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나는 익숙한 풍경들을 조금 더 아름답게 보고싶었나보다.
너무 무료한 나머지 '도저히 안되겠다. 나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매일 입던 줄무늬 티와 청바지를 입고 좋아하는 운동화를 신고 나갈 준비를 했다.
다만 평소와는 다르게 무거운 카메라를 챙겨 외출을 했다. 어디 특별한 곳을 간 것은 아니고 동네 근처를 돌아보는 정도였다.
어느날 여행 예능을 보면서 '서울에 여행 온 외국인이 되고싶다.'는 동생의 말이 마음 속에 남았던 것일까. 카메라를 들고 동네를 걸었을 뿐인데 익숙했던 풍경들이 새롭게 느껴지고 더 소중하게 다가왔다. 다른 나라나 도시를 여행할 때와 거의 같은 마음과 관점을 가질 수 있었다.
서울 시민인 나에게는 '늘 보던 빨간 벽돌', '벽에 그려져있던 유치한 벽화', '빨갛게 피어있던 장미'들이 여행객이라는 프레임이 씌워진 나에게는 이색적이었고 예뻤으며 특이했다. 모든 것은 마음가짐이구나라는 생각을 여기서도 하게 되었다. 동네의 풍경들을 카메라에 담고나니 유명하지 않은 동네를 시간내어 찾아온 여행객이 된 기분이 들었다. (DSLR을 들고 동네를 돌아다니니 동네사람들도 조금은 신기한 듯 이상하게 바라보더라..)
명확한 기능을 가진 물건이란 참으로 이상하다. 별 것 아닌 것 같고 사소한 듯 하지만 그 물건과 기능이 주는 존재감은 매우 크다. 휴대폰에 있는 카메라 '기능'과 카메라가 전혀 다른 것 무게를 가지는 것처럼 말이다.
휴대폰 카메라는 길을 걷다 예쁜 것을 '발견'했을 때 꺼내는 것이라면, 진짜 카메라는 길을 걸으면서 예쁜 것을 '찾게' 만들어주는 것과 같달까. 단순히 행동을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 행동을 유도할 수 있도록 하는 것.
아무리 하이브리드 제품이 많이 나와도 오리지널을 따라갈 순 없듯이 본래의 것이 주는 무게와 존재감은 절대 무시하지 못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잠깐의 여행이 나에게 미친 영향은 이루 말할 수 없을만큼 좋은 에너지가 되었다. 진짜 해외 여행을 다녀온 것 처럼 사진을 정리하고 보정하고 글을 쓰니 내 안의 기운이 정화되어 시원해진 기분이다. 산뜻하고 가벼웠던 바깥바람이 몸속으로 들어와 저장되어, 내 몸이 나쁜 기운으로 뜨거워질 때마다 저장되었던 시원한 기운이 조금씩 나올 것 같은 느낌이랄까! 더 더워지기 전에 일상을 여행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