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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육각 Jan 24. 2022

[내식대로] 워커홀릭의 인생 B면

신정원 디렉터(2)


풍요로운 삶을 만드는

초신선한 식재료의 힘을 믿습니다

정육각이 전하는

내 식(my style)대로 행복한

내식(eat-in)의 이야기.  


매주 월요일, <내식대로> 인터뷰에서 #정육각을먹는습관 을 가진 이웃들을 만나보세요.



안녕하세요, 신정원입니다.

저는 인사일런스 디렉터로 일하고 있고, 일과 삶의 밸런스를 찾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입니다.

저의 첫 번째 이야기를 놓치셨다면 아래 링크를 눌러주세요.



달콤하진 않지만

꽤 다정한


저는 나무 같이 듬직한 파트너와 귀여운 반려견 찰리, 꼬마와 행복하게 살고 있어요. 저의 남자친구이자 파트너는  성격과는 완벽하게 정반대예요. 불도저 같고 오르락 내리락이 심한 저와 달리  한결같고, , (조금은 지나치게) 느긋한 성격입니다. 10년을 함께 있다 보니 저도 덩달아 릴랙스가 많이 돼요(, 지금이 많이 완화된 성격입니다). 점차 리스크보다 안정을,  방보다 가늘고 길게, 화려하고 시끄러운 것보다 조용하고 잔잔한 생활을 추구하게 되더라고요.

귀하디 귀한 가족사진(그 와중에 꼬마는 품에서 탈출 시도 중)
집착 끝판왕, 누나 바라기 꼬마와 한 컷


남자친구의 배려 덕분에 일상생활에선 싸울 일이 전혀 없는 우리지만, 일에서 만큼은 달라요(남자친구와는 함께 일하는 사이, 1편 참고). 저는 일이라면 무조건적인 이해보다는 자신의 생각을 상대에게 설득해야 하고, 때로는 싸워야 한다고도 생각합니다. 물론 제가 남자친구를 일방적으로 설득하고, 혼자 소리를 지르는 느낌도 없지 않아 있지만요.


공이 너무 치고 싶은데 발은 시리고... 바지 껴입고 어그 신고 왔습니다(불량학생)


파트너와 저는 요즘 골프에  빠졌어요. 코로나 시국에 여행 대신 평생 함께 즐길  있는 새로운 취미를 찾다가 같이 배우기 시작했어요. 각자 알아서, 그렇지만 같이 있기를 바라는 저희의 특이한 성향에도  맞아요. 퇴근 후에  트인 연습장에서 공을 시원하게 날리고 있으면  생각에서 완전히 벗어날  있어서 좋습니다.  머리가 복잡한 편이라 단순하고 동일한 행위를 반복하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가 많이 풀려요.


이것은 골프인가, 고행인가

최근 처음으로 야외 필드를 밟았는데 얼마나 웃었는지 모릅니다. 저희   초보라서, 골프가 아니고 야구를 치고 왔죠.  파트너는 종일 모래밭이나 호수에 공을 빠트렸는데 그게 너무 웃겨서 배를 잡고 뒹굴었네요. 너의 불행이 나의 행복이  10  커플은 이런 것에 행복을 느낍니다.


나의 변덕을 묵묵히 받아내고,
내가 하고 싶은 걸 묵묵히 함께 해준 파트너에게 감사함을 전합니다


하기 싫은 건

하지 않을 자유


최근 루틴의 힘에 대해 책들이 많잖아요. 삶의 모든 초점이 내가 아닌 타인이나 집단을 위해 인내하는, 그래서 속에 화가 많은 타입이라면 루틴을 무너뜨리는 희열과 행복을 만끽할 필요가 있다고 봐요. 대부분의 시간을 회사를 위해 보냈으니까 일주일에 딱 하루만큼은 하기 싫은 일은 하나도 하지 않을 자유를 만끽하기로 했습니다. 주로 토요일이 그 안식일인데, 죄책감 없이 시간을 보내는 데에 관대해집니다. 하루 종일  2002 월드컵을 보며 울고 웃는가 하면, 몸이 불어 터질 정도로 욕조에 들어앉아 게임을 하기도 합니다.



뒤로 미뤘던, 그래서 마음에 걸린 일들을 하나씩 해결하는 것도 주말의 중요한 일과입니다. 평일엔 찬밥 신세였던 강아지들과 콧바람도 열심히 쐬고요. 난장판이었던 집안 곳곳도 줍고 쓸고 닦아주고요. 많이 걷고, 많이 마시고, 많이 먹으며 중요한 것들을 놓치고 사는 듯한 기분을 하나씩 지웁니다.


산책 중 찰리 인생 샷도 남기고
본능에 충실한, 그래서 가장 단순하게 행복한 순간


우리가 좋아하는 맛


'강북파' 저희는 광화문, 종로, 을지, 성수  강북 지역의 노포들을 찾아다녀요. 해장국, 설렁탕, 오리, 삼계탕, 양대창, 평양냉면 ... 살포시 노부부의 느낌이 나기도 하지만, 오래된 골목을 걷다 보면 왠지 마음이 차분해지는 기분이 들어요. 요즘처럼 추운 날씨엔 충무로의 '사랑방 칼국수' 생각납니다. 8 원에 끝내주는 닭백숙 백반을 먹을 수가 있거든요. 위생이나 친절을 기대하긴 어렵지만 그게  매력이니까요. 1968년부터 이어진 반백년의 맛을 여러분께 추천하고 싶습니다.


쓸쓸하지만 낭만적인 을지로와 종로


저희는 외식을 많이 하는 편은 아니에요. 집에서 라테나 카푸치노도 만들어 먹다 보니, 꼭 맛보고 싶은 곳이 아니라면 영혼 없이 쓰는 외식비가 그렇게 아까워요. 평소에 귀찮고 피곤하다고 해서 배달 음식으로 때우는 일도 거의 없어요. 정 귀찮으면 고기와 야채를 사다가 소금만 쳐서 구워 먹어요. 피곤하고, 귀찮을 때야 말로 더 건강하게 챙겨 먹어야 하는 날이니까요.


지난 주엔 정육각에서 새로운 상품을 담아봤어요. 보통은 소고기를 사는데 치킨윙, 한우 불고기 밀키트, 그리고 재구매 닭다리살까지. 주말 내내  돌아가며 너무  먹었어요. 그중 최고는 닭다리대파구이.  입맛에도  맞지만 저보다 파트너가 훨씬 맛있어했어요. 정육각은 삼겹살로 스타트해서 소고기, 닭고기 순서로 빠져들었네요. 강아지들 주려고 담은 닭고기가 저의 최애가  줄이야. 고기는 직접 보고 사는 주의라 맨날 귀찮게 마트 가던 날들이여 안녕!


정육각 닭은 그냥 살아있다고 봐야 합니다. 초신선!

초신선 닭다리살, 진짜 장난 없어요. 저는 여기서 구입해요!


너무 맛있어서 먹다가 급히 찍은 한우 간장불고기 밀키트
얼마 전에 인터뷰에 나온 핫윙 저도 구워봤습니다!


저처럼 양념은 최소로, 식재료 자체의 맛을 좋아하는 분들은 질 좋은 소금에 투자해보세요. 저는 고기, 채소, 튀김에 소금만 찍어 먹는 걸 좋아하는데요. 소금이 그냥 짠맛만 나는 게 아니라 정말 다양한 맛이 나거든요. 또 식재료마다 어울리는 소금도 따로 있고요. 트러플 소금, 게랑드, 말돈소금, 핑크솔트, 와사비소금 등... 소금 하나로 맛이 증폭되는 재미에 꼭 빠져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아, 어떻게 보내도 항상 아쉬운 주말은 짠내 나는 아쉬움을 남기며 저뭅니다.


누나, 한 입만...
또 지가 다 먹네... 아흐!


평일, 급속 충전


저처럼 밖에서 에너지가 풀로 넘치는 타입은 집에서 충전 시간이 필수인데요. 일터에서의 스피드는 어디 가고 집에만 오면 급속도로 느릿느릿, 말수도 없어져요. 위스키나 와인을 한 잔 따라 독서나 영화 보기, 목욕을 하며 휴식합니다. 명상을 하며 복잡한 머릿속을 텅 비우거나, 욕심을 내려놓기도 하고요.


 욕조에 퐁 들어가면 바깥세상과 차단된 듯한 편안함이 든다. 그리고 5초 후 유튜브 재생...
제발 나와주겠니?


워커홀릭을 위한

출구 전략


어떤 이유에서든 정신적으로 피곤함을 자주 느끼는 사람들은 우울증이나 번아웃을 쉽게 겪는 듯해요. 제가 그런 사람이라서 스스로 돌파구를 찾기 위해 엄청 다양한 노력을 합니다. 여행, 게임, 그림, 독서, 요리, 드라이브, 오토바이, , 클러빙, 쇼핑, 자전거, 헬스, 요가, 필라테스, 반신욕, 골프, 수영, 등산, 러닝, 심지어 화장품도 직접 만들어봤어요. 이것저것 해보면서 느낀  있다면 뭐가 됐든 '건강한' 활동이어야 하며, 성취감을 '빠르고' 쉽게 느낄  있는 활동이어야 한다는 것이죠. 그런 의미에서 설거지도 우울증 치료 방법  하나라고 하죠? 어쨌든 워커홀릭에겐  생각에서 빠져나오게   자신만의 출구가 필요해요. 아니면 현재 상황을 환기시켜줄 작은 창문이라도요!


저도 반신욕, 독서 같은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할 때가 있는가 하면, 등산, 골프, 오토바이처럼 에너지를 발산하는 활동이 끌릴 때가 있어요. 그때그때 출구 전략을 세워두면 선택의 폭이 커져요. 그러니까 일에 영혼을 갈아 넣듯이 나를 위한 것에도 인색해지지 않아야 해요. 돈이 많냐고요? 저는 외식비를 거의 안 쓰잖아요. 커피 한 잔에 '집에서 마셨으면...' 생각이 드는 월급 받는 직장인인걸요. 생각 없이 나가는 시발 비용을 아끼고, 진짜 좋아하는 것에 쓰면 돼요.


단, 저에게 취미는 '완벽하게 잘'하려고 하기보다 좀 엉성해도 '자주 가볍게 즐기는 것'이 더 중요한 거 같아요. 어그를 신고 골프를 치는 마음으로. 부담 없이. 잘하려는 욕심 없이. 좀 못해도 헤헤 웃으면서.


산 타는 주말
조용히 책 읽고 싶은 날에 찾아가는 카페
오랜만에 스쿠터에 시동 건 날
요가와 필라테스, 둘 다 하고 싶지만 돈이... 시간이....


세상의 모든

미생들을 위해


아무리' 바쁘다, 죽겠다'라고 노래를 불러도 일분일초가 번뇌로 가득했던 치기 어린 지난날보다는 지금이 천배는 행복한 것 같아요. 복잡한 인간관계와 달리 일은 최선을 다하면 그 비슷한 결과로 돌아온다는 심플함이 있잖아요. 그리고 이제는 그날의 스트레스를 바로바로 해소할 수 있는 나름의 요령들도 생겼고요.


마음을 받쳐주는 남자친구와 귀여운 나의 강아지들, 배려해주는 고마운 사람들, 동료들, 나에게 할 수 있는 일을 주는 직장까지, 실은 고마운 거 투성이에요. (자신이든 가족이든) 몸이 아프거나, (자의든 타의든) 오래 일을 쉬게 되면 아무 탈 없이 출근해서 동료랑 점심 먹으러 가던 일상만으로도 진짜 감사해지거든요.


퇴근 후 나의 최애 피초코 한 조각과 글렌피딕 18 한 잔... 두 잔... 세 잔...

최선을 다하고, 지치고, 극복하고, 달리고, 나가떨어지고, 다시 불태우고, 훌쩍 떠나고, 의지를 가다듬고, 다녀오면 그대로고... 아마도 저의 이번 생은 일과 함께 울고 웃으며 쭉 이렇게 피곤할 것임을 기꺼이 받아들였습니다.


세상에 완벽한 준비나 정확한 타이밍은 없기에  약간의 위험을 감수하고, 사서 고생하고, 결과를 만드는 우리 같은 사람들. 지금까지 그랬듯 모든 일은 대체로   것이며 우리는 일과 함께 세상속에서 살아 있을 겁니다. 그러기 위해선 강인한 체력은 필수입니다!


우리 존재 화이팅!





이 부부의 취미생활은 보는 것만으로도 충족이 되네요.

워킹맘의 중심잡기, 같이 공감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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