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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시옷 Feb 18. 2021

사랑한다는 말이야

크지 않은 키, 슬림한 체형.
시도 때도 없이 먹는 것만 생각하고, 입에 넣는 것마다 맛있던, 어쩌면 음식에 대해 늘 진심이라 말할 수 있을 법한 10대 시절을 제외하고는 늘 비슷한 체형을 유지하고 있다.

입맛이라는 건 너무나 신기해서 고기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고 유제품은 냄새만 맡아도 먹기를 거부했는데, 고기보다 해산물을 더 선호하며 커피는 아이스라떼, 치즈는 가득 넣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 되었다

먹는다는 건 얼마나 중요한 행위인지,
밥을 먹었냐는 말이 안부를 묻는 인사일 정도이니
밥에 대한 애정은 단어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엄마는 나를 볼 때마다, 밥은 먹었냐고 물어본다.
아침에 먼저 외출을 하고 핸드폰으로 연락을 할 때 
첫 질문도 늘 밥은 먹었냐이다.

소화력이 좋지 않아 어렸을 때 많이 체하기도 했고,
더부룩하면 밥을 거르는 일도 빈번하다. 그 사실을 잘 알고 있는 엄마는 늘 식사의 유무를 확인하고 
다른 어떤 것보다 끼니를 거르는 걸 싫어해서 먹지 않으면 화를 내기도 한다. 배고프면 알아서 먹을 텐데 화까지 내야 하나라는 생각에 되려 짜증을 낸 적도 있다.

하지만 이제는 배가 불러 먹기 싫을 때에도, 새롭게 각인된 기억으로 인해 조금 먹더라도 끼니를 해결한다.

딸과 함께 먹으라며 지인이 건네 준 삶은 밤을 하나하나 과도로, 그릇에 수북하게 담길 만큼 손질하는 엄마 옆에서 이 얘기 저 얘기를 나눈다.
엄마가 임신을 했을 때, 얼마나 입덧이 심했는지,

아무것도 먹지를 못하고, 물만 먹어도 역해서
출산 전까지 먹은 것이 거의 없었다는 말.
엄마의 임신에 의한 체중 변화는 동생을 가졌을 때인지라, 극과 극의 입덧을 경험한 이야기는 자주 듣던 그 시절의 이야기다.

그런데,,
바로 그 시절, 아이를 몸에 품고 있던 열 달의 기간 중 음식을 잘 먹지 못했던 게 어찌나 미안했던지,
그 미안함에, 지금도 날 보면 마음이 짠하다는 말..
이전에는 한 번도 한 적이 없던, 이 덧붙여진 이야기를 웃으면서 아무 일도 아닌 양 이야기한다.

들으면서 이상한 생각이 든다.
잠잠하던 감정의 가지들이 물결치듯 일렁인다.
그게 왜 당신이 미안한 일인지..
어째서 그 마음이 지금까지 인 건지,,
듣고서 아무 말도 하지 못한다.

시간이 장면이 되어 머릿속에 담겼다.
그 말을 되뇌고 또 되뇐다.
적지 않은 나의 매일의 하루를 어떤 마음으로 바라보았을지, 작고 말랐던 어린 시절의 모습이 어떤 형태로 그 마음에 남아있었을는지.

사랑한다는 말 자체만으로 담을 수 없는
사랑에 대한 표현을 너무나 다정하고 친절하게
전하여 준다.

세월이 가면서 겹겹이 쌓인 그 감정의 총량이
감히 받을 수 없는 정도까지 되어 마음속 자리에 묵직하게 그대로 내려앉았다.
흩어지지 않고 뿌리내려 매일매일 더 크게 자란다.
하지만, 전해받은 감정에 상응하여 돌려줄 정겨운 말을 찾지 못했다.

잘 까지지 않는 껍질 속 밤이 흐트러지지 않고 그 모습 그대로 입 안에 담을 수 있게 하나하나 정성을 다 해 손질한다. 귀찮을 법도 한 작은 행위로 흘리듯 건넨 말에 힘을 더한다.

한 그릇 가득 담겨있던 밤을 남기지 않고 맛있게 먹었다.

그리고,
앞으로의 매일에도 계속될 바로 그 질문에 대해 짧은 대답 이상의 마음을 담아 전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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