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내는 미인(美人)이다. 눈에 콩깍지가 씌어서 하는 말이 아니다. 결혼한 지 17년이나 되어 콩깍지가 벗겨지고도 남을 시간이 지났지만 여전히 아름다움을 유지하고 있다. 반면에 나는 인상 좋다는 말로 포장하며 스스로를 격려하며 살았다. 그렇게 상반되었던 외모를 가진 우리가 결혼을 한다고 하니 주변 친구들이 적잖이 놀라는 눈치였다. 하지만 나는 많은 사람들의 놀람을 뒤로하고 당당히 미모의 아내와 결혼했다. 어쨌든 성공이다!
외모도 다르고 살아오던 방식도 다르던 두 사람이 만나 같은 집에서 산다는 건 그리 쉬운 과정이 아니었다. 우리 부부도 여느 가정과 마찬가지로 크고 작은 시행착오들을 겪으며 하루하루 일상의 삶을 살아갔다. 결혼한 지 십여 년이 지난 어느 날, 청년시절부터 우리 부부와 친분이 있던 친구를 만났다.
“그동안 잘 지냈어? 너무 오랜만이네”
서로의 안부를 물으며 살아가는 얘기를 하던 친구의 입에서 뜻밖의 말을 듣게 되었다.
“근데 두 사람 어쩜 그렇게 닮았어? 부부는 닮는다더니 정말 그런 거야?”
느닷없는 친구의 말에 아내는 전혀 그렇지 않다는 표정으로 나를 연신 쳐다보았다. 그래서도 안되고 그럴 수도 없다는 듯이….
아내는 돌아오는 차 안에서 룸미러를 뚫어지게 들여다보며 퉁명스럽게 말했다.
“어디가 닮았다는 거야? 살이 쪄서 그런가? 당신도 그렇게 생각해?”
아내는 닮았다는 소리가 못마땅한 듯 얼굴을 이리저리 만지작거리며 살펴보았다.
“그냥 듣기 좋으라고 하는 소리지. 너무 신경 쓰지 마”
닮았다는 소리를 받아들이기 힘들어하는 아내를 보며 별거 아니라는 듯 무심히 대답했다.
집에 돌아와서 저녁을 준비하는 아내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부부가 닮는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그저 겉으로 보이는 외모의 닮아감을 말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한 사람의 얼굴은 그 사람의 삶의 누적이며 인격이다. 그래서 자신의 얼굴에 책임을 지고 살아야 한다고 하는 것이다. 부부가 닮아간다는 것은 비슷한 삶의 궤적과 생각, 그리고 동행으로 인한 자연스러운 현상이 아닐까? 우리 부부의 닮아감이 서로 같은 곳을 바라보고 같은 생각을 공유하며 살아온 삶의 흔적이라면, 그동안의 동행은 유의미한 과정이었다는 생각이 들며 왠지 뿌듯했다.
나의 아내와 지금보다 더 닮아 있을 언젠가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