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er, Come Home
2012년의 어느 가을을 기억한다. 전역을 100여 일 앞둔 나는 군입대 후 그 어느 때보다 복잡한 마음이었다. 다시 학교로 돌아가 무엇을 할 것이며, 그 이후에는 또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대해 오래 고민했지만 갈피를 잡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인지 책을 많이 읽었다. 뭔가를 알아가는 게 좋아서 읽었는지, 아니면 매 순간 덮치는 불안을 떨쳐내기 위해 읽었는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하지만 어느 일요일 저녁, 박범신의 <은교>를 앉은자리에서 다 읽고 느꼈던 쾌감과 충격을 기억한다. 세부 내용은 거의 기억나지 않지만, 내가 노인이 되었다가 회춘을 해서 다시 22살로 돌아와 전역을 기다리는 느낌이었다. 마지막 문장을 읽고 난 후 눈을 감고 한참을 앉아 있었다. 누가 보면 이상한 놈처럼 보였겠지만, 정지한 그 순간 머릿속을 가득 채운 감각은 쉽게 잊기 힘들었다.
인지신경학자이자 아동발달학자인 매리언 울프는 <다시, 책으로>에서 읽는 행위에 대한 다양한 논의를 세부적이고 과학적으로 풀어냈다. 독서는 즐겁고 유익하다, 독서를 통한 간접경험은 인생의 소중한 자양분이다, 이런 이야기에 힘을 실어주는 논리적 근거가 이 책에 가득 담겨 있다. 특히 2장에서 우리가 무언가를 읽는 0.05초 동안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복잡한 일들을 3중 서커스에 비유해서 알기 쉽게 설명했다. (그래도 이해하기 어렵기는 하지만.
사람들은 디지털 매체로 읽을 때 종이 매체와 달리 글을 위아래로 훑어가며 읽는다. 이렇게 단어와 단어를 건너뛰는 방식의 읽기가 보편화된다면 글을 쓰는 방식도 달라질 것이다. 결국 우리는 예전처럼 단어 하나하나의 정확함과 간결함, 단어와 단어의 가장 효과적인 배치를 고민한 글을 더 이상 읽을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고 저자는 경고한다. 특히 뇌의 읽기 회로가 최초로 생성되는 과정에서 디지털 매체를 주로 접하는 어린아이들이 과연 제대로 깊이 읽기를 경험할 수 있을까? 책의 말미에는 종이 매체와 디지털 매체를 혼합하여 가장 이상적인 읽는 방식인 '양손잡이 읽기 뇌'를 만드는 방법을 제시한다.
최근 재밌게 읽고 있는 <요즘 무슨 책 읽으세요?>의 저자 전병근이 번역을 맡아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39명의 사람들이 책 제목인 '요즘 무슨 책 읽으세요?'를 포함한 몇 가지 질문에 답한 인터뷰를 묶은 책인데, 무작위로 다음 사람을 추천하는 릴레이 방식이라 신선했다. 양의 많고 적음을 떠나 책 읽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았고, 각자 취향도 다양했다. 나도 혼자 읽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다른 사람들과 나누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고, 조금씩이라도 써서 남기고 싶기도 하다. 더 잘 읽고 기억하기 위해서라도 틈틈이 기록하고 공유하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