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를 두는 장소, 관계를 맺는 장소
대학원에서 공부하면서 한국어로 번역하기 가장 애매했던 단어 중의 하나가 로컬(local) 이었다.
대도시의 동네나 지역사회도 local로 표현하기 때문에 단순히 지방이라는 뜻은 아니며,
우리나라의 지역이라는 말로 환원하기에는 그것보다는 공간적으로는 좀 더 좁은 개념인 것 같은 느낌이 들고,
현지라는 단어는 뭔가 외부에서 안을 바라보는 느낌이 들어,
각각의 상황에 맞게 정확하게 치환해서 번역할 수 있을 때가 아니면, 요즘 많이 얘기하는 그 로컬을 의미하고 싶을 때는 그냥 로컬로 쓰게 된다. 그럼 그 로컬의 본질은 뭘까.
로컬의 어원인 loc은 '장소', '두다', '놓다'를 의미한다고 한다. 무엇을 두고, 무엇을 놓는 곳일까? 최근에 떠올라 찾아본 <오래된 미래>의 저자 헬레나 노르베리호지는 로컬의 본질은 관계에 있다고 말한다. 생태운동가로서의 그녀가 가장 주목한 것은 자연과의 관계 회복이다.
관계를 두는 장소, 관계를 맺는 장소...
멀지 않은 거리에서 이웃과 관계를 맺는 곳, 세대간에 관계를 맺는 곳, 자연과의 관계를 맺는 곳, 또는 타지역의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 곳...
가장 먼저 떠오른 곳 중의 하나는 <자키커피>
제주 동문시장안에 있는 근사한 카페다. 이곳은 동문시장 상인들이나 동네 주민들이 언제든지 들러 커피 한잔 하면서 담소할 수 있는 공간이다. 그래서 오히려 많이 알려지면 관광객들이 많아져 가장 중요한 상인들이나 주민들이 이용하지 못할까 염려하기도 했다.
그리고 제주 애월에 있는 <컬러랩제주>
컬러클래스와 제주의 자연을 담은 다양한 디자인 제품을 통해 사람들이 제주의 아름다운 자연과 관계를 맺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로컬의 본질은 관계에 있었는데, 뭔가 다른 것들에 휩싸여 헤메다가 나온 느낌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