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여기, 보통사람들을 위한 현실 인문학 <시민의 교양> 후기
책을 읽으면서 정말 글 잘 쓴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러웠다. 작가의 깊은 인문학적 소양이 글재주와 잘 어우러져 정말 큰 배움이 되었다. 작가는 대중들이 대충 알고 있거나 머릿속에 뜬 구름 잡듯 알고 있는 지식들을 차곡차곡 모아서 이건 이거고! 저건 이거다!라는 식의 정리를 참 잘해주는 것 같다. 어려워 보이는 단어도 채사장 작가가 말하면 무언가 쉽게 느껴지는 게 있다. 이것이 팟캐스트의 흥행을 이끌었던 기본적인 원동력이 아니었을까. 쉽게 말하고, 쉽게 알려주는 능력은 요즘 시대에 꼭 필요하면서도 주목받을 만한 능력이다. 실질 문맹률이라는 게 있다. 글을 읽고 쓸 수 있지만 정도의 이해는 하지 못하는 실질적 문맹을 말한다. OECD에서는 가입국을 대상으로 5년마다 한 번씩 실질 문맹률을 조사한다. 이번에 조사한 우리나라의 실질 문맹률 결과는 매우 충격적 이게도 3위를 했다. 더 놀라운 것은 5년 전엔 1위를 기록했었다. OECD 가입국가 중에서 글을 읽고 이해하는 능력이 평균적으로 손에 꼽을 만큼 많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듣기 쉽게 말하고, 보기 쉽게 말하는 것은 어쩌면 요즘 시대에 가장 필요한 능력이 된 것이다. 채사장 작가는 이 능력을 타고난 것 같다.
채사장 작가는 지대넓얕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을 통해 알게 되었다. 팟캐스트 대표 말발답게, 책도 어찌나 맛깔나게 쓰는지 읽는 내내 정말 쉽고 글 잘 쓴다고 생각했던 게 기억난다. 지대넓얕이 인기를 한 참 끌고 난 뒤에 나온 책이 <시민의 교양>이다. 지대넓얕이 인류의 전반적인 역사와 인문을 알기 쉽게 썼다면, 시민의 교양은 '시민'이라는 우리들, 일반 사람들이 선택하며 살아가야 하는 것들에 대해서 정리했다. 세금, 국가, 자유, 직업, 교육, 정의, 미래에 대해서 얘기하고 각 주제들을 두 개의 선택지로 나눈다. 그리고 그 선택에 따라 어떻게 나라와 정부가 운영되는지, 기업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역사를 통해서, 통계를 통해서 하나하나 쉽게 풀어준다.
시민이라면 누구나 알아야 하고, 선택할 수밖에 없는 것들을 소개한다. 그 첫 번째가 돈 얘기다. 우리는 자본주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자본주의 자본은 즉 돈을 얘기한다. 돈이면 다 되는 세상, 돈이 지배하고 있는 시대다. 물론 다 안 되는 것도 있긴 하지만 기본 사상 주의가 돈이기 때문에, 세상 모든 것들은 돈으로 환산이 된다. 그래서 그런지 책 내용도 맨 처음이 돈, 세금 내용이다. 세상 어디에도 세금을 안 걷는 나라는 없다. 납부하는 세율이 다를 뿐 국민의 의무로 세금 납부의 의무는 어떤 나라든 꼭 들어간다. 나라에서 일어나는 모든 것이 돈으로 움직이고 돈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세금을 걷기 전에 알아야 할 것이 있다. 바로 시장의 자유와 정부의 개입이다. 시장에게 자유를 준다는 것은, 세금을 적게 걷는 것을 말한다. 정부의 개입은 세금을 많이 걷는 것을 말한다. 이 두 가지 전제는 결국 돈을 얼마나 걷느냐에 따라 나라에서 운영하는 모든 것이 결정된다는 얘기다. 세금을 필두로 작가는 모든 주제에 두 가지의 길을 제시한다.
세금을 얼마나 걷을 것인가? 누구에게 많이 걷을 것인가?
국가는 자유주의로 갈 것인가? 사회주의로 갈 것인가?
자유는 소극적 자유를 추구할 것인가? 적극적 자유를 추구할 것인가?
자유에서의 생산 수단은 장려할 것인가? 제한할 것인가?
교육에서는 일자리를 창출할 것인가? 소득격차를 완화할 것인가?
정의에서는 보수를 추구할 것인가? 진보를 추구할 것인가?
미래에는 화폐와 인구에 대해 알아보고 결국 이 모든 것들을 우린 어떻게 선택할 것인가?
그래서 내가 선택하는 것은 어느 쪽일까? 난 우리나라 안에서 정치적 진보 성향을 가지고 있다. 사실 세계인의 눈으로 봤을 때 난 진보의 축에도 못 낀다. 오히려 보수 중에 보수일 것이다. 워낙 보수적인 우리나라라서 그런지 '조금이라도 좋게 변했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하는 날 스스로 진보로 소개하게 한다. 우리나라가 좀 변했으면 좋겠다. 모든 이들이 더 살기 좋고, 더 화목한 나라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진보다. 별 이유 없다. 생겨먹은 게 가치관이 뚜렷한 편에다가 적극성을 띄는 성격인지라 바뀔 수 있다고 믿고, 또 그렇게 되게끔 힘쓰고 싶다. 가난한 사람들, 소외받는 소수자들이 살기 좋은 나라가 되었으면 좋겠다. 많은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고, 더 많은 도움이 있었으면 좋겠다. 돈 많은 사람들만 잘 먹고 잘 사는 나라가 아닌, 돈이 없어도, 몸이 조금 불편해도, 어떤 사람이라도 동등하게 행복하고 삶의 만족을 느끼는 나라가 되었으면 좋겠다. 책을 읽는 내내 그런 나라를 꿈꿨고, 스스로를 돌아보며 신념을 다잡는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