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은 술자리

문과생이 갑자기 프로그래밍?

by 전하민

*이 글은 MD에서 데이터 전문가로의 커리어 변신을 꿈꾸는 평범한 문과생의 현재진행형 도전기입니다. 좋아요와 공유, 댓글로 글쓴이에게 힘을 주세요!



나는 문과 출신이다. 대학을 졸업하고 운 좋게도 바로 취업을 했다. 그런데 하필이면 오지와 다름없는 오이도로 발령을 받았다. 주변에 보이는 것이라고는 공장과 공장 노동자들이 거주하는 원룸뿐인 그 곳에서 2년 동안 물류원가와 관련된 일을 했다. 우리 회사의 다양항 물류 데이터들을 요리조리 살펴봐야 제대로 할 수 있는 일이었고, 엑셀을 처음 쓰는 내게는 너무 어려운 일이었다. 조직의 분위기도 나와 맞지 않았다. 더 이상 있다가는 정신이 이상해질 것 같다는 생각이 확신이 될 즈음 운 좋게 사내공모가 올라왔다. 이마저 떨어지면 바로 퇴사하겠다고 결심을 단단히 했지만 불행인지 다행인지 결과는 합격. 그 이후로 약 18개월 동안 나는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상품기획과 관련된 일을 하고 있다.


지난주부터 파이썬(Python)과 R을 배우고 있다. 둘 다 프로그래밍 언어의 이름이다. 파이썬은 Java, C, C++ 등의 프로그래밍 언어보다 배우기 쉽고, 대체로 활용도가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R은 통계프로그램이다. 비슷한 프로그램인 SPSS, SAS와 달리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 빅데이터 분석, 머신러닝, 데이터 마이닝 등에 유용하다고 한다. (하지만 그게 뭔지는 아직 잘 모른다.)



파이썬을 배우기 시작한 건 순전히 운이었다. 얼마 전 크리에이터 클럽이라는 소셜 살롱의 술자리에서 하소연을 했다. 다들 3개월 동안 얼굴을 보아 친근했다. 그중에는 AWS 유지보수 일을 하는 프로그래머도 있었다.


저는 문과 출신이고, 그래서 특별히 기술도 없어요. 회사에 다니고는 있지만 점점 바보가 되어가는 것 같아요. 내가 여기서 뭘 배우고 있는지, 이게 내 인생에 무슨 도움이 되는지 솔직히 모르겠어요.

그랬더니 그녀는 나에게 프로그래밍을 배워보라고 조언을 했다. 특히 파이썬은 배우기 어렵지 않아 비전공자들도 충분히 도전해볼 만하다고. (이제 와서 알고 보니 다른 언어들에 비해 그나마 쉽다는 말이었다...) 아무튼 잔뜩 취해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에서 "파이썬"을 검색해보았고, 그 언어의 우수성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에 살짝 감동받았다. 그로부터 약 일주일이 지난 지금, 난 파이썬을 설치하고 블로그를 통해 생기초를 배우는 중이다.


교과서는 이미 그 지식을 알고 있는 사람들이 썼다. 성공담도 일단 성공한 사례를 기반으로 쓰인다. 어떤 상황에서 이렇게 했기 때문에 성공할 수밖에 없었다는 식으로. 물론 거기서 날카로운 분석도, 통찰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그 성공에 이르기까지 거친 시행착오와 과정들이 때로는 필요하다. 그리고 과정은 배움의 과정과 같은 속도로 쓰여야 한다. 그래야 '어떤 상태'에 도달하기까지 존재했던 아주 세부적인 목표의 생성과 소멸을 관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전에 커피 매거진의 원래 의도도 거의 비슷했지만 언젠가부터 쓰지 않고 있다. 바리스타 2급 자격증까지 땄지만 드립 커피를 내려먹은 게 언젠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그처럼 프로그래밍 또한 잠깐의 바람일 수 있다. 호기심은 많지만 쉽게 질리고 포기하는 성격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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