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요가 수트라는 보이는 것, 가진 것에 욕심을 내는 나에게 경종을 울리는 부분이었다. 읽으면서 많이 생각났던건 요가원 원장님이 말씀해주셨던 쟁반 비유였다.
'나는 무언가를 담을 수 있는 쟁반일 뿐이다.
돈을 올려 놓아도, 먼지를 올려놓아도 나는 그냥 쟁반이다. 돈도 먼지도 아니다.'
요가는 '참 나'를 찾는 과정인데 참 나는 여러 욕구에 가려져있어 제대로 바라보기 어렵다. 그리고 이 욕구는 집착을 만들어낸다. 우리는 흔히 욕구를 나쁜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행복'을 바라는 것도 욕구일 수 있다. '행복해야지.' 라는 것도 집착이다. 행복은 누가 판단하는 것인가? 내 기분이 좋으면 행복한걸까? 남에게 좋아보이면 행복한걸까? 행복이라는 것이 있긴한걸까? 한번만 다시 생각해보면 행복이라는게 참 주관적이라는 걸 알 수 있다. 그럼 반대로 불행은 무엇일까? 나의 상황이 안좋으면 불행한걸까? 내 상황이 좋아도 내 마음이 안좋으면 그게 불행인걸까? 행복하면 행복한 순간을 잃기 싫어서 집착하게되고, 불행하면 불행한 순간을 떨쳐내고 싶어서 집착하게 된다. 그리고 그런 행복과 불행은 주로 외부 물질에 의해 만들어지게 된다.(사실 참 나 외의 모든 것은 외부 물질이라 볼 수 있을 듯 하다.)
정말 돌이켜 생각해보면 나를 행복하고 불행하게 만들었던건 다 외부 요인이었다.
날씨가 좋아서 행복했었고, 일을 잘해서 행복했었고, 부정적인 사람과 이야기해서 불행했었고, 열심히 일하고 먹는 식사가 맛이 없어서 불행하다고 느꼈다. 사실 이건 내가 느끼긴 했지만 내가 원인은 아니었다. 그럼 진짜 나는 뭘까? 그냥 존재만 하는걸까? 참 나를 왜 찾아야 하는걸까? 뭐가 달라지는걸까? 외부 자극에 의해 흔들리지 않으면 뭐가 좋은걸까? 이런 저런 생각이 많이 들었다.
그래도 명확하게 이해가 됐던건 우리가 부와 명예를 얻으면서 느끼는 '행복'이라고 말하는 건 사실상 찰나의 쾌락이라는 점이다. 진짜 갖고싶던 신상 기기(저는 명품백보다 아이맥을 선택하는 그런 사람입니다..)를 샀을 때, 갖고싶어하면서 물건을 사기 전까지 기분이 엄청 좋다가 막상 그 물건을 가지게 되는 순간 행복감은 급 하락한다. 부와 명예도 마찬가지 아닐까? 내가 엄청 갖고 싶어하는 명예 (저는 부보다 명예를 선택하는 그런 사람 입니다...) 를 가지게 되는 순간과 가지고 있는 동안은 기쁠지 모르지만 언젠간 잃을 수 잇다는 불안감에 살아가게될 것이다. 이것이 과연 행복일까? 나는 이게 쾌락이든 행복이든 상관없었다. 좋아보이니까 이루고 싶으니까 많은 돈과 시간과 에너지를 쏟고있다. 사실상 그렇게도 버리고 싶어하는 '집착'에 돈과 시간과 에너지를 허비하고 있는 것이다. 보이는게 나라고 생각하니까. 사람들이 그렇게 보니까.
하지만 다시 돌아가 '나는 쟁반이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면 나에게 올려졌던 많은 것들은 그저 스쳐지나가는 것일 뿐이라는 걸 알 수 있다. 쟁반에 과일을 올린다고 해서 쟁반이 과일이 되는 게 아니니까. 아무리 멋진 지위와 명예를 가져도 그건 그저 지위와 명예일 뿐이다. 그냥 나 인것 처럼.
머리로는 이해할 수 있지만 진정으로 느끼고 깨닫는데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 같다. 하지만 알고 있느냐 모르고 있느냐는 천지차이일테니까, 수많은 외부 자극들이 내 마음을 흔들때면 주문처럼 중얼거릴 것이다. '나는 쟁반이다. 나는 쟁반일 뿐이야. 흔들리지 않아도 돼' (하지만 나는 지금 내 쟁반위에 새로운 아이패드를 올려 놓고 싶다.. :( ) 고통과 쾌락이 흘러가게 놔두면 그저 흘러가는 것이고 그걸 잡으려고 하면 집착이 시작된다고 한다. 흘러두게 내버려두는 연습을 하자. 무엇이든지 오래 하면 익숙해지는 것 처럼 시간이 지나면 나에게 오는 자극도 나중에는 자연스럽게 흘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