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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비벤시아의 나라 스페인 - 17

아들과 함께 한 스페인 안달루시아 여행

by JeongWon Kim

시간의 콘비벤시아, 톨레도


2013년 11월 20일 목요일, 스페인에서의 마지막 날이다. '마지막'이라는 단어 때문에 흘러가는 시간이 더욱 소중하게 느껴진다. 오늘의 일정은 톨레도를 방문하는 것. 톨레도를 마직막 날의 일정으로 잡은 것은 그 도시의 상징성 때문이다. 톨레도는 여러 왕조의 수도 역할을 하며 '콘비벤시아'의 열매가 풍성히 열린 역사적 도시이다. 당연히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의 문화유산으로 등록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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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레도는 도시 전체가 중세의 모습을 잘 간직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박제된 도시는 아니다. 그 도시 속에서의 사람들의 삶은 여느 현대적 도시와 다르지 않게 치열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1.jpg 톨레도 대성당

시간이 정지된 것과 같은 건물들 사이에서 최신 스마트폰과 자동차를 이용하는 주민들과 관광객들을 보면서, 문득 '시간의 콘비벤시아'라는 생각을 해 보았다. 문화가 공존하는 콘비벤시아를 넘어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시간의 콘비벤시아... 600년의 왕도라는 역사를 자랑하는 서울에는 이런 '시간의 콘비벤시아'가 없다. 역사의 무게가 서려 있는 건축물들은 그저 '전시물'로만 남아 있을 뿐이다. 여러 이유가 있어서 현재의 모습이 되었겠지만, 일면 안타까운 점이 없는 것이 아니다. 일제의 잔재라며 한국 근대건축의 기념적 건물인 중앙청을 단호하게 철거해버리는 정치적 이벤트를 보면서 '건축'을 전공한 나로서는 상당히 아쉬운 감정을 느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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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교적 이른 오전에 도착했기 때문에 톨레도 구석구석을 여유 있게 둘러볼 수 있어서 좋다. 한 가지 아쉬운 것은 가이드 없는 투어라서 이 도시에 켜켜이 쌓였을 이야기들을 들을 수 없다는 것이고, 혹시라도 꼭 보아야 할 것을 놓치지 않았을까 하는 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생각, 내 시간대로 돌아다닐 수 있는 자유여행이 좋다.

강 건너편에서 보는 톨레도의 전망이 일품인 것을 여행을 준비하며 알았다. 시내에서 그곳까지 가는 차편이 분명히 있을 텐데, 그냥 걸어서 가기로 했다. 늦가을의 따가운 햇살을 받으며 한 시간 이상 걸어서야 전망 좋은 곳에 갈 수 있었다. 계곡 너머로 보이는 톨레도 시가지의 전체 모습 때문에 한 시간의 수고가 아깝지 않았다.

건물들은 다소 무질서하게 배치되어 있는 것 같으나 전체적으로는 조화된 모습의 아름다운 톨레도가 거기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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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레도 투어를 마치고 마드리드에 도착하니 이미 해가 진 저녁.

스페인에서의 마자막 밤이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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