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인 야구 10년 차의 야구 이야기
코로나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요즘 사회인 야구를 처음 했을 때가 생각난다.
최근 코로나로 단체 활동 및 야외활동이 금지되고 그로 인해 각종 스포츠들도 모두 멈춰버렸다. 어느덧 11년 차에 접어든 내 사회인 야구생활도 본의 아니게 잠시 멈춰있다. 물론 개인적으로 훈련하다 손가락이 부러진 탓도 있다. ^^;; 게다가 프로야구까지 멈춘 지금 내 유일한 낙은 핸드폰 게임으로 야구를 하는 것이 전부이다.
야구를 한동안 안 하다 보니 이상하게 처음 야구하던 때가 생각이 많이 난다. 그때는 참 야구도 지지리 못했는데 참 재미났던 것 같다. 사람은 무언갈 배우면서 성장할 때 느끼는 감정이 오래가는 것 같다. 물론 지금도 야구는 못하는데 그때는 좀 심각했다. 새로 창단한 팀은 1-2명을 제외하곤 모두 야구를 처음 하는 형, 동생들로 구성되었다. 20미터가량의 캐치볼을 하는데도 서로 공을 못 받아서 난리였다. 난 그날 처음 공을 2시간 동안 던져봤는데 1달간 어깨가 나가서 세게 공을 못 던졌다.
우리가 레슨 받던 곳은 하남의 실내 연습장이었다. 컨테이너 박스로 만들어진 연습장에서 1시간은 실내에서 캐치볼과, 땅볼 펑고, 배팅 훈련 등을 하고 남은 1시간은 연습장 바로 옆에 있는 밭에서 외야 펑고 훈련을 했다. 근데 이 밭에서 한 연습, 지금 생각해보면 참 원시적이고 재미있었다. 코치가 외야로 공을 쳐주는데 처음 높은 공을 본 나는 이마로 공을 받기도 했다. 나 말고도 다른 형들도 마찬가지였다. 서로 이마로 공을 받기도 했다. 밭에 땅은 얼음이 녹아서인지 움푹 패이기도 했다. 한번 훈련을 하고 나면 모내기를 한 것처럼 유니폼이 다 망가지곤 했다. 훈련만 보면 거의 외인구단 수준이었다. 그래도 누구 하나 불평 없이 재밌게 훈련했던 것 같다.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애들이 놀이터에서 비눗방울을 보며 즐거워하듯 우리 팀 또한 작은 야구공 하나에 행복했던 것 같다. 그러던 내가 이제 어느덧 10년이라는 시간이 지나고 새로운 팀에서 새롭게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지금은 잘 차려진 경기장에 모두들 실력도 뛰어나고 각자 나름의 루틴으로 경기를 준비한다. 어느 팀을 만나도 중심타선은 잘 치고 에이스들은 잘 던진다. 수준이 높아질수록 스포츠는 재밌는 게 맞다. 그래서 야구 경력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더 강팀들이 많은 리그를 찾아가는 경향이 강하다. 더 센 상대와 싸워서 이기는 쾌감을 찾는 것은 운동인의 본능인 듯싶다.
그런데 말입니다. 나는 운동인이 아닌가 보다. 난 약간 아마추어 느낌이 나는 그런 경기가 좋다. 어이없는 실수도 나고 때론 예측 못하는 경기가 일어나는 게 재미있다. 그래서 점점 야구가 재미 없어지는지도 모른다. 조금 자세히 말하자면 재미보단 설렘이 줄어드는 게 맞는 말이다. 초창기 때 아침 경기를 하기 위해 새벽에 경기장에 도착하면 늘 나던 새벽 공기의 설렘이 이제 익숙함으로 변해졌다. 예상되는 경기 결과와 내 성적도 그냥 한 곳에 머물고 있어 보인다. 어느덧 한계에 도달한 내 실력과 체력이 더 이상의 야구가 주었던 재미를 반감시키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여전히 이 야구를 버리지 못하는 이유는 단 하나이다. 똑같은 관심사 속에서 어우러지는 사람들이 좋아서다. 야구의 실력을 떠나 그냥 야구라는 공통된 관심사로 세상 근심 걱정 따위 잊어버리고 몰두하며 즐거워할 수 있다는 것이 너무 큰 매력이다. 투수가 타자에게 공 하나를 던지기 전 고요한 느낌이 너무 좋다. 그 공 하나에 그곳에 모인 20여 명의 선수, 심판, 운영진까지 집중하며 기대하고 있다니 얼마나 멋진가. 특히 평균 나이 40대에 아저씨들이 이런 천진난만한 감정을 어디서 쏟을 수 있단 말인가.
5월 5일부터 프로야구도 시작되고 아마도 우리 팀도 5월 중에는 개막전을 치를 예정이다. 개인적으로 손가락을 다쳐 5월 중에는 그라운드 서기 힘들겠지만 어서 빨리 공하나에 울고 웃는 사회인 야구인으로 돌아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