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기를 내서 서평을 쓰자
윌리엄 진서의 <공부가 되는 글쓰기> 책 뒷날개에 실린 이원석의 <서평 쓰는 법> 소개 글을 읽자마자 온라인으로 이 책을 구입했다. 제목 그대로 서평의 글쓰기 방법에 대한 책인데, 문법이나 테크닉적인 부분을 강조하기보다는 책을 읽고 쓰는 본질적 이유와 재미에 집중한다. 저자는 서평이 나 자신에게 유익함과 동시에 타인에게 강력한 영향력을 끼친다고 주장한다.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나부터가 누군가의 서평을 읽고 이 책을 충동적으로 구매했기 때문이다.
저자는 꾸밈없고 정확한 문장으로 서평 쓰는 법을 알려준다. 1부에서는 서평이 무엇이며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를 설명하고, 2부에서는 구체적으로 서평을 작성할 때 가져야 할 태도와 기술적 방법을 제시한다. 목차를 훑을 때만 해도 딱딱하고 어려울 것 같았는데, 책에 담긴 명료한 사유와 전개 방식에 감탄하다 보니 책장이 술술 넘어갔다. 글과 사람을 향한 은은한 사랑이 벤 문장 덕에 읽는 내내 마음이 따스했다.
모든 서평이 사회적 서비스이지만 비판적 서평은 더욱 그렇습니다. 그런 서평에는 쓸모없거나 해롭기 그지없는 책에 내 한 몸(의 돈과 시간과 정신)을 던진 것으로 충분하다는 마음이 깔려 있습니다. 내가 그 책을 사고 읽는 데에 헌신한 결과로 다른 잠재 독자의 불필요한 손실을 막고자 하지요. <p.54>
‘서비스'라는 단어가 인상 깊었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 중 한 명으로서 책을 고를 때 아쉬운 부분은 칭찬 일색의 책 소개였다. 몇 만 부가 팔렸으며 저명한 신문사에서도 극찬한 책! 물론 출판사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사업하는 사람이 자기가 파는 제품의 단점을 솔직하게 털어놓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반 독자는 다르다. 소신을 가지고 조언해줄 수 있다. 나 또한 주변 애서가의 추천으로 유명하지는 않지만 좋은 책을 접하는 경험을 하며, 미리 읽은 독자의 수고가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저자는 짧지만 탄탄한 논조로 ‘서평 쓰기'가 서평가와 잠재 독자에게 미치는 긍정적 영향을 조명한다.
다만 모든 독자가 서평가로 거듭나기 위한 동기가 충분하지는 않았다. 에필로그에 이런 대목이 나온다.
서평 쓰기는 단순한 개인적 도락을 넘어서서 강력한 정치적 행위로 이어집니다. (...) 더 많이 읽고, 더 많이 쓰세요. 우리의 서평이 차곡차곡 쌓이는 만큼 우리가 사는 사회도 건강해집니다. 우리가 쓰는 오늘의 서평에 우리가 사는 사회의 내일이 달려 있습니다. <p.168>
서평 쓰기가 개인에게 즐거움을 주면서 사회에 영향을 미치는 일이라는 주장만으로는 나 같은 평범한 독자를 움직이기 어렵다. 본문에서 '서평을 쓰는 행위가 서평가의 내면을 이해하는 데에 도움을 준다’ (p.19) 고는 했지만,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지불해야 하는 비용이 적지 않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어떤 책이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아무리 가벼운 책이라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나는 A6 정도의 작은 사이즈에 170쪽으로 얇은 이 책을 읽고 이해하고 요약하는 데에만 주말 이틀을 다 썼다.
그런 의미에서 앞서 언급한 윌리엄 진서의 ‘공부가 되는 글쓰기’ (부제 : 쓰기는 배움의 도구다)를 같이 읽는 것을 추천한다. 글 쓰는 행위 자체가 어떤 대상을 이해하는 데에 도움을 준다는 걸 다양한 학문 분야의 글쓰기 사례를 통해 증명한 논픽션이다. 편집자 출신답게 구성이 알차다. 대화나 편지를 중간중간 삽입하여 독자의 집중력을 끝까지 유지시킨다. 분야를 막론하고 글쓰기를 통해 그 분야에서 탁월한 경지에 이룰 수 있다는 사실을 탁월한 글재주로 설명한 이 책을 같이 읽으면, 서평 쓰기야말로 모든 배움의 시작이자 대상을 이해하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라는 것을 이해할 수 있다.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은 없다. 이 글을 쓰고 있는 나도, 서평을 아직 써보지 않았다면 당신도, 지적 거인들 앞에서는 한낱 신생아에 불과하다. 하지만 그들에게도 첫 서평은 있었다. 그들에게도 방금 읽은 책이 전혀 기억이 나지 않을 때가 있었고, 텅 빈 종이를 보며 막막하던 때가 있었고, 그나마 겨우 써낸 글이 마음에 들지 않을 때가 있었을 것이다. 그러니까 용기를 내자. 서평을 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