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보은 Sep 07. 2020

일러스트레이터 디지털 노마드로 살아가게 된 과정

여행하면서 돈벌기

여행하면서 돈벌고 싶다!
내가 원했던 삶의 모습 


출근하지 않는 삶
혼자 일해서 돈을 버는 삶
정착하지 않고 안주하지 않는 삶 


고등학교 때 생각한 내 삶의 목표였다. 왠지 모르게 어렸을 때부터 출퇴근과 회사생활, 상사, 월급, 직장이라는 단어에 막연한 두려움이 있었고, 어떻게든 피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선택한 건 그래도 적성에 맞을 것 같은 미술, 디자인 계통의 일. 

고등학교 2학년때부터 미술 입시를 시작했고, 디자인 대학을 갔다. 인 서울은 아니었지만 나름 다니던 도중 다시 한번 미래에 대해 생각을 깊숙이 해본 시기가 있었다. 휴학을 하고 매일매일 자아 성찰의 시간을 가졌다.

내 성과를 내고 나만의 커리어를 쌓아서 내가 브랜드가 되는 일이 하고싶었고, 고민하다가 일러스트 작가라는 직업을 가져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때부터 개인작업을 시작했고, 총 3개의 사업자를 냈으며 그중 하나만 지금까지 이어가고 있다.

나는 항상 '영화' 에 대한 목마름이 있었다. 영화가 너무 좋았고 영화감독이라는 직업이 부러웠지만 혼자서 영화를 만들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보지 못했다.     




sbs 스페셜, 궁금한이야기 Y 첫 외주들 (2014)


학교 다니며 외주하던 때



https://www.youtube.com/watch?v=W61OLwX_8ig

첫 외주 유튜브 보러가기




아직은 희미한 내가 원하는 삶의 방식 


복학을 하고 영상 수업을 들었는데, 비메오라는 사이트를 처음 접했다. 그곳에는 내가 원하는 일을 하는 사람들이 가득했다. 독립 영화, 독립 애니메이션.  

수업에서 만든 애니메이션 과제물을 포트폴리오 사이트에 업로드 했는데, 방송국 피디님에게 연락이 왔다. 

프로그램에 들어가는 삽화 애니메이션을 제작해 줄수 있냐고! 그때부터 내가 하는 일로 돈을 벌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고, 지금까지 좋아하는 일로 수익을 내고 있다.  

외주일을 열심히 하고 있었는데, 항상 어떤 공허함이 있었다. 정착해버리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스멀스멀 들기 시작했고 방 안에 갇혀 수작업으로 애니메이션을 만들고 있을때 성취도 있지만 내 생활이나 나를 잃어버리는 것 같았다. 

일과 생활의 균형이 전혀 맞지 않은 상태로 2015-2018년을 보냈다.   



전시했던 작품의 스케일. 스튜디오나 작업실은 꼭 필요한 상황이었다.


촬영, 작업 도구들과 장비들. 이걸 가지고 여행을 떠날수는 없었다.


삼성 80주년 애니메이션 작업 당시의 작업 스케일



http://www.youtube.com/watch?v=xB_J8tigw5g

작업만 하던 내 라이프스타일 유튜브 보러가기



여행하면서 일하는 삶의 개념을 접하고 ✈️ 

그러다가 디지털노마드 라는 개념을 알게 되었는데, 미니멀 라이프라는 단어를 알았을 때만큼 이거다 하는 기대가 생겼다. 

일하면서 여행하는 삶. 안주하지 않고 마음에 들고 좋아하는 곳에서(나는 자연과 물을 좋아한다) 살아보면서 일을 할 수 있다니. 꿈만 같은 개념이었다.  

하지만 이전까지 내가 하는 일은 스튜디오급의 촬영 장비와 수작업 용품과 일반 방 사이즈보다 큰 스튜디오가 필요했기 때문에 어떻게 장비를 줄여봐도 이동하면서 일을 하는것은 무리라고 생각했다.  

가치관의 충돌이 있었다. 집착도 있었다. 내가 이제까지 일궈놓은 수작업을 놓을 것인가? 내가 좋아하고 지향하는 작업의 지점을 포기할 것인가? 하는 갈림길에서 최근 몇 년간 계속해서 흔들리고 있었다. 그러다가 다시 인생의 목표를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는데, 내가 진짜 원하는 것에 대해 생각해봤다. 

어떤 작업 방식이라는건 사실 나보다 보여주기 위함이었고, 내가 원하는 게 더 중요했다.

이걸 어떻게 간단하게 설명을 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작은 프로젝트를 하면서 여행을 다니면서 내가 원하는 삶의 방식이 확실히 보였다.      



영화제 홍보 디자인 프로젝트 진행하면서 발리에서 서핑 배우기


올해 3-4개월정도 된 베트남-발리 여행에 가져간 모든 짐





http://www.youtube.com/watch?v=pPjUyYy59Io

일하면서 여행하는 일러스트레이터의 TMI 유튜브 보러가기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고 원하는 삶의 목표와 이에 따른 생활방식은? 


-돈이 중요하지만 그것보다 나에게 중요한건 사람들에게 감정과 이야기를 전달하는 것. 

-내가 올리거나 보여주는 컨텐츠, 작품에 대해 위로를 받고 피드백이 오는 것에 대해 엄청난 뿌듯함을 느낀다. 

-아이디어가 정말 많은데 이 속도를 따라갈만큼 빠른 작업 방식이 필요하고 많은 작업을 공개하고 싶다.

-1년에 한번씩 장편(한 시간 30분 정도의) 애니메이션을 혼자서 만들고 싶다. 

-물건을 팔아서 수익을 얻는것 보다는 정보성, 콘텐츠 작품을 보고 광고 수익을 내는 것이 내 안의 도덕적 가치를 건들지 않는 선에서 마음이 편하다. 

-물건보다는 경험을 전달하고싶다.  



이런 가치가 나에게 더 의미 있다고 생각을 했고, 이때부터 디지털 작업으로 옮겼다.

수작업을 완전히 놓지는 않지만 충분히 작고 간단한 정도의 재료라서 이동을 하면서 작업하기에는 무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2020년 2월부터 5월까지 베트남 달랏-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일하며 여행을 했다. 코로나 19 탓에 중간에 접고 들어오기는 했지만 한국에 와서도 역시 디지털 애니메이션을 작업하고 있고, 희망을 쉽게 가지면서 떠나는 날을 기다리고 있다가, 집에서 여행하는 법이라는 에세이를 읽었다. 비용과 시간을 들이지 않고 일상생활에서 여행하는 것처럼 모든 것을 다르게 느껴보기라는 주제를 보며 정곡을 찔린듯한 느낌을 받았다. 지금은 매일 연습 중이다. 내 주변에 있는 것들을 새롭게 보고 여행하는 것처럼 온전히 느끼며 하루하루를 보내는 것을. 떠나는 걸 멈추지는 않을 것이지만 무리하지는 않을 것이다.    



열심히 작업하는 나





   

instagram: @vo_eun

mail: voeun.j@gmail.com 

youtube: 보은 voeu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