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좀 답답해서
데이터 분석 준전문가 시험 (ADsP)을 앞두고 참담한 심정이다. 이론서를 다시 꺼내어 읽어보니, 저번 시험에서 공부했던 내용이 거의 기억나지 않는다. 이해하지 못하고 억지로 외웠던 개념들이라 더 그렇다. 복잡한 통계 기법과 머신러닝 알고리즘을 2-3 페이지로 공부하고 시험을 본다는 것 자체가 이상하지만, 막상 시험의 난이도는 또 그렇게까지 높지 않아서 할 말이 없다. 과연 나는 무엇을 위해 머리를 싸매고 있을까.
사실 ADsP는 그리 영향력이 있는 시험이 아니다. 합격률은 30% 정도로 높진 않지만 더 상위 자격증인 ADP도 있고, 2020년에는 기사급 국가기술자격인 빅데이터 분석 기사가 신설된다. 채용공고에서도 자격증을 필수로 요구하지는 않는다. "데이터 사이언티스트가 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라는 질문에 대한 현업 실무자의 답변도 비슷하다. 자격증은 중요치 않다는 것이다. 특히 채용을 진행하는 회사에서 원하는 건 문제를 '맞추는 능력'이 아니라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다. 그러기 위해선 자격증이 아니라, 밑바닥부터의 경험이 필요하다.
하지만 공부가 완전히 시간 낭비는 아니었다. 최근 2주간 SQLD와 ADsP를 동시에 준비하며 두 가지를 얻었다. 첫 번째는 다시 책상에 앉는 습관을 들인 것이다. 퇴근 후 술을 마시거나 영화를 보는 대신에 카페에 갔다. 처음엔 자꾸 핸드폰에 손이 가는 바람에 공친 날도 많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집중하는 시간이 늘었다. 두 번째는 데이터 사이언스에 대한 이론적인 지도를 머릿속에 대충이나마 그린 것이다. 물론 아직 한참 모자라다. 세부 내용은 거의 이해하지 못했고, 여러 모델링 기법이 실제 데이터셋에서 어떻게 적용되는지 알지 못한다. 하지만 적어도 기법의 명칭과 장단점, 다른 기법 간의 관계에 대해 알게 되었다. 앞으로 공부를 하다가 모르는 부분이 나오면, 무엇을 검색해서 공부해야 하는지 감을 잡은 것만으로도 다행이라 여긴다.
곧 다가올 시험에서 떨어질 수도 있으리란 생각이 든다. 그렇다고 또 응시하지는 않겠다. 그건 실패에 매몰되지 않기 위해서다. 삶에서 실패는 필수 불가결하다. 누구나 어느 분야에서는 실패한다. 대단한 이력을 가진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실패가 두려워서 아무것도 시도하지 않는다면, 대체 우리는 삶에서 무엇을 기대할 수 있을까? 조금 부족해도 덤벼보자. 깨진 다음 다시 일어서는 연습을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