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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온 Nov 15. 2021

불면일기(不眠日記)

20.11.15 여섯번째-2/2

준에게

...

그렇게 충만했던 시절은 또 오지 못할거야.

《영화, 윤희에게》


11월의 절반이 지났고, 다음 달이면 올해가 끝이 난다. 올해는 유난히 "시간 참 빠르다"라는 말을 달고 살았다. 스물다섯이 되었지만 아직은 받아들이지 못한 채로 1월과 2월이 지났고, 5월의 여행을 기점으로 나는 꽤 여유가 사라진 사람이 되었다.


5월. 그 통영여행의 전후로 많은 일들이 있었던가, 여행에서 돌아오는 길에 잠깐 앞이 잘 안보였다.

두려움을 품고 주말을 보내고 월요일에 찾아간 병원에서는 안구건조증이라는 진단을 받았지만, 잠시 앞이 안보이고 다시 보이게 된 세상은 왜인지 이전과는 달라져있었다.


"그렇게 충만했던 시절은 또 오지 못할거야."

라는 생각이 들었던.


올해는 돌이켜보면 절반의 성공과 절반의 실패, 그렇게 좋은 경험이었다-고 포장할 수 있을 일들로 채웠다. 실패에 대해 오래 생각하지 않으려고 노력했고 그것이 더 깊은 우울 혹은 좌절에 빠지지 않도록 도왔다.


또 나를 잠시나마 기분 좋도록 만드는 방법 중 하나. 옛 사진들을 들춰보기.

심해진 코로나 때문에 특별한 일상을 보내지 못한 것도 있기에 유독 19년도의 사진들은 머나먼 과거처럼 느껴지는 동시에  시절을 가장 충만했던 시절로 기억하도록 만든다. 사진들을 보다가 마음에 드는 사진을 SNS 다이어리 계정에 올리며  시간을 떠올리고,  시간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잠시 행복해진다. 그렇게 좋은 순간들이 겹쳐진 나의 삶을 사랑하게 된다.



어쩌면 이렇게 앞으로도 계속

나는 순간의 기억에 기대어 살아갈 것 같다.



*


나와는 다른 혹은 비슷한.


최근에 정말 어쩌다보니 많은 사람들을 연이어 만났다. 원래 만나는 사람들만 계속 보는 난 여전히 적당한 거리의 사람들을 만나는 일은 쉽지 않다. 어떤 점에서 쉽지 않냐면, 그들 앞에서 나는 나의 찐바이브를 드러내기보다는 조금 더 밝고 유쾌한 사람이 되고 싶어하는 것 같다. 함께 있는 사람이 재미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데, 어쩔 수 없이 난 그다지 재미있는 사람이 아니므로 이 괴리가 자신 스스로를 피곤하게 만드는 것이다. 가끔 '내가 개그맨도 아니고 왜 이러는가?'는 의문이 들지만, 자연스럽게 또 그러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그리고 유독 그런 만남이 끝나고 집에 돌아오면 불필요한 말을 많이 한 것 같아서 괴로워하기 일쑤다.


그런 단어들, 예를 들면 꼰대-노잼과 같은 단어들은 타인을 쉽게 어떤 사람이라고 단정짓게 만든다. 오늘 이야기를 나누다가 타인에게 그런 식으로 단정지어 질까봐 사람들에게 전보다 적극적으로 다가가지 못한다는 것을 듣고 그리고 이런 고민을 하는 친구들이 전혀 그런 고민을 할 나이가 아니라고 멋대로 생각하면서 놀랐다. 어느샌가 우리는 주변의 단정어린 시선에 그 틀 속에 자신을 맞추게 되기도 하는 것 같다.


나는 누군가를 그렇게 쉽게 단정내리고 있을까, 경계하는 마음으로 나의 태도를 되돌아보았다.


사실 누군가로부터-나를 잘 모른다고 생각되는- 나의 이미지를 단정짓는 말을 자주 듣는 편이다. 그래서 그런 사람이 되지 않겠다고 생각해온 편이다. 그리고 누군가 그런 말, 예를 들어 나는 담배도 못필 것 같고 무서운 것도 잘 못볼 것 같고 책만 읽을 것 같고 등등..의 문장을 들으면 그 말에 반발심리가 생긴다. 그래서 자꾸만 나 그대로를 드러내는 것보다는 얇은 가면을 하나 쓴 상태로 잘 모르는 타인을 대하게 될까.


자신 그대로를 보여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혹은 보여줄 수 있는 사람만 만나고 싶다.

고 자꾸만 생각하게 되는데, 새로운 사람 혹은 100% 편하지만은 않은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알아가는 재미도 분명 있다고 생각한다. 최근의 만남들은 이 두 가지의 상반되는 생각을 반복하면서 지냈고, 밖에서 에너지를 끌어다 쓴 나는 집에와 불쑥 잠에 들고...기분이 찜찜한 꿈을 꾸고 다시 깨어난다.


하이톤과 거짓웃음을 경계할 것.

(특히 '진짜'웃기지도 않으면서 "진짜 웃겨"라는 말 습관적으로 내뱉지 않기)

그래도 나와 만나는 사람들이 다 편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를 바라는 이 마음은 꽤나 기특한 것이 아닐까.

어쨌든 노력하는  자신 이렇게 칭찬해주기:)


*


오늘 일기를 쓰며 들은 노래

https://soundcloud.app.goo.gl/n7Ssu9Q6xxX5siA39

추신. 도입 김희애 배우님의 목소리는 어떤 마음을 건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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