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르륵~
뱃속에서 음식을 달라는 소리가 들렸다. 잠자리에 누운 지 30여분이나 지났지만 아직 잠을 이루지 못하고 뒤척이고 있었다. 옆에서 자고 있는 아내에게 괜히 말을 걸었다.
“배고프네, 당신은 배 안고파요?”
오늘 저녁은 먹은 양도 적었지만, 평소보다 일찍 먹어서인지 더 배가 고팠다. 아내도 배고픔에 잠이 안 오는지 이리저리 뒤척이는 것 같았다. 우리 부부는 얼마 전부터 다이어트를 해보겠다며 식단을 조절하고 있던 터였다.
“이상하게 어제보다 더 배가 고프네. 빨리 자고 일어나야 내일 아침을 먹을 수 있을 텐데. 아침이 빨리 오면 좋겠다.”
며칠을 굶은 사람처럼 온통 먹을 생각에 좀처럼 잠을 이루지 못했다. 이쯤 되면 먹기 위해 사는 건지 살기 위해 먹는 건지 구분이 안 되는 상황이었다. 다음날 아침을 먹을 때까지 공복감을 참으며 억지로 잠자리에 들어야만 하는 내 모습이 안쓰러웠다.
섭취하는 칼로리보다 소모하는 칼로리를 많게 하는 것이 다이어트의 기본이다. 보통은 두 가지의 방법이 있다. 식사량을 평소보다 줄이는 방법과 식사량은 그대로 유지하고 운동을 통해 소모되는 칼로리를 늘리는 방법이 있다. 어젯밤의 경험으로 봐서 식사량을 줄이는 일은 쉽지 않았다. 배고픔을 참는다는 게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그래서 선택한 방법이 소모되는 칼로리를 늘리는 방법이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평소보다 많은 운동을 해야 했다. 부지런히 저녁을 차려먹고 아내와 집 앞 산책로로 나섰다.
“이 공원을 크게 한 바퀴 걸으면 5km 정도 되나 봐요.”
산책로 한쪽에 세워져 있는 공원 안내 표지판에는 산책 경로에 대한 상세한 안내가 있었다. 5km를 적당한 속도로 걸으니 한 시간 정도가 소요되었다. 칼로리를 소모하기 위해서는 노력과 시간이 필요했다. 그래도 천천히 대화하며 걸으니 마음에 여유도 생기고 저녁으로 먹은 음식도 소화가 잘 되는 것 같았다. 그 날 이후 저녁을 먹고 운동하는 일이 자연스럽게 몸에 배었다.
얼마간의 기간이 지나 작년에 입었던 바지를 장롱에서 꺼내 입어보니 뱃살이 살짝 줄어든 것이 느껴졌다.
“오호~ 이 바지 작년에는 좀 타이트했는데 이제 잘 맞네”
바지를 입어보곤 작년보다 군살이 빠진 스스로의 모습을 보며 기분이 좋았다.
“당신도 날씬해진 것 같은데?”
“뭘요~ 난 그대로인 것 같은데요”
아니라고 하면서도 아내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날씬해졌다는 말이 싫지 않은 모양이다. 다이어트를 위해 시작된 우리 부부의 저녁 산책은 건강 관리는 물론이고 서로 대화하는 시간이 되어가며 상대방을 이해하고 알아가게 만드는 특별한 매개로 작용하고 있다. 오늘도 아내와 함께 걸으며 채워 갈 소박한 저녁 시간이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