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정원 Jun 15. 2020

혁신 생태계 속 업스타트(Upstart)

우버와 에어비앤비 사례를 통해서 본 규제갈등 해결의 시사점

업스타트(Upstart)는 기존 질서에 대항해서 새롭게 출현해 성공을 거둔 사람이나 기업을 뜻한다. 뉴욕타임즈에서 실리콘밸리 전문기자로 활동한 브래드 스톤의 책 <업스타트>는 우버와 에어비앤비, 두 회사가 설립 이후 8년 간 걸어온 여정을 담고 있다. 두 회사 모두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고조되어 미국내 경기가 침체되어 있는 시기에 시작되었다. 사용하지 않을 때 주차되어 있는 차, 사용하지 않는 빈 방 등 잉여 생산물을 경제적으로 활용하면서 사회적 관계도 형성하는 공유경제(Sharing Economy) 개념을 적용해서 과거의 규제들을 지속해서 지키는 것이 대중의 이익을 보호하고자 하는 규제의 본래 목적에 맞는지 의문을 제기하며 새로운 비즈니스 양식들을 구현해 나갔다.

한편, 빠른 속도와 확장력을 통해 유니콘으로 성장해간 이 두 회사에 대해 비판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창업 초기에는 공유경제의 특성을 내재하고 있었을 지라도 지금은 수수료를 떼가는 온라인 중개업과 다를 게 없다는 것이다. 에어비앤비에 집을 등록한 사람들을 살펴보면 자기집을 숙박업소로 쓰는 사람들도 있지만 숙박업소를 운영하는 사람들 그리고 부동산사업자가 많고, 심지어 실제 호텔사업자도 포함되어있다. 우버 운전자들은 사실상 자영업자인 독립계약자(Independent Contractor)로 계약되는데, 많은 노동자들이 상대적으로 진입이 쉬운 이 차량공유 시장에 편입되면서 결국 보호받지 못하는 임시직이 양산됐다. 캘리포니아주 의회에서는 우버 운전자와 같은 플랫폼노동자들을 회사와 계약을 맺은 개인사업자가 아닌 회사에 소속된 근로자로 보고 보험혜택, 최저임금 보장, 초과근로수당 등 직원으로서의 권리를 부여하는 규제법안(Assembly Bill 5)을 통과시켰고, 몇몇 다른 주(州)에서도 비슷한 내용의 법안이 계류 중에 있다. 최근에는 코로나19 영향으로 인한 수요급감으로 공유경제를 표방하는 스타트업들이 경영위기에 직면하면서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하거나 인수합병을 통한 신사업을 추진하면서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그럼에도 각 주(州)가 독립적인 입법제도를 갖고 있는 연방국가 미국에서 두 스타트업이 공식적인 합법화를 끌어내기 위해 대립되는 이해관계자 집단의 강력한 저항 속에서도 규제 당국자 및 입법 의원들과 무수히 많은 회의와 적극적인 대화를 하면서 열성적인 고객들의 지지를 등에 업고 여러 도시에서 차례로 규제 공세를 헤쳐나간 점은 여전히 시사하는 바가 크다. 미국에서 택시면허는 20세기 초 정부가 공급량을 조절해서 교통정체가 심한 도시 거리에 자동차가 과도하게 늘어나는 것을 막기 위해 만들어 졌다. 반면 우버는 많은 사람들이 기존 택시보다 쾌적한 상태로 필요할 때 어디서든 쉽게 이용할 수 있고 결재도 편리한 새로운 운송수단을 원하고 있다는 점을 여러 시도를 통해 확인했다. 토지이용제한법(Zoning Law)은 주거지 내에서의 영리활동을 금지해서 주택공급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반면 에어비엔비는 여행자들이 기존의 숙박시설들을 이용한 틀에 박힌 관광이 아닌 현지인의 생활을 가까이서 체험할 수 있는 지역 고유의 감성을 원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우버는 한 도시에서 우버를 가장 많이 필요로 하는 지역과 특정 사회집단을 선별해서 그들이 확실히 좋게 경험하게 하고 이들이 자신들의 주변 사람들에게 알려 이용하게 하는 전략을 취했다. 이를 통해 우버의 서비스를 사랑하는 열성적인 고객층을 확보해 나갔다. 우버는 워싱턴DC에서 택시법과 관련한 여러 복잡하고 모순적인 규제들 사이의 빈틈을 파고 들어 법을 어기지 않는 범위에서 영업을 시작했고, 매달 30~40%씩 성장했다. 워싱턴DC의 규제당국과 시의회는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우버의 법적 상태에 대해 명확히 하기를 원했고, 우버는 이들과의 대화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하지만 우버의 서비스를 높은 기본요금제로 제한하려는 반대입장에 부딪치자 고객들에게 지지를 호소했고, 고객들은 불과 24시간 만에 시의원들에게 5만 통에 달하는 이메일과 해시태그 ‘#UberDCLove’가 붙은 3만7,000개의 트윗을 보내며 열성적인 지지를 보내주었다. 결국 워싱턴DC는 교통네트워크(Transportation Network)라는 새로운 개념을 부여하여 우버의 합법적 영업을 허용하는 첫 도시가 되었고 그 이후 진출한 캠브릿지, 매사추세츠, 필라델피아, 시카고 등지에서 규제 논란에 휩싸였을 때에도 우버는 고객들의 변호를 받았다.


에어비앤비는 자신들을 대표해서 주장을 펼칠 수 있는 집주인들을 의회와 규제당국자들과의 회의에 적극 참여시키는 전략을 취했다. 이들은 에어비앤비를 통해 집에 남는 방을 임대해 주거나 휴가 때 자신들의 집을 빌려주어 추가로 소득을 올리고 주택담보대출금도 갚을 수 있다는 점, 그리고 현지 중심의 여행자 증가로 인한 지역 소상공인 활성화를 강조했다. 이를 통해 포틀랜드는 에어비앤비와 단기 임대 허용에 합의한 첫 번째 미국 도시가 되었다. 에어비앤비는 고객의 지지를 내세웠을 뿐만 아니라 각 주(州), 시 정부와 협력하여 단기 임대 숙박에 대한 지방세 징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제도권 안으로 들어오는 모습을 보이면서 시카고, 워싱턴DC, 피닉스, 필라델피아 등지에서 차례로 합법화 기회를 얻는 합의를 체결했다.


 전통적인 규제 시장에서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간 우버와 에어비앤비의 사례는 규제 갈등을 해결해 나가는 데 있어 적극적이면서 지속적인 전략적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하다는 점, 필요할 때는 규제 당국과 긴밀하게 협력해서 기회를 찾을 수 있고, 그리고 무엇보다도 고객들이 사랑하고 고객들이 열성적으로 지지해주는 제품과 서비스를 기반으로 할 때 이 모든 과정이 가능하고 기존 질서에 대항한 새로운 성공이 가능하다는 점을 다시 한번 상기시켜 준다.


참고 <업스타트>, 브래드 스톤, 21세기북스, 2017


위 글은 J-Connect 매거진 2020년 봄호 <규제혁신과 제주, 그리고 스타트업>에서도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http://www.jccei.kr/pub/site/default/ebook/JConnect13/e-book.html

작가의 이전글 미국의 도시는 창업생태계 확장에 어떻게 참여할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