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 짝! 짜자작! OOO 홈! 런!
응원단장의 흥을 돋우는 소리가 1루측 응원석을 휘덮었다. 아들은 큼직한 운동장과 쩌렁쩌렁 울리는 관중의 응원소리에 압도된 듯 보였다. 파울볼을 잡겠다고 경기 내내 글러브를 끼고 있던 아들은 결국 한 개도 잡지 못했고 9회 말까지 목소리를 높이며 열심히 응원했지만 그날의 결과는 홈팀의 패배였다.
“치킨 먹고 갈까?
경기에 진 것과 파울볼을 하나도 잡지 못해 아쉬운 발걸음으로 운동장을 나서는 아들을 달래주고 싶어 말을 건넸다. 그 날의 프로야구 현장 관람은 다소 아쉬움을 남긴 채 다음 경기를 기약해야 했다.
아들은 어려서부터 야구를 좋아해서 글러브를 끼고 캐치볼을 하며 시간을 보냈고 야구배트를 선물로 받은 날은 야구선수가 될 거라며 좋아하는 선수의 타격폼을 하루 종일 흉내내기도 하였다.
아들과 나는 우리 집과 가까운 수원을 연고지로 하는 프로야구팀을 응원한다. 평일 저녁이면 좋아하는 프로야구 경기를 TV로 관람하며 우리 팀을 응원했다. TV로 야구중계를 보던 어느 날 야구장 관중석 뒤쪽 벽면에 재미있는 글귀의 현수막이 카메라 앵글에 잡혀 클로즈업되었다.
“수원에 9회말은 없습니다. 허허 오늘도 9회말이 없을까요? 한번 지켜보시죠~”
방송 캐스터가 클로즈업된 현수막에 쓰인 글귀를 소개하며 중계를 이어나갔다. 야구 경기는 방문팀이 먼저 공격을 하고 홈팀은 나중에 공격을 하게 되는데 이것을 몇 회 초, 몇 회 말이라고 구분하여 부른다. 이렇게 번갈아 9번의 공격과 수비를 하며 경기의 승패를 가리는데 9회말이 없다는 의미는 홈팀이 이긴다는 의미이다. 9회초까지 끝난 상황에서 홈팀이 이기고 있으면 굳이 9회말을 진행하지 않기 때문이다. 아마도 항상 홈팀이 이기기를 바라는 수원 야구팬들이 저런 재미있는 문구의 현수막을 걸었을 것이다.
9회말이 없는 야구. 안정적인 승리. 아마도 대부분의 야구팬들이 바라는 바가 아닐까? 사람 사는 모습도 이와 비슷할 것이다. 하루하루 내일을 모르고 살아가는 우리네 인생도 9회말 없이 반드시 승리하는 인생이 되기를 누구나 바랄 것이다. 그런 마음이기에 그렇게 열심히 애쓰며 살아가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9회말 2아웃 상황에서의 역전이 팬들을 더욱 열광시키는 것이고 지고 있다가도 경기를 뒤집는 짜릿함이 팬들의 발걸음을 야구장으로 향하게 하는 것을 아닐지 생각해 본다. 매일 당연한 듯 이기는 승리보다 9회말 2아웃까지 지켜보며 역전을 바라는 간절한 마음. 때로는 역전하지 못하고 경기가 그대로 끝나더라도 다음 경기의 승리를 기약하는 긍정의 마음. 승패와 상관없이 끝까지 최선을 다한 선수들을 격려하는 마음. 그것이 진정으로 야구를 사랑하는 팬들이 가져야 하는 마음가짐이 아닐까?
스마트폰으로 다음 경기 야구티켓을 예약하며 홈팀의 짜릿한 역전승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