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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하민 Jan 30. 2022

뉴욕에서 짝사랑을

영화 <카페 소사이어티>와 <리빙보이 인 뉴욕>

짝사랑을 해본 적이 있으시겠죠? 살면서 누구나 한 번쯤은 그런 애절한 마음을 품은 적이 있을 겁니다. 그렇다면 혹시 뉴욕에서 짝사랑을 해본 적은요? 만약 없으시다면 아래 두 영화를 보며 소소한 대리만족을 해보시는 건 어떨까요. 시대와 표현하는 방식은 다르지만, 두 영화는 모두 매력적인 도시 뉴욕을 제대로 담아낸 작품입니다. 어떤 지인은 저에게 이런 말을 했습니다. 뉴욕에 가보지 않았지만, 뉴욕은 나의 고향과도 같은 곳이라고.


영화 <카페 소사이어티>


초반 줄거리

뉴욕 유대인 집안의 막내 바비(제시 아이젠버그)는 보석상 아버지의 일을 물려받고 싶지 않아 할리우드에서 제작자로 성공한 삼촌 필(스티브 카렐)을 찾아갑니다. 거기서 삼촌의 비서인 베니(크리스틴 스튜어트)를 만나 사랑에 빠지고 말죠. 그녀는 할리우드에 있으면서도 그 도시가 가진 속물적 가치를 거부하고 더 본질적인 가치를 중요시하는 사람입니다. 남자친구가 있었던 그녀와 데이트를 하며 그들은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베니가 남자친구에게 차인 후 그 둘은 연애를 시작합니다. 하지만 알고 보니 베니의 헤어진 남자 친구는 바비의 삼촌 필이었고, 필은 결국 아내와 이혼하고 베니에게 청혼합니다. 그녀는 잠깐의 고민 끝에 로맨틱하고 젊은 바비 대신, 이미 성공하고 정력적인 필을 택합니다. 낙심한 바비는 할리우드를 떠나 고향 뉴욕으로 향합니다.


영화 <카페 소사이어티>

영화 속 뉴욕

중산층이 모여사는 교외 목조 주택과 골프장만한 정원이 딸린 거대한 저택, 담배 연기가 자욱한 재즈바와 상류층이 드나드는 나이트클럽, 노름판이 벌어지는 부둣가와 센트럴 파크의 아담한 아치형 다리. 영화에는 이처럼 뉴욕의 다양한 면모가 생생하게 담겨있습니다. 우디 앨런의 영화답게 장면의 분위기나 색감이 감각적이고, 대사 또한 지루할 틈이 없습니다. 그래서 마치 1930년대 뉴욕에 와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물론 당시 현실의 뉴욕은 이와는 상당히 달랐겠지만요. 우디 앨런에게는 멋지고 좋은 것에 대한 감각과 감탄을 자아낼 정도로 아름다운 장면을 연출할 수 있는 능력이 있습니다. 그래서 그가 그린 뉴욕은 마치 꿈에서 그리던 이상형 같았습니다.


영화 <리빙보이 인 뉴욕>


초반 줄거리

토마스 웹(칼럼 터너)는 NYU에서 작문을 배우는 미미(키어시 클레먼스)를 짝사랑하지만, 그녀는 애인이 있습니다. 남자친구는 월드투어를 다니는 밴드의 뮤지션이죠. 그가 투어를 떠난 사이에 토마스와 미미는 점차 가까워지지만, 진지한 연인 관계로 발전하지는 못 합니다. 데이트를 하던 그들은 우연히 토마스의 아버지 에단(피어스 브로스넌)이 매력적인 중년 조한나와 바람을 피우는 장면을 목격합니다. 토마스는 자신과 부모님을 지키기 위해 조한나를 미행하고, 그러면서 지루하게만 보였던 그의 인생이 변하기 시작합니다. 이웃 제프가 말했던 대로, 희극이기도 하며 비극이기도 한, 예측 불가능한 인생으로요.


영화 <리빙보이 인 뉴욕>


영화 속 뉴욕

<리빙보이  뉴욕> 감독 마크 웹이 담은 뉴욕은 우디 앨런의 그것과는 조금 다릅니다. 동시대를 배경으로, 보다 사실적으로 그려집니다. 주인공 토마스는 맨하탄 남동쪽에 해당하는 로워 이스트사이드의 작은 스튜디오에 살고 있습니다.  군데군데 흰색 페인트가 벗겨져있고, 라디에이터도 형편없이 낡았습니다. 영화에는 복잡하고 어지러운 도심과 오래된 주택가, 상가 벽면에 그려진 투박한 그래피티가 등장합니다. 지하철을 타고 있는 불특정 다수는 우리에게도 익숙한 지친 얼굴을 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다분히 삭막한 장면 사이로 서점과 레스토랑, 아늑한 분위기의 집이 등장합니다. 모두 지갑을 활짝 열고 싶어 지게 만드는 멋진 공간입니다. 어쩌면 상반된  같은  둘이 묘한 조화를 이룹니다. 영화는 마치 이것이 뉴욕이라고 말하는 듯합니다.




뉴욕은 짝사랑을 닮았다.

두 영화를 거의 연속해서 본 후, 뉴욕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물론 지금 가더라도 제가 영화를 보면서 상상했던 뉴욕을 만난다는 보장은 없겠지요. 우디 앨런의 화려한 뉴욕도, 마크 웹의 현실적인 뉴욕도 없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거기엔 어쨌든 뉴욕이 있을 테고, 저는 그걸 제 눈으로 직접 보고 싶습니다. 커피와 베이글을 사서 센트럴 파크를 걷고, 도심 한복판의 에어비엔비를 구해 며칠 지내고, 미술관도 자주 가고, 지하철도 타보고 싶습니다. 무엇보다 거기에서 생길 크고 작은 예측 불가능함을 있는 그대로 느껴보고 싶어요. 그리고 뉴욕을 생각하는 이 마음이,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과도 꽤 비슷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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