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인 것은 개체들을 적과 동지로 구분한다."
성악의 대립이 그래도 간단히 미추美醜또는 이해利害의 대립과 동일시되지 않고, 또한 곧바로 그와 같은 대립으로 환원하는 것이 허용되지 않는다면, 적과 동지의 대립은 더구나 이상의 대립들과 혼동하거나 혼합해서는 안된다. …… 적이란 바로 타인, 이질자이며, 그 본질은 특히 강한 의미에서 존재적으로 어떤 타인이며 이질자라는 것으로 족한 것이다. …… 모든 종교적, 도덕적, 경제적, 인종적 또는 그 밖의 대립은 그것이 실제로 인간을 적과 동지로 분류하기에 충분할 만큼 강력한 경우에는 정치적인 대립으로 변화하게 된다.
≪정치적인 것의 개념≫
정치적인 것의 개념적 징표로부터 국가 세계의 다원론이 생긴다. 정치적 통일체는 적의 현실적 가능성을 전제로 하며, 이와 동시에 공존하는 다른 정치적 통일체를 전제로 한다. 따라서 무릇 국가가 존재하는 한은 항상 복수의 국가들이 지상에 존재하며, 전 지구와 전체 인류를 포괄하는 세계 국가라는 것은 존재할 수 없다. 정치적 세계란 다원체 Pluriversum이지 단일체 Universum가 결코 아니다. …… 오늘날 강대국 사이의 전쟁은 세계전쟁으로 쉽게 발전하기 때문에 따라서 이 전쟁의 종결은 세계평화를 의미하고, 또한 동시에 철저하고 궁극적인 탈정치화라는 목가적인 최종 상태를 의미할 것이 틀림없다고 생각하는 것은 곧 사라지게 될 착오에 불과하다.
≪정치적인 것의 개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