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년 11월 7일
순간 순간, 매일 매일, 나의 기분과 감정의 변화를 알아차리고 정서를 관리하려고 노력한다.
한 때 솔직하게 모두 개방하고 내보이는 것, 특히 가까운 사람에게 그렇게 하는 것이 나다운 것이라 착각할 때도 있었다. 그건 결코 건강한 방식이 아니었는데, 결국 관계가 더 악화되거나 나의 오점으로 남게 되는 악순환이었다. 솔직하다고 내보인 감정들은 대부분 나를 알아달라고 하는 인정 욕구에 의한 부정적 패턴으로 발현되었기 때문이다. 이런 패턴을 조금 더 일찍 깨닫고, 나 스스로를 더 돌볼 줄 알고, 상대와 거리를 유지할 수 있었다면 내가 덜 다쳤을 까. 그를 덜 다치게 했을까...
사적 관계에서 감정을 순화하지 못하고 누군가를 다치게 했을 때는 마음이 아프기도 했지만 나를 더 알아달라고 애쓰고, 때로는 악을 쓰기도 했다면...
공적 관계에서, 사회적 관계에서 그렇게 된다면 타격이 또 다른 강도로 다가온다.
그걸 바로 오늘 느꼈는데, 바로.. 내 입장과 욕구에만 눈이 멀어서,
부탁을 드려야 하는 상황과 상대에게 무리한 요구를 했던 것이었다.
"우리가 충분히 이야기를 나누고 결론을 내렸는데 이런 무리한 요구를 하시다니, 대단한 결례네요"
전화 상으로 들린 바로는 격앙된 목소리와 떨리는 톤이었지만, 의도는 분명히 전달이 되었다.
내가 요구한 게 그녀의 입장에서는 너무 무리한 부탁 아니, 요구였기 때문에
내가 애써 요구한 게 아니라, 부탁드리려고 한 거였다고, 논의하고 싶었다고 한들,
그녀에게는 그게 논의처럼 들리지 않았고 매우 불쾌했다라는 것이다.
마음이 다쳤다고 할까, 그 사람 입장에서는 내가 이런 패턴으로 부탁, 아니 요구를 한 것이 처음이 아니었기 때문에 아마 나에 대한 '인지도식'을 가지게 된 것 같다.
Schema, 피아제가 처음 사용한 스키마라는 용어는 그리스어로 주어진 본질이고 라틴어라는 형태, 전체 모양을 말하는데 이건 어떤 사물이나 환경, 사건에 대한 한 개인의 주관적인 해석의 틀이라고 할 수 있다.
자신이 어떤 상황에 놓여 있는지에 따라 같은 대화의 내용도 180도 다르게 해석이 될 수 있고,
자신이 어떤 기분을 느끼고, 감정이 들었느냐에 따라 그 같은 대화의 내용이 또 뒤집어 질 수 있다는 걸 너무 분명히 체험한 날이었다.
그런데 그녀를 설득하는 과정에서 또, 나도 모르게 눈물이 터져버렸다.
억울해서였을까, 간절해서였을까.
분명 나에게 간절하고 필요한 부분인 줄 인지하였다고 했는데
너무나 완곡히, 본인이 기분이 나쁘고 불쾌했다고 타협의 여지를 전혀 주지 않았던 단호함.
그건 그녀의 주장대로 관계 발전을 위한 단호함이었을까, 그녀 개인의 스키마로 인한 역기능적 해석이었을까. 이건 그러니까 그녀에게 대입했을 때는 분명 이성적인 판단이었다고 결론날 수 있지만,
나에게 대입했을 때는 마음이 상하고 거절당한 느낌, 초라해진 기분, 억울하고 창피하고 민망했던 기분이었다. 사실 나에게는 요즘 억울함이라는 감정이 넘쳐 흐르고 있다, 아니 어쩌면 프리랜서로 살았던 지난 10여년 간의 시간을 돌이켜 보면, 나의 직업인으로서의 정체성은 억울함과 평형적 관계가 아닐 수 없다.
'억울함은 감정인가요', 억울한 마음이 자주 드는 것이 일차 정서인지, 이차 정서인지 구분하려고 검색해보니
오은영 박사님이 한 명언이 있다.
"억울함은 성실히 살아 본 사람일 수록 느끼는 감정이에요"
그래 맞아, 나 대충 살아온 적이 없어.
정말이지 다 내려놓고 싶을 정도로 힘에 부친 적도 있었지만
최선을 '덜' 다해서 후회했거나, 대충해서 임기응변으로 넘어가려고 한 적은 없었던 것 같아.
특히 요즘은 더더욱... 열심히... 지난 몇 년은 더더욱 간절하게..
지난 1년 간은, 최근 몇 달간은 긴장 상태에서 더 힘들었지만 퇴근하고 집에가면 넉다운이 될 만큼 최선을 다해서...살아왔는데...
결론적으로, 나는 오늘 나를 돌아보게 되는 기회는 되었다고 생각한다.
이전에는 억울함이 억울함으로만 남아 상대에게 미움이 생기고 그래서 나를 갉아 먹게 했다라면,
이제는 어떤 상황에서도 억울함을 느끼더라도 한 뼘 더 고차원적인 정서로 승화해서 살아나가고 싶다.
그래서, 내가 남긴 말의 여파가 빛이 되어 남도록 하고 싶다.
툭, 건들면 욱하고, 툭, 건들면 울어버리고, 얼마나 유아적이고 나약한 모습인지 모른다.
툭, 건들어도 흔들거릴 뿐, 꺽이지는 말자. 웃음으로, 미소로 계속 승화시키며,
지금 그 사람의 인지도식은 결국 나를 프레임 씌우는 장치일 뿐, 나, 라는 존재는 변함없이
빛날 수 있을 거라고 믿고 오늘도 내 자리에서 빛나자,.
선생님 안녕하세요,
ㅇㅇ회 ㅇㅇ보고서 ㅇㅇㅇㅇ을 해주셔서 정말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심사결과 수정보완 후 발표가 나오게 되어 기쁜 마음으로 공유드립니다.
지난 2달 여 시간 동안 선생님의 바쁜 일정에도 배려를 많이 해주신 부분 기억하고
마음에 감사함만 가득 간직하려고 합니다...
오늘 통화를 기점으로 제가 저의 욕구와 요구를 더 알아차리는 기회로 삼을게요.
여전히 부족하고 아직은 1급이 될 만큼 성장하지 못했다는 생각에 스스로 돌아보게 되기도 합니다.
의도치 않게 여러 가지로 불편하게 해드린 마음에 대해서는 진심으로 다시 한번 사과드립니다.
그럼, 좋은 가을 나날들 되세요... ^^
Scars into Stars
선생님 제가 알아보니 잘못 알고 있었더라구요 ㅠㅠ ㅇㅇㅇㅇ 받은 ㅇㅇ의 ㅇㅇㅇㅇ에 확인을 받으면 되는 거였는데 ㅇㅇㅇㅇㅇ에 대한 ㅇㅇㅇㅇ을 따로 받아야 하는 건줄 알았어요...^^;;
제가,, ㅇㅇ 시간이 모자라다 보니 그렇게 채우려고 애를 써서 선생님께 부탁을 드리고 또 요구한 것 같아요, 선생님께서 따끔하게 결례라고 말씀해주지 않으셨으면 모르고 지나칠 수도 있었다는 생각에 아찔했습니다. 더 용기있게 불편함과 맞서서 잘 해결해나가볼게요! 정말 많은 가르침을 얻은 하루였습니다!!!! 남은 하루 평온하시길 바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