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요로서의 인간, 그 실격에 대하여
인간실격 - 다자이 오사무, 김춘미 옮김
문학 책은 조금 더 편하게 읽고 싶은 마음에 잠자리에 들기 전 침대에서 스탠드 조명에 의지해 책을 읽었다. 책을 읽는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미간에 주름이 잡히는 걸 느꼈다. 책을 보며 느낌 첫 감정은 거부감이었다. 요조라는 아이가 어른들 사이에서 자신의 생존을 위해 웃는 척을 하고, 말을 잘 듣는 척을 해야 했다고 얘기하는데, 꼭 이렇게까지 표현을 했어야 했나? 싶었다. 나의 어린 시절을 생각해보면 나 역시 어른들의 기대를 충족시키고자 했던 행동들이 많이 있는 편이었다. 하지만 이건 특별해서가 아니라 보통 아이들이라면 모든 사람들이 겪는 현상이다. 프랑스의 철학자이자 정신분석학자인 자크 라강은 거울 단계 이론을 통해 "인간은 타인의 욕망을 욕망한다."라는 말을 남겼다. 처음 태어나서 보게 되는 부모에 의해 길러지면서 생존을 위해 그들의 만족을 채우기 위해 살아간다는 것이다. 여하간
저자는 주인공 요조가 대인 관계에서 얼마나 연약한 사람인지 말하고 싶은 것 같았다. 어찌 보면 '인간 실격'이라는 제목이 '사회 부적응자' 정도로 해석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봤다. 부잣집 도련님으로 태어났는데 얼굴까지 잘 생겼다. 하지만 그 외의 것들이 인간 실격인 사람에게는 돈도, 잘 생긴 것도 그 무엇도 도움이 되지 않았다. 덕분에 여자들을 많이 만나면서 살게 된 정도? 주인공인 요조는 나약함이라는 이유로 스스로 망치는 삶을 살아간다. 물론 자신은 망치는 삶이 아니라 그냥 그렇게 태어난 사람이라고 변명 아닌 변명의 뉘앙스로 말한다. 중간까지 보면서 사실 별 재미를 붙이지 못했다. 읽다 보니 그냥 에세이를 읽는 느낌이 들어서 궁금했다. 작가가 대체 뭐 하는 사람이고, 어떤 삶을 살았길래 이렇게까지 글을 쓰는 건가? 책을 덮고 작가에 대해서 알아봤다. 아니나 다를까 소설 중반부까지 읽었던 내용이 작가의 삶과 일치하는 부분이 상당히 많았다. 자전적 소설이었다. 충격이었다. 이 사람은, 이 작가는 도대체 어떻게 이렇게 생각하고 이렇게 살아가게 되었는가? 작가에 대해 궁금한 게 많았으나, 작가에 대해 알게 되면 소설이 스포가 되진 않을까 하여 더 알아보지는 않고, 중간부터 책을 다시 읽었다.
작가를 이해하고 나서 책을 보니, 안타깝고 속상했다. 그리고 답답했다. 읽다가 나도 모르게 "아휴 대체 왜 그러니"라는 탄성이 나왔다. 중반부 이후부터는 주인공이 점점 더 어두운 삶을 살아가게 된다. 계속되는 자살시도와 더불어 많은 사람들에게 피해를 끼치고, 스스로 절제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정말 안타까운 것은 주인공 스스로가 인간 실격의 모습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는 것이다. 미안한 마음에 사랑하는 이를 떠나기도 하고, 미안한 마음에 제대로 의사전달을 하지 못하기도 한다. 마음 한편이 아렸다. 본인도 그러고 싶어서 그러는 게 아닐 텐데.. 물론 요조의 무책임한 행동 때문에 짜증이 나기도 했고, 어이가 없기도 했다.
두 가지의 마음이 내 속에 공존했다. 첫 번째 마음은 남들에게 피해를 주고, 자기의 연약함을 이겨내려 하지 않는 방종에 의한 분노. 두 번째 마음은 저렇게 살고 싶어서 저렇게 사는 것이 아닐 텐데, 애초부터 태어난 성품이 저런 것을 어떻게 하나.. 하며 인정해주고 불쌍히 여기는 동정. 분노와 동정의 사이에서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궁금해 후기를 찾아보았다. 보통 동정의 마음을 갖고 있는 후기들이 많았다. 시대 배경과 더불어 실존주의 작품의 하나로서 인간의 애처로움을 담아내고 있기에 주인공을 하나의 인물로 보는 것보다 나와 너를 포함한 우리'인간'에 대한 마음으로 바라보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첫 번째 마음인 분노를 품고 있는 사람들도 생각보다 많았다. 그런 사람들의 후기를 보며 느낀 것은.. 사람을 필요에 의해 생각했을 때 그런 생각이 나오는 것이 아닌가 싶었다. 나 역시 그랬다.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기 때문에, 필요가 없는 사람으로 여겼기에, 어쩌면 나에게도 피해를 줄 수 있을 법 한 사람이기에 멀리하고 싶고 필요 여부로 따지는 것 같았다. 이것을 깨닫고는 스스로 반성하는 계기가 되었다.
내용은 끝까지 우울하고 어두운 분위기 속에서 끝나게 된다. 더욱이 마지막 몇 마디는 깜짝 놀랄 정도로 안타까움을 가져온다. 그리고 작가의 삶도 매우 매우 안타깝게 느껴졌다. 이런 사람들에겐 대체 어떤 도움이 필요한 걸까 고민도 해보았다. 도움이라는 것이 필요하긴 한 걸까. 우리가 생각하는 도움이라는 것이 또 다른 폭력이 되진 않을까 고민해보는 시간도 가질 수 있었다. 인간 '실격'이라는 타이틀이 붙기 전에 인간은 각자 다양하고, 모두 다르다는 것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다시 한 번 생각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어서 배움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