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칙을 버리고, 이론을 지우고, 공식을 잊을 때, 기획은 완성된다.
기획에서 기획을 덜어내라 - 제갈현열, 김도윤
'기획은 2형식이다'를 보고 필받아서 한 권 더 찾아본 기획 책이다. 기획에 대해 더 알고 싶어서 보게 되었다. 기획을 업으로 삼을 사람은 아니지만, 흥미가 있고 배우고 싶은 내용에 대해 닥치는 대로 책을 보고자 마음먹었기에 배움의 재미로 읽었다. '기획은 2형식'의 기획 책은 심플한 제목이었다면 이번 책은 조금은 난해해 보였다. 기획을 해오던 사람이었다면 모를까 그 바닥에 담겨 있는 사람이 아니기에, 기획에서 기획을 덜어낸다는 게 문자적 의미로는 알 수 있어도 뜻을 통찰하기엔 어려웠다.
저자는 둘이다. 각종 공모전에서 60관왕을 거머쥐운 사람과, '1등은 당신처럼 공부하지 않았다'의 저자인 베스트셀러 작가. 이 둘은 사업을 같이 하고 있는 파트너라고 한다. 자기 계발서가 다 그렇듯 작가의 자랑이 쏟아지기 마련인데, 이 책은 그다지 자랑이 많진 않았던 것 같다. 필요한 부분에서 자기의 경력을 드러낸 느낌이랄까. 자랑과 더불어 자신들의 부족한 면모를 보이기도 한다. 나 같은 별 볼 일 없는 사람이 친근감 있게 느껴질 수 있도록 배려한 것 같다.
'설득이 곧 기획이다 그걸 안다면 기획을 몰랐다는 말은 거짓이 된다.' 책 초반부터 아주 정곡을 찌르는 말을 한다. 바로 이전 책에 아리스토텔레스의 변론술에 대한 책을 읽어서 그런지 설득이라는 단어가 아주 친근하게 다가왔다. 책에서 작가가 말하는 기획의 방법으로 비유하는 것이 있는데, 바로 <면, 선, 점>이었다. 내가 이해한 바로 짧게 풀어보자면 <면>에서는 기획을 하기 전에 문제에 대한 질문을 쏟아내는 걸 말한다. 질문을 끊임없이 해야 하며 질문이 멈출 때까지 다양하게 '올바른 방향'으로 계속 이어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올바른 방향이라고 작가가 말한 이유는 첫 질문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첫 단추가 꾀어진다는 것이다. '기획은 2형식이다'에서 '문제-해결'의 공식을 봤을 때 P코드(problem)를 어떻게 바라볼지 말하는 것과 같았다. '기획은 2형식이다'에서 문제의 본질을 찾아야 한다는 것을 여기서는 끊임없는 질문과 대답을 통해 정점에서 멈추는 질문, 그 질문이 나오는 과정을 <면>이라고 정의한다.
문제점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세 가지로 함축한다.
<문제점에 대한 답>
1) 해당 문제를 본래의 목표에 대입시켜 볼 것
2) 그 문제를 해결하면 본래의 목표를 이룰 수 있을 것인가를 물어볼 것
3) 그 문제보다 더욱 심각한 다른 문제는 없는가를 고민해 볼 것
이렇게 문제점에 대한 궁극의 질문에 다달했을 때 <선>의 영역으로 넘어간다. <선>의 영역 첫 번째로 작가가 말하는 것은 '기획은 의도에 따라 두괄식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라는 것이다. 누군가를 설득하기 위해서는 핵심을 간결하고 임팩트 있게 전달하는 게 유리하기 때문에 결론 먼저 말하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 가운데 청중의 욕망을 건드려야 한다고 한다. 이런 것들을 구상했으면 ppt 기획서를 만들기 전에 먼저 글 pt를 하라고 한다. 저자가 말하는 글 pt란 기획서를 어떻게 써야 할지 글로 쭉 써보는 걸 말한다. '마음의 움직임, 결국은 글이란 감성으로 귀결되기에 선의 영역은 글쓰기와 맞닿아 있을 수밖에 없다'라고 한다. 글에 힘이 있을 때 그걸 표현하는 말에도 힘이 생기고 그 힘은 설득을 만드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그러기에 글만으로 기획서를 풀어보는 글 pt가 아주 중요하다고 한다.
<의도를 따라가는 두괄식 구조를 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1) 면의 영역을 통해 구체화된 목표를 설정한다. (두괄식 구조)
2) 그 목표에 진입하기 위한 상황 설명을 한다. (상황분석)
3) 목표를 방해하는 상황상의 걸림돌을 지적한다. (문제점 발견)
4) 문제점 해결에 대한 방향을 제시한다. (이어지는 점의 영역)
기획의 필력 연습 방법도 얘기해주는데, 기존의 기획서를 글로 풀어보는 역기획을 방법과 에세이나 소설 혹은 영상 콘텐츠에서 본 좋은 문장을 기록해두고 약간씩 다른 표현으로 적용해 보는 걸 추천한다. 글쓰기에 관심이 있는 나로서는 한 번 도전해 볼 법한 내용들이었다.
<점>의 영역은 해결책의 영역인데, 이것은 답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하며 작가가 친히 답을 얘기할 수 없어 미안하다고 한다. 깔끔하진 않지만 나도 이게 정답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좋은 해결책'의 필요충분조건 두 가지를 설명하는데, 하나는 가능성이다. '좋은 해결책에는 가능성의 희망이 들어 있었다. 좋은 해결책은 그 자체로 실현 가능함은 물론이고, 문제점 해결과 목표 달성에 대한 희망을 제시해야 한다.'라고 한다. '좋은 해결책'의 필요충분조건을 완성시키는 두 번째는 '매력성'이었다. '좋은 해결책'에는 '가능성'과 '매력성'이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것은 '좋은 해결책'의 필요충분조건일 뿐 해결책의 정답은 아니었다. 동일한 해결책은 없고, 각자만의 고유한 해결책이 있는데, 그 해결책은 결국 기획자 자신의 주관에서 나온다고 말한다. 자신의 성향이 어떠한 삶의 경험에서 왔는지 어떠한 관점에서 왔는지 결정한다는 것이다. 그것을 깨닫고 작가는 20대에 사회학 / 정치학 / 종교학 / 인문학 / 경제학의 기초를 닦았고, 30대가 되어서는 한 학문에 대해 책을 낼 수 있을 만큼 깊이 알고 싶어졌다고 한다. 또 6년 동안 1,700권의 책을 읽었다고 한다. 어마어마한 권수다. 나도 책을 많이 읽고자 1년에 100권이라는 목표를 세웠고, 4개월 동안 30권 가까이 읽었지만 여기서 더 읽을 수 있을까 하는 도전이 생긴다.
하나의 영역에 갇혀 있던 생각의 흐름이 다른 영역을 통해 이어질 때
그것 자체가 하나의 통찰이 된다.
내가 너무 좁은 영역을 고민하는 것은 아닌지를 자문하는 것 다른 영역의 책을 읽거나 자문을 구해보는 것
그 과정이 통섭이고 그 과정이 통찰의 과정이다.
기획에서 기획을 덜어내라
결국 기획은 본인이 가지고 있는 지식과 앎의 깊이에서부터 출발하며, 통찰의 문제라는 것이다. 작가는 통찰력을 기르는 것이 기획을 잘하는 방법이라고 말하진 않지만, 난 스스로 그렇게 이해하기로 했다. 기획에 대한 책을 보면서 내 주변에 있는 제품들이나 여러 광고들, 프로모션, 행사들을 봤을 때, '아 이건 정말 대박이다'라는 것들은 모두 예상치도 못한 것들의 조합이었다. 그 조합이 어떻게 나올 수 있느냐를 물었을 때, '통찰력'이라고 말할 수 있지 않나 싶다. '기획은 2형식이다'라는 책과 마찬가지로 마지막엔 본질적인 것을 얘기하고 있다. 아직 더 많이 배워야겠지만, 기획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기획자의 통찰력이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