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보다 두려워해야 할 것
▶ 1. 시들어가는 꽃을 좋아하는 이유
조화나 생화 중에 선물을 받는다면 무엇을 받고 싶으세요? 우리는 생화를 받으려고 합니다. 왜 시드는 생화를 받을까요? 플라스틱 꽃을 선택한다? 우리는 그것을 선택하지 않죠. 사실은 예쁘지도 않죠. 왜 덧없이 시들어가는 것을 좋아할까? '살아있으니까'. 맞아요. 살아있으니까 죽는 거예요. 꽃은 피었으니까 지는 거죠.
어떤 한 한생이 사랑에 실패했다가 최근에 어떤 남자를 만나게 됩니다. 그리고는 말하죠. "다시 꽃이 피었어요!" 그다음 그 아이는 선생님에게 이런 질문을 하게 됩니다. "지금 피었는데, 이 꽃을 오래 영원히 지속할 수 있는 방법이 뭐가 있을까요?" 선생은 이렇게 대답합니다. "넌 핀 적이 없다."
그 아이는 사랑에 대해서 제스처를 취하고 있는 거죠. 꽃을 영원히 간직하는 법을 묻는다는 것은 안 피었다는 거죠. 조금만 더 생각을 해본다면 누구나 알 수 있죠. 피면 그런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는 것을. 피면 어떻게 되죠? 지게 되죠. 피었으니 지는 거죠. 어떤 식물이 꽃을 안 피우면 지지도 않죠. 그것이 더 무서운 것이죠. 우리는 살아있다. 그것이 삶이다. 그런데 왜 우리는 죽음에 사로잡혀 있나요? 왜 보험을 들고 있을까요? 왜 항상 죽음에 전전긍긍하고 있나요? 그 에너지를 피는 것에 쓰더라도 필까 말까 한 것인데. 인생을 살아보면 알게 되죠. 엄청나게 노력해도 꽃은 잘 안 피죠.
▶ 2. 죽음을 외면하지 말라
싯다르타가 마지막에 죽었을 때 했었던 가르침을 담은 내용이 열반경이라는 경전에 있습니다. 제자들에게 마지막 가르침이 그것이죠.
애들아 고개를 돌리지 말고 무상에 직면해라
무상이란 영원하지 않은 것이죠. 죽음 같은 거죠. 우리에게 가장 강렬한 무상은 죽음 같은 것이죠. '영원할 것 같았던 그 사람이 내 곁을 떠났네'처럼 강렬한 무상이 어디에 있나요? 그런데 마지막 가르침이 이것이었죠. '애들아 무서워하지 말고 고개를 돌리지 말고 무상에 직면해라'. '고개 돌리지 말고'가 중요해요. 얼핏 스치듯 보는 것 말고, 고개를 돌리지 말고 눈을 부릅뜨고 무상에 직면하라는 뜻이죠. 우리들이 집에 가서 부모님 얼굴에서 무상을 보는 날, 굉장히 힘들어질 거예요. 영원하지 않음을 본 것이기에. '어? 작년이란 너무 다르게 노쇠하셨네?" 이것이 보이는 것. 혹은 더 심하면 이렇게 볼 수도 있죠. '내년 되면 어머니가 내 곁을 떠날 수도 있겠구나'
이번 봄에 벚꽃을 보러 가신분들 계시나요? 안 갔다면 그 이유는 뭘까요? '내년에도 다시 피고, 작년에도 피었고, 재작년에도 피었고, 내가 죽어도 핀다' 이렇게 생각하지 않았나요? 하지만 이것을 아는 사람은 가게 되겠죠. '올해 피는 꽃이 작년에 핀 꽃이 아니고 내년에 필 꽃이 아니야' 설날에 부모님을 만나러 갈 때 혹은 가까운 사람들을 만나러 갈 때 무상을 보세요. 고개 돌리지 말고, 영원하지 않을 것 같은 죽음 그런 것을 보세요. 그러면 옛날이랑 다를 거예요. 떠나기가 힘들어지죠. 마치 벚꽃을 보다가 떠나기라도 하면 곧 질 것 같은 느낌이 힘들어서 못 떠나듯이. 매일같이 지는 노을의 모습을 보면 내 마음이 뭉클해지는 것이 그런 이유에서 있는 것이죠. 이렇게 또 돌아오지 않을 하루가 지나가는구나 하고.
▶ 3. 죽음보다 두려워해야 할 것
타인에 대해서 뿐만 아니라 여러분에 대해서도. 싯다르타의 마지막 말을 기억했으면 좋겠네요. '얘들아 고개 돌려서 보지 말고, 꼿꼿이 무상을 봐라'. 플라스틱 조화를 선택하지 말고, 생화를 선택했던 너의 감수성 그것이 옳다는 것을.
금부치로 장신 된 것들. 유산. 돈. 이런 것들은 우리보다 오래가는 것들이죠. 이렇게 우리보다 오래가는 것들에 사로잡혀서 그 안에서 영원을 꿈꾸지 마요. 꽃은 무엇을 무서워한다고요? 안 핀 것을 무서워한다고. 지는 것을 무서워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도 그렇게 해야 하는 거예요. 죽음을 무서워하지 마세요. 삶을 제대로 못 살아 낸 것을 무서워해야 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