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행이라서 선택한 건 아니고요

데이터 분석가가 되고 싶은 이유

by 전하민

새해부터 자랑을 좀 해야겠다.


'데이터 분석가가 되고 싶다'라는 막연한 생각을 조금씩 실천하고 있다. 대학원에 가지 않고서는 데이터 분석가로 일하기가 힘들 것 같아서, 현재 다니는 회사의 데이터 관련 부서로 이동하고자 자격증 공부를 했다. 그리고 1주일을 간격으로 치른 두 시험에 모두 합격했다.


1.jpeg S.W.A.G.
2.jpeg F.L.E.X.


두 시험은 ADSP (데이터 분석 준전문가)와 SQLD (SQL 개발자)다. 퇴근 후 자는 시간을 줄여가며 공부한 보람이 있었다. 합격 결과를 확인하고 기분이 뛸듯이 좋았는데, 이상하게 다음 날이 되자 그 기분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다. 사실 이 두 시험의 합격증은 구립 도서관 카드초등학교에서 받는 이상한 이름의 상장만큼이나 별로 쓸모가 없다. 마음속에서 이런 질문이 고개를 처들었다. '그래서 뭐? 이제 어떻게 할 건데?'


233C844454A4E8F833.jpeg 지갑을 돼지로 만드는 주범, 도서관 카드


사실 바뀐 건 없다. 난 여전히 홈쇼핑 MD를 하고 있고, 매출은 형편없으며, 내년 상품 기획은 하나도 하지 못 했다. 나는 회사에서 골치덩어리 취급을 받고 있다. 우리는 인별 KPI (성과평가 지표)로 인센티브와 연봉 인상 등을 결정하는데, 1년 반이 넘도록 매출이 바닥이다. 그래서 20년 연봉이 동결되었다. 우리 사업부에서 거의 나만. 게다가 상황의 반전도 요원하다. 회사가 지향하는 방향과 내가 담당한 채널 사이의 괴리가 더욱 커지고 있다. 여기에서 도무지 답을 찾을 수 없다.


어쩌면 내가 무능력하기 때문이 아닐까?



능력을 고민하다니. 취업난이 극심한 시기에 배부른 소리로 들릴 수 있겠지만, 벌써 직장 생활을 4년째 하고 있는 나에게 이건 심각한 문제다. 그리고 이 문제의 뿌리는 '일의 의미'에 있다.


현대인에게 '일'은 무엇일까. 아니, 대한민국 사는 90년대생에게 '일'이 가지는 의미는 무엇일까. 취업하기는 드럽게 힘들고, 취업하고는 드럽고 치사한 직장에 대체 왜 다니는 걸까?

당연히 돈 때문이다. 먹고 마시고 살아남기 위해서다. 이건 아주 오래된 이야기다. 이 명제는 지난 수천년간 너무도 당연해서 언급할 가치를 가지지 못 했다. 전세계 대부분의 사람들은 추위과 배고픔에 평생을 시달렸고, 평생 쌓은 아주 조금의 유산과 지식을 후대에 남겼다.


하지만 다들 알다시피 상황이 달라졌다. 특히 우리나라는 전쟁 폐허를 딛고 눈부신 경제발전을 이루어냈다. 내가 속한 90년대생은 혜택을 많이 받고 자랐다. 씀씀이도 크고, 눈도 높다. 우리 세대에는 적어도 굶어죽을 걱정은 없다. 알바만 하고 살아도 그럭저럭 사람답게 살 수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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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살고 싶지 않다. 세상에 뭔가 근사한 걸 내놓고 싶고, 돈을 훨씬 더 많이 벌고 싶다. 기왕이면 내가 좋아하는 일로 돈을 벌고 싶다. 그래서 영화 <기생충>에 나올법한 단독주택에 살고 싶다. 당연히 어렵다. 서울 도심의 단독주택은 고사하고, 빽빽하게 들어선 저 아파트 숲에 내가 누울 자리는 왜 없을까.

대체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의 결과가 데이터 분석가다.

(이유는 다음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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