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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찌옹수 Aug 29. 2021

돈은 빛이다

EBS 다큐프라임: 자본주의 1부


현재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자본주의로 돌아가고 있다. 세계에서 제일 잘 나가는 나라인 미국도 결국은 이익을 더 갖기 위해서 세워진 나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자본주의에서 살아가는 우리가 과연 자본주의를 모르고 살아간다는 게 말이 되는 걸까? 우리가 체스를 둘 때 체스의 룰을 먼저 알아야 체스를 둘 수 있는 것처럼 자본주의 세상에서 잘 살아가려면 자본주의를 알아야 한다. 단지 일을 통해서 임금을 받고 그 임금으로 이 세상을 살아간다는 것은 마치 몇 개의 말의 룰만 알고 체스를 두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몇몇 말의 룰만 안다고 해서 체스를 이길 수가 있을까?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하지만 모든 룰을 알고 체스를 두기 시작한다면, 단 2수 만에 체크메이트를 만들 수 있는 방법을 알 수도 있다. 그런데 자본주의를 잘 모르고 살아가고 있는 우리가 그 에 체크메이트를 당한 게 아닐까?

"자본주의는 자유 시장 체제입니다."
에릭 매스킨 (Eric Maskin) : 2007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 미국 프린스턴대학교 사회과학과 교수
"금융은 인류 문명에 필수적이었습니다."
니얼 퍼거슨 (Nial Ferguson) : 미국 하버드대학교 역사학과 교수
"돈은 장막 같은 거예요. 진짜 경제를 보려면 이걸 열어젖혀야 하죠."
제프리 잉햄 (Geoffrey Ingham) : 영국 캠브리지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현대 경제에서 돈은 돈을 찍어내는 중앙은행에서 나옵니다."
제프리 마이론 (Jeffery Miron) : 미국 하버드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중앙은행은 은행가들을 위한 은행입니다."
존 스틸 고든 (John Steele Gordon) : 미국 금융사학자
"중앙은행은 재정적으로 경제를 안정시키고 불황을 줄이기 위한 금융기관입니다."
리처드 실라 (Richard Sylla) : 미국 뉴욕대학교 금융 사학과 교수
"은행이 하는 것은 야바위(shell game)입니다."
엘렌 브라운 (Ellen Brown) : 미국 공공은행 연구소 대표 / 변호사


자 그럼 제일 먼저 무엇부터 알아야 할까? 현대에는 금융자본주의 세상입니다. 금융, 즉 돈이 지배하는 세상이란 말이죠. 돈이 표현하는 근본 원리를 아는 것은 우리에게 대단히 불편한 진실이 될 것입니다. 금융자본주의 시스템은 우리나라에서 만든 시스템이 아닙니다. 영국에서 시작해서 미국에서 발전된 시스템입니다. 우리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금융시스템은 대동소이합니다.


돈이란 무엇일까요? 돈을 정의하기 전에, 물가에 대해 살펴보고자 합니다. 10년 전에 먹던 음식들이 왜 시간이 흐를수록 비싸져만 갈까요? 물가는 왜 오르기만 할까요? 물론 가격에 대해 학교에서 배우기는 했죠. 바로 수요와 공급의 법칙. 즉, 수요 곡선과 공급 곡선이 만나는 곳이 가격을 결정한다는 것이죠. 그러니 가격이 오르는 것은 공급이 부족하거나 수요가 늘어나기 때문이라는 뜻이 되죠. 그런데 물가가 오르는 것이 정말 그 이유뿐일까요? 1억짜리 아파트 가격이 1년도 채 안돼서 2억이 되는 것도 공급이 부족하거나 갑자기 수요가 늘어나서 일까요? 물가가 계속 오를 수밖에 없었던 또 다른 이유가 있습니다. 바로 돈의 양이 늘어났기 때문입니다. 시중에 돌아다니는 돈, 즉 통화량이 많아졌다는 뜻입니다. 돈의 양이 많아지다니 무슨 황당한 소리인가 싶을 것입니다. 돈의 최고의 가치를 갖는 금융자본주의 사회에서 어떻게 돈이 돌고 도는지 분명하게 알아야 합니다. 돈이 어디에서 나오는지 어떻게 돌고 도는지부터 알아보죠.


우리는 대부분 돈은 조폐공사에서 나온다고 생각한다. 정말 그럴까요? 물론 조폐공사에서 돈을 찍어내는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건 시중에 돌아다니는 돈 중에서 극히 일부분이죠. 돈을 말할 때 대부분 사람들은 동전이나 지폐를 떠올립니다. 물론 둘 다 돈의 일부이죠. 하지만 대부분의 돈은 눈에 보이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은행에 있기 때문이죠. 우리는 정부가 돈을 인쇄해서 돈을 만든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게 돈을 만드는 방식이 아닙니다. 나머지 돈은 어디에서 나오는 걸까요? 그걸 알려면 일단 이 사회에서 돈이 어떻게 도는지부터 생각해봐야 합니다. 간단히 설명해서,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에 조폐공사에서 100원을 찍어서 시중에 줍니다. 그러자 중소기업 사장 A가 그 100원을 대출받아서 기계도 사고 직원들 월급도 줍니다. 다행히 이익이 나서 은행에 대출받은 것을 원금과 이자로 일단 50원을 갚습니다. 그럼 은행은 그 50원을 다시 학원 원장 B에게 대출해줍니다. B는 그 돈으로 학원 운영비, 선생님 월급을 주죠.

이렇게 은행에 다른 누군가가 저금을 하거나 갚은 돈을 나에게 대출해준다고 생각할 것입니다. 이제껏 우리가 알고 있었던 은행의 모습이기 때문이죠. 하지만 그건 우리가 은행에 대해서 너무도 모르기 때문에 하는 이야기입니다. 은행은 예금 한도 내에서만 빌려주진 않습니다. 은행에서 인출하려 올 때 '죄송합니다. 당신의 예금을 방금 철수 씨에게 대출해줬습니다. 30년 후에 찾으러 오세요’ 하지 않습니다. 예금으로 대출해주는 것이 아니다? 그럼 대체 어느 돈으로 대출해주는 것일까요? 만약 돈이 돈다면 시중에 있는 돈은 딱 100원뿐이죠. 말도 안 되죠. 조금 전에 분명히 조폐공사에서 찍은 돈보다 훨씬 더 많은 돈이 시중에 돌아다닌다고 말했죠. 시중에 있는 돈은 당연히 100원보다 훨씬 많죠. 그렇다면 어떻게 찍어내지도 않은 돈이 돌아다닐 수 있을까요? 돈은 이렇게 만들어집니다.

만약 내가 100원을 벌어서 그대로 금고에 넣어두면 돈은 계속 100원뿐이다. 은행도 마찬가지다. 예금한 100원을 그대로 두면 돈은 계속 100원뿐이다. 그런데 은행은 이걸 그냥 그대로 넣어두지 않는다. 은행은 그중에서 10원만 남겨두면 나머지 90원을 대출해줄 수 있다. 그걸 A가 대출했다. 그런데 이상하다. 내 통장에는 분명히 100원이 찍혀있는데 A가 대출한 금액은 90원, 이제는 나와 A 둘이서 마음대로 꺼낼 수 있는 돈은 190원이 되었다. 100원이 어떻게 190원이 된 걸까? 수학 방정식에 집어넣어 봐도 전혀 맞지 않는 계산이다. 왜 갑자기 90원이 생겼으며 은행은 왜 100원을 다 빌려주지 않고 10원을 남겼을까?

약속 때문입니다. 이것을 부분 지급 준비율 (은행이 예금 고객에게 줄 돈으로 쌓아 둬야 하는 비율)이라고 부릅니다. 정부랑 은행이랑 약속한 것이죠. 100원이 들어오면 은행은 10원을 남기고 나머지 90원은 대출에 줘도 된다고 정부가 허락한 것입니다. 그래서 없던 돈 90원이 갑자기 생기게 된 것입니다. 분명히 경제학 교재에도 쓰여있습니다. 그리고 이 원리를 그대로 적용한 것이 1963년 미국 연방준비은행 Federal Reserve Board에서 만든 업무 매뉴얼, 현대 금융원리입니다. 이 문서는 돈의 탄생 원리에 대해서 정확히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 비중을 따르면, 18% 지급준비로 갖고 있게 되어있습니다. 지급준비율이 10%라면, 한마디로 은행은 은행에 들어온 100원 중 10%, 즉 10원만 남기면 나머지 90원은 대출해줄 수 있다는 뜻이 되는 것입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요? 사실 지급 준비율은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 역사는 영국 사람들이 금세공업자에게 금의 안전을 위해 맡기던 것에서 유래됐습니다.


N. Gregory Mankiw (1958-)

유명한 캐나다 경제학자 N. Gregory Mankiw가 쓴 책 거시경제학 Macro-economics에서 이 얘기를 자세하게 다루고 있습니다. 이 야야기는 16세기 영국의 도시들에서 자주 있었던 일이죠.

이 시대 때는 금(Gold)이 돈(money)이었죠. 그런데 금은 무거웠죠. 금세공업자는 금을 휴대하기 편리하게 금화로 만들었고 그리고 그걸 보관하기 위해 금고를 마련했죠. 사람들은 자신들의 금화를 보관하기 위해서 그 세공업자의 금고를 빌려 씁니다. 그러면 금세공업자는 보관증을 써주죠. 그래서 보관증만 들고 오면 언제든 금을 내주겠다는 약속을 만들게 되죠. 물론 보관료도 받았죠.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자 사람들은 금화를 교환하는 대신 금 보관증으로 거래하기 시작했죠. 금보다 훨씬 가볍고, 언제든 가서 금화로 바꿀 수 있었죠. 그것을 본 금세공업자는 깨닫게 되죠. 사람들은 한꺼번에 모든 금화를 찾으러 오지도 않고 동시에 몰려오지도 않는다는 것을요. 그래서 금화를 빌려주고 이자를 받기 시작한 것이지요. 대출이 잘 갚아지는 한 아무도 모를 것이라 생각했겠죠. 금세공업자는 고객의 금화를 돈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대출해주기 시작했고 대출하면서 받은 이자로 많은 이익을 남기게 되었죠. 그러다 금세공업자는 금고에 있지도 않은 금화를 마음대로 빌려주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금세공업자가 없는 돈을 만든다는 사실을 꿈에도 모르고 있죠. 금세공업자들은 금고의 금보다 10배 많은 보관증을 발행하게 되죠. 그렇게 엄청난 부를 쌓다 보니 은행가로 대변신하게 되죠. 사람들은 금세공업자들은 의심하기 시작했고 그러다 몇몇의 부유한 예금주들이 나타나 자신들의 금화를 다 가져가 버리게 되는데 뒤늦게 찾아온 사람들도 와서 금화를 찾으려 했지만 이미 금고엔 금화가 다 동나서 받을 수 없게 되었죠. 있지도 않은 금화를 빌려주다 보니 Bankrun (은행에 돈을 맡긴 사람들이 동시에 돈을 찾는 현상)이 일어난 것이죠.

현대에서도 아무리 건전한 은행일지라도 Bank Run(경제상황 악화로 금융시장에 위기감이 조성되면서 은행의 예금 지급 불능 상태를 우려한 고객들이 대규모로 예금을 인출하는 사태)이 일어나면 금세공업자처럼 망하게 되어있습니다. 이것이 은행이 제일 무려 워 하는 현상이죠. 이것이 금융 위기 때 일어나는 현상입니다. 이런 금융위기는 300~400년 전에 시작되었고 그 이후 주기적으로 종종 일어납니다.

영국 왕실은 오랜 전쟁으로 금화가 많이 필요해졌습니다. 그래서 영국 왕실은 금세공업자가 가상의 돈을 만들어서 대출 영업을 할 수 있도록 특별히 허가를 해줍니다. 당시 영국 왕실은 금 보유량의 약 3배까지 대출할 수 있도록 허가해줍니다. 왕은 전쟁을 위해 돈을 빌려야 했고, 상인들은 무역로가 확보되길 바랬죠. 이런 연결고리가 생기고 부르주아 자본주의 상인들과 국가가 서로 연합을 하고 거래가 성립되죠. 왕은 상인들이 잉글랜드 은행 설립할 수 있게 특권을 준거죠.

이런 과정을 통해서 은행이 설립되고 또 이런 지급준비율을 이용해 돈을 마음대로 불릴 수 있게 되죠. 그리고 이 약속은 현대 은행에도 그대로 적용되고 있습니다. 예금액 대부분은 은행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다 대출되어 있죠. 은행에 두는 지급준비율은 통상 10% 정도이고 나머진 다 대출되어 있다는 말인 거죠.


지급준비율이 10%인 경우에 돈이 얼마나 불어날 수 있는지 계산해보죠. 100억이 은행에 들어왔다고 가정하고 지급준비율 10%인 10억을 놔두고 나머지 90억을 대출해줍니다. 이렇게 난데없이 생긴 90억 인 이 돈을 신용통화라고 부르죠. 이 90억을 A은행이 받고 그들 또한 10%인 9억을 놔두고 81억을 B은행에게 대출해줍니다. 이렇게 반복되어 돈이 불어나는데 이 과정을 신용창조라고 부르죠. 이렇게 빌려줄 수 있는 최대까지 빌려준다면 원래 있던 100억을 더해 최대 1000억까지 불려집니다. 즉, 은행이 대출해 줄 때마다 새 돈이 생긴다는 말이죠. 그래서 모든 돈은 credit(신용)입니다. 지불에 대한 약속이죠. 고로 오늘날엔 돈은 금과 무관해집니다. 더 많은 대출을 해줘야 통화 시스템에 더 많은 돈이 생깁니다. 그래서 자꾸 은행에서 대출을 권하는 것이죠. 고객이 돈을 대출해가야 은행은 새 돈이 생기기 때문이죠. 지급 준비율이 낮을수록 은행에서는 더 적은 돈만 남기면 되죠. 돈을 더 많이 불릴 수 있다는 뜻이죠. 우리나라는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이 결정합니다.


한국은행이 애플 은행에 5000억 원을 대출로 공급합니다. 그럼 애플 은행은 이 돈을 대기업 사장 남자 1호에게 대출해주죠. 남자 1호는 그 돈을 A에게 재료값으로 줍니다. A는 그중에서 5% 정도인 250억 원을 회사 금고에 현찰로 넣어 두고 쓰고 나머지 4750억 원은 은행통장에 예금해 놓고 사용한다고 가정하겠습니다. 이 돈은 오렌지 은행에 A의 예금계좌로 들어가게 됩니다. 그럼 오렌지 은행은 A가 예금한 돈의 3.5%인 166억 3천만 원을 지급준비금으로 떼어 놓습니다. 그리고 나머지 4583억 8천만 원을 남자 2호에게 대출해 주죠. 남자 2호는 B 씨에게 지불하고 B 씨는 역시 5% 정도만 현찰로 두고 나머지 금액은 바나나 은행에 예치합니다. 이런 식으로 계속 반복되죠.

그럼 얼마로 늘어날까요? 대출할 수 있을 때까지 다 대출한 경우에 모두 6조 60억 원이 됩니다. 이렇게 5000억이 6조 60억이 되다니 신기할 따름이죠. 여하튼 새 돈이 생기는 방법은 아주 간단합니다. 새 돈이 만들어지는 과정은 뚜껑을 열 때마다 살짝 더 작은 인형이 나오는 러시아 인형과 같습니다. 돈은 은행에 들어갈 때마다 계속 불어나게 돼 있습니다.

"금융시스템의 돈은 거의 눈에 보이지 않고, 단지 컴퓨터 화면에 입력된 숫자로만 존재합니다" - Niall Campbell Douglas Ferguson -
“우리의 통화 시스템에 빚이 없으면 돈도 없습니다”
- Merriner Eccles (연방준비은행 FRB의 장) 1941년 하원 금융통화위원회 청문회 中 -
"은행은 무엇을 할까요? 남의 돈을 가지고 돈을 법니다."
- John Steele Gordon -


이젠 시중에 돌고 있는 돈이 조폐공사에서 찍어내는 돈보다 훨씬 많다는 사실을 방금 깨닫게 되었습니다. 통화량이 올라간 만큼 물가도 비슷하게 올랐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금값을 보면 물가가 얼마나 올랐는지 더 확실하게 알 수 있습니다. 1970년 1000달러를 가지면 금 28온스(OZ)를 살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2012년 2월 1일 금 시세는 1온스 당 1738달러 1000달러를 가지면 겨우 0.58온스의 금을 살 수 있을 뿐입니다. 가격이 무려 48배나 올랐습니다. 물가가 계속 오르는 가장 큰 이유는 돈이 많아졌기 때문입니다. 돈이 많아지면 돈의 가치가 떨어지는 건 당연한 일이죠. 돈이 많아지면 돈의 가치가 떨어지는 건 당연하니깐요. 이렇게 통화량 증가로 화폐가치가 하락하고, 물가가 오르는 경제현상을 통화팽창 Inflation이라고 부르죠. 시중은행이 대출을 해서 돈을 불리는데 그 원금은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이 준다는 걸 우린 이제 압니다. 그런데 이 중앙은행도 돈을 불립니다. 중앙은행은 시중에 통화량을 조절하는 일을 합니다. 그 일을 하기 위해서 2가지의 권한을 가지고 있죠. 이자율을 통제할 수 있는 권리와 화폐를 찍어낼 수 있는 권리죠. 중앙은행은 이자율을 조절해 시중에 통화량을 조절하죠. 그런데 시중에 통화량을 조절하는 또 다른 한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바로 화폐를 찍어내는 일이죠. 그것을 Quantitative Easing 양적 완화(중앙은행이 화폐를 찍어 통화량을 늘림으로써 경기방어와 신용경색을 해소하는 정책)이라고 부르죠. 한마디로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내려도 효과가 없을 때 직접 돈을 푸는 방법을 말합니다.


그런데 중앙은행이 이렇게 돈을 계속 찍어내야만 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Roger Langrick이 쓴 “A Monetary System for the New Millenniunm 새로운 천 년을 위한 통화 시스템”이란 논문에서 제시한 이론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한 외딴섬에 중앙은행 A가 있고 시민 B와 시민 C가 있다고 가정해봅시다. 중앙은행이 딱 10,000원만 발행했고, 시민 B가 그 10,000원을 연이율 5%로 대출받습니다. 그러니까 시민 B는 1년 뒤에 10,000원+500원을 갚기로 한 것이죠. 시민 B는 빌린 10,000원을 가지고 시민 C한테 가서 배를 사고 그다음에 낚시를 가서 열심히 고기를 잡아 돈을 법니다. 그렇다면 시민 B는 1년 뒤에 10,500원을 갚을 수 있을까요?

답은 No입니다. 왜냐하면 섬에는 딱 10,000원만 있기 때문입니다. 이자로 내야 할 500원을 어디에도 없죠. 그렇다면 어떻게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할까요? 방법은 딱 하나. 다시 돈을 찍어낼 수밖에 없습니다. 중앙은행이 500원을 발행하고 그걸 누군가(시민 D)에게 대출하는 거죠. 그럼 섬에 있는 돈은 10,500원이 전부가 되게 되어 시민 B는 돈을 갚을 수 있게 됩니다. 그렇다면 아까 500원을 대출받은 사람의 원금과 이자는 어떻게 될까요? 결국은 또 돈을 찍어내야 하고 또 누군가는 돈을 빌려야만 합니다. 결론은 이자가 없기 때문에 중앙은행은 계속 돈을 찍어낼 수밖에 없는 것이죠. “이자와 과거의 대출을 갚는 유일한 방법은 더 많은 대출을 주는 것”이란 공식이 나오게 됩니다. 이것이 통화량을 팽창시키고 통화의 가치를 떨어뜨립니다. 사실 inflation은 누구나가 좋아하죠. 돈이 많이 도니까 소비도 많아지게 되는 거죠. 그래서 잘 사는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잘 사는 것처럼 보일 뿐이죠. Hyper-Inflation (급격하게 발생한 인플레이션 물가 상승 현상이 통제를 벗어난 초인 프레이 션 상태). 단기간에 너무 많은 돈을 찍어내면 일반적으로 인플레이션이 발생합니다. 중앙은행이 과도하게 돈을 만들었을 때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위험이 있습니다.


아까 섬 이야기로 돌아가서 예를 든다면, 시민 B가 10,500원을 다 갚으면, 이젠 시민 D가 500원을 갚아야 하는데 시중에 돈은 없습니다. 이렇게 되면 시민 D는 파산하게 되는 거죠. 즉, 이자를 갚으려면 누군가의 대출금을 가져와야 한다는 말이 되는 거죠. 그래서 현대 금융시스템에서 빚을 갚는 것은 개인한테는 좋은 일이지만,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할 수 있게 되는 거죠. 돈이 적게 돌면, 결국 누군가는 이자를 갚을 수 없게 되고, 그러면 그 사람은 파산할 수밖에 없게 되죠. 그래서 당연히 수입이 적고, 빚은 많고, 경제사정이 어려운 사람이 제일 먼저 피해자가 되는 거죠. 현대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의 시스템은 "빚 보전 법칙"이 지배하는 시스템이죠. 누군가 빚을 갚으면 누군가는 파산하게 됩니다. 모든 돈이 빚에서부터 시작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자본주의 속에서는 경쟁이 필연적입니다. 이자 시스템이 존재하는 한, 다른 이의 돈을 뺏기 위해 경쟁할 수밖에 없게 되어 있습니다. 우리는 저마다 살아남기 위해 싸웁니다.


우리 은행 시스템은 아이들의 의자 앉기 놀이와 다를 바가 없다. 노래하고 춤추는 동안은 낙오자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음악이 멈추면 언제나 탈락자가 생긴다. 의자는 항상 사람보다 모자라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일이 반복되면 시중에 돈의 양이 줄어들기 때문이죠. 돈이 부족하니 돈을 못 갚는 사람들이 더 급격히 늘어납니다. 대량 부도 사태가 속출하고 파산하게 됩니다. 통화량도 계속 줄어듭니다. 팽창이 멈추는 순간 우리는 순식간에 추락할 수밖에 없습니다. 바로 Deflation(통화량이 축소로 물가가 하락하고 경제활동이 침체되는 현상)이 일어나기 때문이죠. 일단 돈이 없으니 기업이 위축됩니다. 생산과 투자를 줄이게 되고 실입률도 높아집니다. 그래서 deflation은 누구나 싫어합니다. 세계의 신용은 무너졌습니다. 여전히 deflation에 있습니다. 유럽 연합에 여러 국가가 빚에 허덕이고 있죠. 누구에게 진 빚인가요? 빚과 이자를 갚을 돈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inflation후에 deflation이 오는 것은 숙명과도 같은 일입니다. 왜냐하면 호황이 진정한 돈이 아닌 빚으로 쌓아 올린 것이기 때문이죠. 상품을 만들어 번 돈이 아니라 inflation으로 만든 돈. 일해서 번 돈이 아니라 빌린 돈이기 때문입니다. 경제에도 계절이 있는 것입니다. 지진이 언제 일어날지 아는 것만큼 금융위기가 정확히 언제 일어날지 미리 아는 것은 어렵습니다. 하지만 지진학을 통해 어느 지역에 지진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은지 알 수 있는 것과 같이 금융시스템의 위기를 예측하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Nikolai Kondratiev (1892-1938)

러시아 경제학자 Nikolai Kondratiev는 자본주의 경제환경에서는 장기순환주기 존재한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그 주기가 48~60년 정도 된다는 결론을 내리죠.


Joseph Schumpeter (1883-1950)

오스트리아 경제학자 Joseph Schumpeter 역시 자본주의 경제는 물결처럼 상승과 하강을 반복한다고 주장했습니다. 54~60년. 이것은 콘드라티예프 파동이라고 부르죠.


미국의 콘드라티예프 주기의 겨울은 2000년부터 이미 시작됐습니다. 2007년부터 시작한 급격한 이자율 하락은 디플레이션의 절정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금융 회사들은 빚을 갚을 능력이 없는 사람들에게까지 돈을 대출해 주는 겁니다. Mortgage라고 부르는데, 그들이 그 돈으로 집을 사고 차를 샀죠. 그런데 부동산 가격이 추락하니 사람들이 빚을 못 갚게 되고 금융위기가 시작된 것이죠. 우리나라도 상황은 비슷합니다. 우리의 아버지들은 집값은 항상 오르는 것으로 알았습니다. 하지만 그건 콘드라티예프 주기의 여름에 사셨기 때문입니다. 이제 우리는 부동산 가격이 계속 떨어지는 것을 두 눈으로 목격하고 있습니다. 이제 왜 금융위기가 일어나는지, 왜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지, 왜 부동산 가격이 좀처럼 오르지 않는지, 왜 젊은 사람들이 취직을 못하는지 아시겠죠? 갚아도 갚아도 없어지지 않는 빚. 우리는 결코 갚을 수 없는 부채 사슬에 묶여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위기에 희생되는 언제나 힘없는 우리들 중에 누굽니다.

"이건 민주적인 시스템이 아닙니다. 은행가를 위한, 은행가에 의한 민간은행 시스템입니다"
- Ellen Hodgson Brown (미국공공은행연구소 대표) -

우리는 물고기입니다. 누군가가 다가옵니다. 물과 양분을 주듯이 돈을 풉니다. 이제 살았구나 싶습니다. 우리는 금융자본이 쏟아붓는 빚을 먹고 몸집이 커집니다. 그러나 때가 되면 금융자본은 순식간에 물을 뺍니다. 이미 커져버린 몸집은 어찌할 도리가 없습니다. 어떻게든 살아남으려 하지만 이미 죽은 목숨입니다.

"은행은 당신을 각박한 세상으로 내보내 다른 모든 사람과 싸우라고 한다"
- Bernard Lietaer -


2008년, 미국의 금융위기는 전 세계로 퍼져나갔습니다. 뉴스와 신문은 연일 미국의 FRB가 무엇을 했는지 미국의 경제 상황이 어떤지 그래서 우리나라의 전망은 어떤지를 분석하는 기사를 쏟아냈습니다. 하지만 전 세계는 아직도 불황의 터널에 있습니다. 물론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 왜 이렇게 미국, 미국 하느냐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실 겁니다. 미국이 뭘 하든 어찌 됐든 내 지갑 속의 돈과 무슨 상관인가 하실 겁니다. 생각해 보시죠. 우리나라는 자원이 거의 없습니다. 석유도 철광석도 나무도. 거의 다 수입하죠. 그런데 그런 걸 사려면 기축통화 Key Currency(국제거래에 통용되는 결제 수단)인 달러가 필요합니다. 수많은 돈 중에 가장 의미 있는 돈은 달러뿐입니다. 달러가 기축통화이기 때문이죠. 그런데 달러는 어떻게 세계 기축통화가 되었을 까요? 금 태환 제도 Gold Standard System에 대해서 알아보죠.


1944년 미국 뉴햄프셔주 브레튼우즈에는 미국으로 중심으로 44개국의 대표들이 모였습니다. 그들은 외한 금융시장을 안정시키고 무역을 활성화한다는 목적으로 브레튼우즈 협정(종전 직전 미국을 포함한 44개국의 대표들이 참가한 연합국 통화 금융 회의에서 탄생한 협정)을 맺었습니다. 미국 돈인 35달러를 내면 금 1온스를 내주겠다고 각국의 통화를 달러에 고정시킨 것입니다. 미국의 달러가 세계의 기축통화가 되는 순간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들의 욕심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죠. 베트남 전쟁으로 달러 가치가 하락하자, 금으로 바꿔달라는 요구가 많아졌습니다.  그러자 금 보유고가 크게 떨어지고 돈을 찍어내려면 금이 더 필요해졌지만 금을 확보하기 힘들어졌습니다. 그러자 다른 나라들이 달러 가치를 의심하기 시작했죠.


Richard Milhous Nixon (1913-1994)

결국 미국의 Richard Milhous Nixon 대통령은 일방적으로 금 태화 제도를 폐지하기로 정했죠. 1971년 이전의 달러에는 'Ten dollars in gold coin'라고 은행에 가면 언제든지 금으로 바꿔주겠다고 적혀 있었지만 1971년 이후의 달러에는 '금'과 무관합니다. 그저 종이돈일 뿐입니다. 1971년은 달러가 금으로부터 자유로워진 역사적인 해였습니다. 이제 미국이 원하기만 하면 마음대로 돈을 만들 수 있게 된 것이죠. 그렇다면 달러는 누가 발행할까요? 미국 정부일까요? 아니면 민간은행일까요? 정답은 민간은행입니다. 달러는 Federal Reserve Bank 미국 연방준비은행에서 찍어냅니다. 우리나라로 치면 한국은행과 같은 것이죠. 그런데 조금 다릅니다. 한국은행은 정부기관이죠. FRB의 첫 단어 Federal은 '연방정부의'라는 뜻이지만 뜻과 달리 민간은행입니다. FRB (12개의 지역 연방준비은행과 약 4,800개의 일반 은행이 회원으로 가입)(최고 의결기관으로 연방준비제도 이사회를 둠). 정부도 FRB로부터 돈을 빌려야 합니다. 그리고 바로 그 달러가 세계를 지배하고 있는 것입니다. 몇몇 금융자본들이 세계를 쥐락펴락하고 있는 것이죠.

"연방 준비은행은 완전히 돈벌이 기계다"
-Wright Patman-
“미국이 재채기하면 세계가 감기에 걸린다는 말이 있습니다. 미국 의존도를 줄이는 주장이 많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새로운 기축통화를 찾는다는 거죠. 하지만 기축통화를 쓸 만큼 경제규모가 큰 나라가 없습니다. 맘에 들 든, 말 든 당분간 세계는 미국에 고정된 것입니다.”
- John Steele Gordon -


결국 전 세계는 미국 금융에 운명을 맡기고 있습니다. 미국, 미국 하는 것이 맘에 안 들어도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그래서 돈의 흐름을 알려면 미국의 정책을 알아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나의 지갑이 세계 경제와 그리고 미국 경제와 연결돼 있는 이유입니다. 이제 자본주의 세상이 좀 보이십니까? 큰 그림에서 돈의 흐름을 봐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제자리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가난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우리가 잊어버린 돈은 우연히 아닙니다. 시작부터 잘못된 통화정책과 탐욕스러운 금융자본의 그 첫 번째 차림이 있습니다. 물론 빚으로 만든 돈을 흥청망청 쓴 우리의 잘못도 큽니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돈이 돌아가는 원리를 모르면 희생자가 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입니다. 돈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금융자본주의 세상에서 빚은 돈입니다. 돈은 빚입니다. 이자가 없는 세상에서 우리는 언제 의자를 뺏기지 모릅니다. 그래서 우리는 돈의 노예, 빚의 노예일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나무가 아닌 숲을 보는 안목이 필요합니다. 미국이 어떻게 돌아가고 그래서 우리나라의 정책은 어떻게 변할 것인지 생각할 수 있어야 합니다. 지금이 디플레이션의 시대인 것도 아셨을 것입니다. 그러니 지금 당장 빚을 내라고 흥청망청 쓰라고 유혹하는 목소리가 들릴지라도 스스로 중심을 잡고 판단하셔야 되겠습니다. 나와 내 가족을 지켜야 합니다. 그래도 참 다행입니다. 추운 겨울을 잘 지내면 따뜻한 봄이 올 테니까요.


Nathan Mayer Rothschild (1777-1836)
“나는 어떤 꼭두각시가 권력을 획득하는지 신경 쓰지 않는다. 영국의 통화를 지배하는 자가 대영제국을 지배하는 것이고, 나는 영국의 통화를 지배한다."
- Nathan Mayer Rothschild -


John Quincy Adams (1767-1848)
"한 나라를 예속시키는 방법은 두 가지다. 하나는 칼로 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빚으로 하는 것이다."
- John Quincy Adam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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