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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원 Oct 22. 2020

포틀랜드의 스타트업 투자 생태계

친환경적이고 로컬 지향 힙스터들의 도시로 알려진 포틀랜드는 미국 서부 오리건주에 위치해 있다. 오리건주는 캘리포니아주 바로 위에 위치해 있으며 인구 400만 명이 살고 있다. 오리건주 최대의 도시인 포틀랜드는 순수 인구 65만 명, 주변 지역을 포함한 광역권 인구는 240만 명으로 오리건주 인구의 약 60%를 차지한다. 태평양 북서쪽에 접해 있어 초기 정착 시기에는 항구를 중심으로 한 물자 운송과 목재 산업이 발달했었다. 지금은 실리콘 밸리에 빗대어 실리콘 포레스트(Silicon Forest)라고 불릴 정도로 하이테크 기업들이 많이 있으며, 나이키 본사를 중심으로 한 스포츠웨어 및 아웃도어 산업, 브루어리 및 커피 로스터 등 로컬 지향의 식품 산업도 발달해 있다.


오리건주의 액셀러레이터, 인큐베이터, 코워킹스페이스의 대다수는 포틀랜드 및 그 주변 지역에 분포되어 있는데, 이들이 집중하고 있는 산업을 살펴 보면 소프트웨어 및 테크놀로지, 예술 및 디자인, 식품 및 음식점과 카페, 소비재 및 스포츠웨어와 아웃도어 제품, 에너지, 하드웨어 순으로 나타난다.



오리건 지역에서 스타트업에 대한 지분 투자 역시 지속적으로 증가해왔다. 지분 투자는 전체 딜 건수와 투자 금액 둘 다 뚜렷이 증가해왔는데, 2014년에서 2017년 사이 딜은 40%가 증가했고 투자 금액은 43% 증가했다.



스타트업 투자 단계별로 볼 때 특히 시드 단계 엔젤투자가 증가하면서 후속 투자도 늘어나 전체적인 투자 딜 수가 증가하면서 생태계 확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난다.



특히 포틀랜드 시드 펀드(Portland Seed Fund)라는 액셀러레이터가 설립되면서 엔젤투자가 크게 증가하였다. 투자원칙을 보면 오리건주 또는 인접한 워싱턴주에 본사를 둔 스타트업 중에 실행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과 큰 규모의 비즈니스로 성장할 잠재력을 보여주는 시드 단계 스타트업, 자본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면서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 확장력 있는 회사, 리더십을 갖고 있고 관련 산업 분야 경험을 갖고 있는 창업팀, 오리건의 주력 경제 분야인 클린 테크, 하이 테크, 헬스 테크, 의류, 식품, 산림 및 목재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드는 창업팀, 오리건주나 워싱턴주에 본사가 있는 C Corp(일반적인 주식회사) 또는 B Corp(사회적 이익과 재무적 이익을 균형 있게 추구하는 기업으로 인증받은 기업)에 투자하고 있다.



포틀랜드 시드 펀드(Portland Seed Fund)
1. 2011년 포틀랜드시 경제개발위원회와 협력하여 설립, 포틀랜드에 위치
2. 5만 달러~10만 달러(6천만 원~1.2억 원) 규모의 시드 투자를 하고, 투자사 후속 투자유치에 리드로 참여하여 더 큰 규모로 투자
3. 포틀랜드 지역에 집중하며 시애틀과 샌프란시스코 지역 스타트업에도 투자 
4. 기수 형태의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이 아닌 창업가들을 오리건 지역의 멘토, 자문, 자본, 고객, 인재 등 스타트업 생태계와 연결시켜주는 연결 프로그램을 제공
5. 투자한 회사의 42%가 대표가 여성이거나 소수인종으로 투자에 있어 다양성, 포용성을 반영하려고 하고 있음



2018년 3월 기준으로 78개 회사에 투자했는데, 포트폴리오에는 3200만 달러(384억 원)를 투자받은 재무관리 소프트웨어 개발 회사 크라우더빌러티(Cloudability)도 들어 있다. 성공적으로 투자 회수한 회사로는 2010년 포틀랜드에서 설립되어 비건들을 위한 콩 식품을 제조 판매하는 배터 빈(Better Bean)이 있으며, 2017년 식품회사인 헤인 셀레셜(Hain Celestial)의 투자회사인 컬티베이트 벤처스(Cultivate Ventures)에 인수되었다.


2019년 7월에 세 번째 투자펀드 조성을 위한 펀딩을 클로징하였는데, 펀딩 규모가 1390만 달러(한화 약 167억 원)에 이르며, 두 번째 펀드의 2배, 첫 번째 펀드의 3배 규모다. 투자자들은 대부분 오리건 지역 투자자들로 오리건주 오리건 성장 기금(Oregon Growth Trust), 재단, 엔젤투자자, 자산가들로 구성되어 있다.


지역 내 벤처캐피털로는 오리건 벤처 펀드(Oregon Venture Fund)가 대표적이다. 펀드 투자자로 지역 내 공공 및 비영리 부문이 적극 참여하는데, 오리건 커뮤니티 재단(Oregon Community Foundation), 지역 내 형평성 향상을 위해 만들어진 비영리재단인 메이어 메모리얼 기금(Meyer Memorial Trust), 오리건주정부, 유명 학부 중심 사립대학 빌라메트 대학(Willamette University)을 포함한 지역 내 대학이 포함되어 있다. 2017년 기준, 56개 스타트업에 4800만 달러(576억 원)를 투자했고, 엔젤투자자들이 추가로 2600만 달러(312억 원)를 투자하여 투자 네트워크 합계 총 7800만 달러(888억 원)를 투자했다. 투자 성공 사례로는 아마존에 인수된 엘리먼트 테크놀로지즈(Elemental Technologies), 시스코에 인수된 클리어엑세스(ClearAccess), 인컴(InComm)에 인수된 기프탠고(Giftango) 등이 있다.



오리건 벤처 펀드(Oregon Venture Fund)

1. 2007년 설립, 포틀랜드에 위치 
2. 포틀랜드 시드 펀드보다 성장 단계 이후 단계에 더 큰 규모의 투자
3. 오리건 또는 인접한 워싱턴주에 있는 확장력 있는 스타트업에 10만~200만 달러 규모로 투자
4. 매년 300개의 사업 계획을 검토해 최종 5~7개 회사에 투자 
5. 여성 및 소수 인종이 창업자인 스타트업 투자 비율 43%
6. 180개 기관 및 개인 투자자들이 참여, 개인 투자자들의 85%는 창업 경험이 있음 
7. 45개 벤처캐피털 또는 사모펀드 회사와 공동 투자



스타트업이 성장 후기 단계에 도달하게 되면 사모펀드에 의한 투자, 인수 합병, 기업공개인 IPO가 많아진다. 이 단계에서는 오리건주에 있는 투자자들의 참여는 매우 작고 외부 자본의 비중은 크다. 또한 자본의 성격도 비즈니스 오너십을 컨트롤하는 경향이 강하다.


외부 자본도 지역의 성장에 기여한다. 오리건의 벤드(Bend) 지역에서 2009년에 설립되어 기능성과 패션성을 갖춘 텀블러를 만드는 하이드로플라스크(Hydroflask)는 2016년 브라운 면도기, 허니웰 정수기로 유명한 세계적인 소비재 기업인 헬렌 오브 트로이사(Helen of Troy Limited)에 2.1억 달러(한화 약 2520억 원)에 인수되었다. 벤드 지역은 원래 레저 및 자연 활동을 위한 곳으로 유명했지만, 이제 사람들은 하이드로플라스크를 먼저 떠올린다. 하이드로플라스크는 벤드 지역에서 전체 아웃도어 제품 산업의 성장을 선도적으로 이끌고 있으며, 오리건주립대학이 아웃도어 제품 비즈니스와 관련된 전공이나 프로그램을 개발하도록 25만 달러를 기부하기도 했다.

유기농 식품기업 퍼시픽 푸드(Pacific Foods)는 1987년 오리건주 포틀랜드 근교 투알라틴(Tualatin)에서 설립되었고, 2017년 글로벌 식품기업 캠벨 수프사(Campbell Soup Company)에 7억 달러(한화 약 8400억 원)에 인수되었다. 인수 조건은 오리건에서 계속해서 회사를 운영하고 성장시키는 것이었고, 이에 따라 지역 내 500명의 일자리는 그대로 유지되었다. 또한 퍼시픽 푸드의 창업자와 주주들은 회사를 매각하고 얻은 순이익금의 25%를 전체 임직원 600명과 나누었는데, 이렇게 보상을 함께 나누는 것은 오리건의 공동체적 문화를 보여주는 사례로 회자되고 있다.

같은 미국 서부에 있는 샌프란시스코, 콜로라도 볼더, 시애틀 지역보다는 상대적으로 작지만, 포틀랜드의 지역 투자 생태계는 지속적으로 커지고 있다. 오리건주 외부에서 오는 투자자들도 일단 오리건주에 있는 기업에 투자하기 시작하면 지역에서 또 다른 투자 기회를 찾게 되고, 지역에서는 스타트업들이 만들어낸 부(富)를 지역 내에 축적하기 위해 지역 자본의 참여가 활발해진다. 스타트업들을 중심으로 양질의 일자리가 늘어나고 인재들이 유입되어 하이테크를 비롯한 다양한 산업들이 포틀랜드를 성장시키고 지속 가능한 도시로 만들고 있다.





참고 

University of Oregon Lundquist College of Business, 2018 Oregon Capital Scan:

Trends for the Future

Hannah Wallace, “Portland, Oregon, Is the Next Big Startup Scene. These Are the

Names and Places to Know” Inc., April 2018

Portland Seed Fund website (www.portlandseedfund.com)

Oregon Venture Fund website (www.oregonventurefund.com)


위 글은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 J-Connect 매거진 가을호 '지역 투자 생태계'편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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