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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니드 May 28. 2022

아이도 없는 총각이 제1회 교육상 수상자?

제1회 남해교육상 수상자 솔직한 입장

2021년 남해군에서는 처음으로 ‘남해교육상’이 제정됐다. 늘 그렇듯 취재하는 입장에서 남해교육상에 대해 접하게 됐다. 기자 생활을 시작하면서부터 가장 먼저 배정받은 ‘교육’ 섹션이기에 “누가 받을까?” 하는 궁금증은 아마 남들보다 컸던 것 같다.      


그런데 그 후보에 내가 포함이 되니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 인간인지라 솔직히 받고 싶은 욕심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기자는 공공기관을 견제하고 비판하는 기능이 부각되기 때문에 내게 상을 주기에는 남해교육지원청 입장에서도 부담감이 컸을 것이다.     



이렇게 큰 상에는 나이도 중요하다. 비슷한 상으로, 올해 있었던 남해군민 대상을 보면 알 수 있다. 올해 남해군민 대상 5가지 부문 수상자는 모두 60대 이상이다. 나이가 절대적인 기준은 아니지만 보편적인 기준이라고는 볼 수 있다.     


34세로 지역에서는 비교적 어린 편에 속하는 내게 그 경력이 부족해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입사하고 올해 말까지 5년에 가까운 경력이면 크게 뒤처진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공공기관에서 언론상이나 기자상이 아닌 다른 상을 주는 것도 안 맞을 수 있지만, 기관에서 주는 큰 상은 다른 언론사의 눈치를 보기 때문에 상을 주고 싶어도 생략하는 경우가 많다.     


또, 각종 공적 인증 절차와 까다로운 심의위원회를 여러 차례 거쳐야 했기 때문에 여러모로 내가 주인공이라는 기대는 적었다.     


수상 대상자는 교원(교육부문)과 교육지원(민간인) 각 1명씩 총 2명으로 문턱은 매우 좁다.     


그런데 그 주인공이 내가 되니 복합 미묘한 감정이 들었다. 남해교육지원청 게시판에 공개된 내 이름을 보니 실감됐다. “그것도 농어촌 학교 살리기의 전설인 최성기 남해창선고등학교 교장선생님과 함께 라니.”     

제1회 남해교육상 교육부문(교원) 수상자인 최성기(오른쪽) 남해창선고등학교 교장이 강태석(왼쪽) 남해교육지원청 교육장으로부터 상패를 받고 있다.


수상 소감을 준비하라는 연락을 받고 사색에 잠겼다. 보통 수상 소감을 발표하는 사람을 사진 찍는 게 일인 내가 마이크를 들고 소감을 발표하라고 하니 큰 고민이 앞선 것이다.     


12월 28일 남해교육지원청 2층 회의실. 익숙한 장소이지만 내가 주인공이 되니 낯선 장소처럼 여겨졌다. 역시나 막상 소감을 말하려고 하니 말하려니 굉장히 떨렸다. 지난해 지역신문 컨퍼런스 대상 수상했을 때와는 다른 떨림이었다.     


자주 보던 교장선생님들과 교직원들이었지만 준비한 만큼 소감을 발표도 못하고 횡설수설했다.


얼굴도 눈도 붉어지고 긴장한 티가 역력한 모습으로 소감을 발표하는 나.


안녕하세요. 남해시대 전병권 기자입니다. 평소 이렇게 소개하던 저인데, 제1회 남해교육상 수상자라고 하니 참 어색합니다.     


이 자리에 서보니, 왜 수상자들이 수상소감을 할 때 왜 감사한 분들을 나열하는지 알 수 있는 자린 것 같습니다.     


이렇게 영광스러운 상을 수상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신 고현초등학교 백종필 교장 선생님과 도마초등학교 정금도 교장 선생님에게 영광을 돌립니다. 지난해 고현면 인구유치 및 학교 살리기에 동참한 이장님들 기관 단체장님들 교직원들에게도 감사드립니다.     


고현면 인구 유치 및 학교 살리기 주역인 백종필(왼쪽) 남해고현초등학교 교장선생님, 전병권, 정금도(가운데 오른쪽) 남해도마초등학교 교장선생님, 정영란 남해군의회 의원이다.


특히 제1회 남해교육상이라는 제도를 만들어주신 강태석 교육장님과 김보상, 정미자 과장님 이하 남해교육지원청 교육 가족분들에게도 감사드립니다.     


수상소감을 말할 수 있는 시간이 좀 있다길래 곰곰이 생각해 봤습니다.     


이 상이 갖는, 제게 어떤 의미일까? 하고 말입니다.     


첫째는 작은 학교 살리기가 그만큼 큰 업적이라는 것을 인정해 주시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둘째는 “편견 없이 저를 교육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봐주신 남해교육지원청의 현명한 안목이다”라고 생각했습니다.     


지역에서 기자가 상을 받기란 참 어려운 일입니다. 기자는 비판하는 자세와 공공기관을 경계해야 한다는 역할을 갖고 있기 때문이죠. 그리고 외부 사람이기 때문에 어떤 기관이나 단체로부터 업적이나 활동을 인정받기가 어렵습니다.     


또, 지역에서 비교적 어린 저를 제1회 수상자로서 인정해 주셨다라는 것은 아주 혁신적인 시도라고 해석됩니다. 34세의 수상자 이후에는 더 어리거나 언론이 아닌 다양한 분야에서도 남해교육 발전을 위해 노력하면 충분한 보상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기자라는 편견을 뛰어넘고 저를 교육공동체로서 활동한 내용과 기자가 지닌 홍보와 여론 형성이라는 긍정적인 기능을 인정해주신 남해교육지원청에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앞으로 제2회 3회 교육상이 있을 텐데, 일주일이 지나면 제 나이가 35세가 됩니다. 많은 사람이 남해교육에 참여해서 제가 남해교육상 최연소 수상자가 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결혼도 안 했고 아이도 없는데 고현초등학교 운영위원장을 맡고 있고, 남해교육상까지 받으니 다들 신기해한다.     


남해교육지원청과 제1회 남해교육상 심의위원회, 남해교육가족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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