분위기도 즐기고 이야기도 나누며 시간을 보내는 좋은 효과들이 있다. 그러나 뭔가 2% 부족하여 한 끼 식사로 대체하기에는 조금 허전하다.
그래도 변하지 않는 것
“어머니는 추운 겨울에 집 뒷마당 장독대에서
가져온 된장을 풀어 시래깃국을 끓여 주었다.
여전히 바깥공기는 차갑고 눈이 많이 내려
거리에는 사람들이 거의 다니지 않는다.
겨울은 낮이 짧고 밤이 더 길다.
그런 겨울에 입을 호호 불며 하얀 김이 모락모락
나는 국물과 함께 뜨거운 밥을 먹었다.
가끔은 호박 된장찌개, 두부가 들어간 돼지찌개
를 먹고 살짝 탄 밥으로 만든 숭늉도 먹는다.
어머니의 손길과 정성, 아궁이에 군불을 떼어
밥을 짓는 시간들이 함께 만들어 낸
한 끼의 든든한 식사다”.
아내가 아침에 준비하는 따끈한 밥과 얼큰한 국물 맛은 그날 하루의 원동력이 되고 에너지가 된다.
점점 우리의 입맛도 변해간다. 간단히 해결하는 것을 좋아하고 복잡한 것을 싫어한다. 시간이 걸려 만들어지는 음식을 기다리지 않는다. 명절 때는 힘이 드는 전을 부치지 않고 카페에 모여 식사로 해결한다. 긴 겨울을 지새우기 위해 먹었던 따뜻한 된장국도 이제 먹기 힘들어진다. 집밥과 백반을 파는 상점도 점점 줄어들고 그 자리에는 창문 있는 카페가 생긴다.
거리에는 커피와 빵을 파는 카페가 많이 보인다.
모든 사람들이 이 음식에 열광한다. 하나를 찾아서 또 다른 장소로 이동한다. 지금보다 더 분위기 있고 맛있는 빵집으로 여행한다. 카페는 혼자의 독서실이 되고 개인적인 작업실이 되며, 카공족과 과외의 장소가 되었다. 차를 마시러 카페에 가면 바로 이런 모습 때문에 장시간 자리가 없어 메뉴만 쳐다보다 되돌아오는 경우도 있다.
시간이 지나도 늘 그리워지는 것은, 엄마의 따스한 손길로 만드는 된장찌개고, 그 맛에 양념이 조금 더 들어간 아내의 깔끔한 맛이다.
커피와 빵, 집에서 먹는 밥과 따뜻한 국은 나의 하루의 에너지이고 원동력이다.
시나브로 변하는 풍경이 다소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