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씩, 그러나 분명히 바뀌는 것들
바닷가 근처 산책.
파도와 모래사장을 오래 바라보았다.
모래사장은 매일 조금씩 다르게 생긴다.
어제의 발자국은 오늘이면 사라지고,
파도는 아무렇지 않게 밀려와 그 자리를 깎아간다.
그 변화는 눈에 띄지 않는다.
그저 반복일 뿐인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매일같이 밀려드는 물결은
조금씩, 아주 조금씩
모래사장의 모양을 바꾼다.
부드럽고도 끈질긴 힘.
지우는 듯하지만,
사실은 새로 쓰고 있는 중이다.
우리의 감정도,
관계도,
삶의 흐름도
그런 파도처럼
작고 반복적인 것들로 만들어진다.
하루의 습관,
무심한 말 한마디,
조금씩 쌓이는 거리감과 조금씩 닿아오는 진심.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예전과는 다른 사람이 되어 있다.
그리고 그 변화는
폭풍처럼 오지 않았다.
그저, 하루하루의 파도가 나를 깎고 있었던 것이다.
혹시 지금
나는 어떤 파도에 깎이고 있는 걸까.
그게 나를 지우는 것 같아도,
어쩌면 더 나은 형태로 다듬고 있는 건 아닐까.
오늘도 파도는 모래사장을 깎는다.
그리고 나는 조금 더 나다워지고 있다.
필명 |정각(正覺):
문제를 바르게 꿰뚫고,
삶을 새롭게 정의하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