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박 들여가세요~ 싱싱한 수박을 할인된 가격에 판매하고 있습니다. 어서들 오세요~”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오는 과일코너 직원의 목소리가 할인 마트 안을 빈틈없이 가득 채웠다. 7월이나 되어야 볼 수 있었던 수박이 진열대 한쪽에 수북이 쌓여있었다. 아직 제철이 아니라 그런지 수박에 붙은 판매 가격은 만만치가 않았다. 참외만 몇 개 사고 지나가려는데 진열대 아래쪽에 할인된 가격표를 붙인 수박이 몇 덩이 있었다. 자세히 보니 정가보다 절반이나 할인된 가격이었다. 아직 5월 초인데 맛이 들었을까 하며 살펴보다가 한 통을 집어 들었다. 꼭지 부분이 말라있는 것을 보니 진열된 지 며칠이 지난 듯 보였다. 그래도 저녁에 바로 먹을 거니 상관없겠다 싶어 다른 반찬거리와 함께 계산을 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벌써 수박이 나왔어요?”
장본 물건을 낑낑대며 들고 들어오는 내게서 얼른 수박을 건네받으며 아내가 물었다.
“그러게 수박이 나왔더라고. 할인코너에서 한 통 사봤어. 저녁 먹고 한번 맛 좀 봅시다”
저녁상을 치우고 올해 처음으로 맛보는 수박을 기대하며 반으로 쪼갠 순간 아내와 아들은 내 얼굴을 바라보았다. 반으로 쪼개진 수박은 이미 농익어 검정에 가까운 빨간색을 뗬고 과육도 아삭 거림이 없이 무른 듯 보였다. 판매하기에는 부족해 보이는 수박이었다.
“이게 뭐야! 난 안 먹으래”
아들이 불평하는 소리를 내며 참외 접시 쪽으로 포크를 옮겼다.
“할인상품이라 사 왔는데 진열한 지 너무 오래되었나 보네. 바꿔달라고 전화해 볼까?”
영수증을 보고 전화를 걸어 이러저러한 사정을 얘기했다. 수박을 다시 가지고 오면 바꾸어 주겠다는 마트 직원의 설명이었다. 전화를 받으며 낑낑대며 들고 온 수박을 다시 가져가야 한다는 생각에 마음이 상했다.
“상태가 안 좋으니 그냥 버리라고 하고 새것으로 주면 좋겠는데. 이걸 굳이 다시 가져가야 하나?”
상한 마음을 품고 마트 직원을 원망하며 무거운 수박을 들고 왔던 길을 되짚어갔다.
“웬만하면 그냥 먹으려 했는데 안 되겠다 싶어서 다시 가지고 왔어요. 한번 보세요”
수박을 건네며 마트 직원에게 설명했다. 다른 수박으로 바꾸어 갈까 하다가 실수를 반복하기 싫어서 수박 가격만큼 딸기로 가져가면 안 되겠냐고 하니 상관없다고 했다. 500g짜리 딸기 두 팩이면 계산이 딱 맞았다.
“고객님 너무 죄송합니다. 여기까지 다시 오셨는데 딸기 한 팩 더 서비스로 드릴게요. 가져가세요.”
죄송하다며 딸기 세 팩을 내게 안기곤 반품처리하려면 물건이 있어야 해서 가지고 와달라고 했다는 직원의 설명에 내 입장에서만 생각하고 오해했던 게 미안했다. 수박 한 통을 내려놓고 딸기 세 팩을 받아 안으며 우물쭈물하는 나에게 90도로 인사하며 배웅하는 직원을 뒤로하고 마트를 나섰다. 비록 때 이른 수박 맛은 보지 못했지만 친절하게 응대하는 직원의 모습에 상했던 마음이 눈 녹듯 녹아내렸다.
“수박은 좀 더 더워지면 사 먹지 뭐~”
혼잣말로 아쉬움을 달래며 집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