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르륵 스르륵~ 아이고 팔 아프네”
커피 그라인더의 핸들을 돌리며 팔이 아파옴을 느꼈다. 커피 두 잔 분량의 원두를 갈자고 잘 쓰던 수동 그라인더를 두고 새로운 전동 그라인더를 사는 게 아까워 안 사고 지낸 지 몇 달이나 지났다. 내가 거래하는 인터넷 판매처에서는 고객의 요구대로 커피 원두를 갈아서 배송하기도 하고 갈지 않은 상태로 보내주기도 했다. 갈린 원두를 구매하면 팔도 아프지 않고 좋겠지만 갈지 않은 상태로 구매하는 것이 원두의 신선함을 조금 더 오랫동안 유지하는 방법일 것 같아 선택한 결과였다.
아침마다 전동 그라인더를 살까 하는 잠시의 망설임 동안 이내 그라인더 속의 원두가 다 갈려나가 손잡이가 힘없이 헛도는 느낌이 들었다. 약간의 노동으로 얻어진 원두가루를 종이필터에 넣고 아직 끓는 중인 주전자 손잡이를 잡고 잠시 기다렸다. 끓는 물을 드립 포트에 옮겨 담고 종이필터 안에 쏟아부은 원두가루를 손바닥으로 툭툭 치며 평탄하게 만들곤 그 위에 조심스레 물을 부었다. 원두를 그라인더로 갈 때 새어 나오는 커피의 고소한 향은 종이필터 안에 담긴 원두가루가 뜨거운 물과 만날 때 절정에 다다랐다. 이내 온 집안이 고소한 커피 향으로 가득 차며 아침의 시작을 알렸다. 아침에 마시는 커피 한 잔은 몸에 시동을 걸 듯 새로운 하루가 시작되었음을 알리는 알람 같은 역할을 하였다. 아침마다 직접 내린 따뜻한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출근 준비를 하는 일은 오랫동안 지속해 온 익숙한 일이었다.
한 번은 속이 거북하고 가슴이 답답한 증상이 생겨 내과 진료를 다녀왔다. 평소 생활습관을 질문하며 진료하던 의사 선생님은 역류성 식도염 증상이라며 보름 치 분량의 약을 처방해 주셨다. 카페인이 많은 음식은 피해야 한다며 특히 커피는 마시지 말라고 당부하셨다. 다음날 아침부터는 즐겨 마시던 커피를 대신해서 카페인이 없는 차를 마시며 지냈지만 어떤 것도 커피를 대신하기에는 부족했다. 그 이후로 평소 마시던 커피의 양을 줄이며 생활했지만 커피를 완전히 끊지는 못했다. 커피 한 잔으로 인한 적당한 각성효과와 한 잔을 다 마시기까지 몸과 마음에 선사하는 휴식과 여유를 놓칠 수는 없었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커피에 함유된 카페인이 주는 각성효과에 의지해 고된 삶을 버티는 것 같은 생각도 든다. 반면 커피 한 잔을 통해 스스로에게 채워지는 더 많은 무언가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오늘도 많은 곳에서는 커피 한 잔의 카페인에 의지해 고단한 삶을 버텨내려는 안타까움과 잠시 쉬어가려는 여유로움이 공존한 채 ‘한 잔의 커피’가 소비되고 있을 것이다.
정성스레 뽑은 원두 커피든, 정수기 위의 믹스 커피든, 동네 편의점 커피든 ‘한 잔의 커피’가 우리에게 주는 위로의 크기는 동일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