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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지우기 May 05. 2022

인스타에선 볼 수 없는 사진을 보고 싶을 때

출처  |  피크닉 전시 <사울 레이터 Saul Leiter : 창문을 통해 어렴풋이 Through the Blurry Window> 중




풍경 맛집, 감성 사진이 도배된 인스타그램을 보다가 다른 사진을 보고 싶었다. 마침 피크닉에서 진행하는 <사울 레이터 Saul Leiter : 창문을 통해 어렴풋이 Through the Blurry Window >가 있어 보고 왔다. 아무런 정보도 아무런 기대도 없이 갔던 이번 전시는 무엇을 찍는다는 일에 대해 차분하게 알려준 값진 시간이었다.



출처  |  피크닉 전시 <사울 레이터 Saul Leiter : 창문을 통해 어렴풋이 Through the Blurry Window> 중



그의 사진에는 3 가지가 없다.



1. 멋진 풍경이 없다.

2. 멋진 모델이 없다.

3. 쨍한 선명함이 없다.



인스타그램을 보면 엄청난 색감과 풍경 그 자체로 압도하거나 조각 같은 외모와 몸매로 엄청난 주목을 받는 사진들이 많다. 나도 사람들의 주목을 받아보고 싶지만 당장 해외여행을 떠날 수도 없고, 내 몸매는 그들에 비하면 형편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사울 레이터는 그 답을 제시한다. 그건 바로 자기가 보는 것, 보이는 것 그대로를 담아보는 것이다.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그는 도시 풍경들에 끌렸다. 눈이나 비가 오는 뿌연 유리창을 통해 보이는 흐릿한 사람들을 그대로 뿌옇게 담았다.




출처  |  피크닉 전시 <사울 레이터 Saul Leiter : 창문을 통해 어렴풋이 Through the Blurry Window> 중



도시는 탁 트인 뷰가 없다. 대부분 어떤 구조물, 간판, 건물, 차, (심지어) 다른 사람에 의해 가려진다. 그래서 무언가를 찍는 사람은 주변을 통제하거나 탁 트인 곳으로 떠난다. 하지만 사울 레이터는 그대로를 찍었다. 계단 사이에 가려진 공간, 큰 메뉴판으로 인해 헤드룸이라곤 없는 카페 등 자신의 눈이 보는 그것을 있는 그대로 찍었다.



어쩌면 이런 통제되지 않고 가공되지 않는 듯한 구도와 연출이 그의 사진이 편하게 다가오는 것일 수 있다. 게다가 그것을 창의적인 그만의 미장센으로 재배치하며 오는 심미적 아름다움으로 인해 분명 내가 아는 그 도시에서 전혀 다른 질감을 느끼는 신선함까지 얻게 되는 것이다.




출처  |  피크닉 전시 <사울 레이터 Saul Leiter : 창문을 통해 어렴풋이 Through the Blurry Window> 중



얼마 전 영상을 맡긴 클라이언트가 대놓고 한 말이다.


 " 감독님. 영상이 선명하지 않으면 화질이 떨어져 보여서 사람들이 보지 않아요. 쨍해야 사람들이 봐요."


맞는 말이다. 갬성이랍시고 필터 잔뜩 먹이고, 필름 그레인만 먹인다고 봐주는 그런 시대가 아니다. 하지만 반대로 모공까지 다 보인다는 8k 화질로 찍는다고 봐주는 시대도 아니다.


사울 레이터 같은 느낌은 사울 로이터 같은 시선을 가질 때만 나온다. 누구나 주머니에 고화소 카메라를 넣고 다니는 시대. 누구나 풍경 맛집을 갈 수 있는 시대에 나는 나만의 시선을 찾아야 한다. 나를 주목시키는 것이 무엇인지 왜 내가 그것에 주목하는지 나는 그걸 어떻게 표현하고 싶은지 고민하고 찾아야 한다. 전시를 보는 내내 레이터는 이렇게 속삭인다.


'장소가 흔해도, 모델이 없어도 그대는 그대만의 시선을 찾을 수 있다. 그대가 카메라를 들고 있기만 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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