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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형준 Dec 23. 2022

서핑 일기_04

마구 움직여라! 그러나 맞는 방향으로만.

서핑 피티를 받다 보면 늘 들었던 소리 중 하나가 바로 '왜 안 움직여요?' , '계속 가만히 있네?'다. 라인업(파도를 탈 수 있는 곳까지 나아가는 일을 말함)하는데 이미 지쳐버려서 엉덩이로 보드를 누르고 퍼질러 앉고 싶은 마음도 없지 않고, 나는 돌아다닌다고 생각하는데 전혀 안 돌아다닌다는 소리를 듣게 된다. 


물론 객관적으로 보기에 움직이지 않았을 거라 확신한다. 이 지점도 레벨업에 있어 중요한 부분이었다. 

내가 움직이기 시작한 지점은 바로 '파도를 못 잡아도 좋으니'라는 말을 듣고서부터다. 

파도를 꼭 잡아야 한다는 부담감이 없어지니 쉽게 이동하게 되었다. 


그리고, 여러 번 움직이면서 파도를 놓치다 보니 내가 탈 수 있는 타이밍에 내가 탈 수 있는 크기의 파도가 온다. 그러면 그저 자연스럽게 거기에 올라타면 되는 것이다. 움직이기 전에는 몰랐던 것은 바로 파도는 움직여야만 잡히는 존재라는 것이다. 


그런데 이 움직이는 건 정말로 "끊임없이" 주시하고 변화를 보면서 움직이는 것이라 이것만으로도 보통 일이 아니다. 파도의 상태, 조류의 흐름, 바람의 상태에 따라 어떤 날은 한쪽 방향으로 30초 단위로 이동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어느새 바다 반대쪽에 가있는 나를 보게 된다. 


그래서 초보 입장에서는 이런 이동마저도 큰 일이다. 이렇게 이동하는 것도 버거운데, 저 멀리서 다가오는 파도를 인식하고 미리 예측하여 장소를 이동해야 한다. 게다가 파도를 타고 내려오는 서퍼들을 보고 파도의 피크를 파악한 뒤 어디로 피해야 할지를 순간 판단해서 이동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서로 얼굴을 붉히게 되거나 위험한 상황이 연출될 수도 있기에, 이 라인업에 존재하는 것만으도로 매우 가슴 벅찬(심박수가 매우 올라간다) 일인 것이다. 


그렇지만 이런 모든 동작들을 다 수행한다면 어느새 내 기회의 파도가 눈앞에 오게 된다. 가만히 있을 때보다도 더 자주 오고, 타는 사람은 더 적은 파도 말이다. 이렇게 하면 나만의 파도를 만나기가 더 쉬워진다. 반대로 사람 붐비는 라인업에 가만히 앉아있으면, 실력이 좋지 않기에 고수에게 파도를 대부분 넘겨주게 된다. 


이런 서핑의 특징은 내가 어떤 운동에서도 체험하지 못한 부분이었다. 또 무엇보다 현실의 내가 어떤지 파악하게 해주는, 메타인지를 요구하는 운동이라 큰 매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간, 바쁜 일정으로 인해 이 서핑일기 쓰기를 중단하게 되었는데 피티는 계속하고 있으니, 다시 일기 쓰기를 재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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