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력 2] 가족과의 관계

by 선율


가족, 울타리인가 족쇄인가


가족, 정말 따뜻한 단어다.

제대로 기능하는 가족만큼 든든한 울타리는 없다고 생각한다. 사실 성인이 되면 가족의 과도한 울타리에서 벗어나 성인으로서 자립하기 시작하며 자신만의 울타리를 새로 만들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현대 사회에서는 점점 성인으로 자립하기 어려워지다 보니 소위 캥거루족, 30대가 넘어서도 가족의 그늘 아래 살아가는 비독립 자녀들이 많아지고 있다.


또 반대로 누군가에게는 족쇄로만 여겨지는 경우도 분명 있을 것이다. 어린 시절부터 제대로 된 보호와 양육을 받지 못하며 자란 아이들은 주양육자로부터 마땅히 받아야 할 애정과 사랑이 결핍된 경우가 많다. 애정 결핍으로만 그치면 다행이고, 도리어 폭력, 학대 환경 속에 자란 경우도 상당히 많은 실정이다. 이런 환경에서 자란 아이는, 보고 자란 환경에 서서히 물들어서 비슷한 성인으로 자라는 경우도 많다.


<가난한 아이들은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에서 저자는 어려운 환경에서도 나름대로 환경을 극복하고 성인으로 잘 자란 아이들에 대한 질적 연구를 통해 아이들이 감내해야 하는 다양한 물질적, 정신적 어려움들을 잘 전달하였다. 단순히 청소년기 교육을 위한 물질적 지원만으로는 절대 아이들이 모든 것을 극복하기 어려운 것이 현재 한국의 상황이다.

마음을 굳세게 먹고 부모와는 다른 길을 가겠다는 일념으로 대학 입학에 성공하더라도, 그 후에도 여전히 아이들은 학비, 생활비를 벌고, 심지어 원가족에게 보탬이 되기 위해 끊임없이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며 일하는 대학생으로 살아가야만 한다. 또한 이와 같은 경우에는, 많은 경우 성인이 되어서도 부모에게 시달리며 매번 자립하려 해도 부모에 의해 그 시도가 저지되는 경우에는 학습된 무력감에 좌절하여 끝내 본인의 울타리를 만드는데 실패하기도 한다.


‘힘의 원천, 휴식, 따뜻함, 울타리, 보호막’으로 대별되는 긍정적인 ‘가족관계’와 달리, ‘부담, 짐, 원수, 결핍, 가난의 대물림’등의 단어로 연상되는 부정적인 ‘가족관계’로 출발한 개인은 어떤 식으로 이 관계의 악순환을 끊고 건강한 자아로 자립하여 다른 삶을 살 수 있을 것인가?


특히 유교적 관념이 뿌리 깊게 자리한 한국이기 때문에 더더욱 가족을 아예 외면하고자 했다가도 그 결심이 절대 쉽게 지속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도 핏줄인데, 그래도 부몬데, 그래도 동생인데

하는 말들로 너무 쉽게 개인에게 의무와 부채감을 부여한다.



건강한 거리두기와 받아들임


여러 사회적 지원은 물론 필요하다. 실질적인 물질적 도움도 절대적으로 더 강화되어야 하며, 퍼주기 복지의 형태에서 그치지 않고 자립할 수 있도록 사회가 도와줄 필요가 있다. 하지만 개인으로서는, 본인의 삶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원가족에 대해 가장 최우선적으로는 ‘건강한 거리두기’가 심리적으로 꼭 필요하다는 것을 인지하는 데서 회복이 출발하게 된다. 심지어 바로 거리두기를 해보라는 것도 아니다. 그것의 필요성을 충분히 인지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최우선이다.


그리고 내 가족도 내 가족의 역할이 처음이었다는 것 또한 인지하며, 부족하고 모자랄 수 있다는 사실 또한 받아들여야 한다. 그것을 받아들인다는 자체가 그 관계를 억지로 긍정적으로 바라보라는 것이 아니다.


그냥 "그럴 수 있다"라고 인정하는 것 뿐이다.

그 단순한 인정이 이루어지기 시작하면, 자연스럽게 ‘원망’도 조금씩 조금씩 해소될 수 있다. 원망이라는 감정은 일정 수준의 기대가 있었으나 그것을 저버린 사람에 대해 생기는 감정이기 때문에, 내가 바라는 수준이 사회적으로는 너무나 당연한 가족의 모습이어도 그 또한 결국 일정량의 ‘기대’가 있는 것이다.


“나는 이런 기대조차 하면 안되냐”라는 관점으로 접근하지 말고, 모든 종류의 ‘기대’로부터 자유로워질 때 진정 가볍고 해방된 기쁨을 도리어 느낄 수 있다는 사실을 절대적으로 믿고 계속 연습해볼 필요가 있다.



자아 독립하기


마지막으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어떤 성인이 되고 싶은가에 대해 끊임없이 성찰해야 한다. 이 성찰이 잘 이루어진 사람이라면, 결국 실천하게 되고, 그 모습을 닮아가게 된다. 성인이 되었다면, 아무리 원가족의 뿌리 깊은 역사가 있더라도 나는 독립적인 자아로 살아갈 힘이 있다는 뜻이다. 지금 당장 무력하더라도, 하나씩 차근 차근 성찰하고, 실행하다보면 반드시 독립할 수 있다.



Tip : 감정 흘려보내기의 적용


이전 챕터에서 살펴본 ‘감정 흘려보내기’ 기법은 본 챕터를 포함해 모든 인력 파트에서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특히 다른 모든 관계적 문제의 시발점을 찾아나가면 결국 부모와의 관계에서 문제가 있었던 경우가 많다.


겉보기에 긍정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해도, 그 이면에는 집착과 불안이 공존하는 경우도 많다. 예를 들면, ‘친구 같은 모녀 관계’는 다정하고 친근한 모습으로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 서로 건강한 거리두기를 하지 못하고 집착이 내재되어 있는 관계인 경우가 많다.


따라서 어떤 가족 관계이든, 마주했을 때 마음이 불편한 경우가 조금이라도 있다면 지나치지 말고 꼭 감정을 들여다보고 흘려보내는 작업을 반복할 것을 권한다. 떠올리기만 해도 부정적인 관계는 말할 것도 없다. 특히 가족 관계일수록 이 작업이 꼭 필요하며, 다른 감정에 비해 굉장히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그러나 거듭 강조했듯이, 제대로 작업하고 나면 다른 세계가 펼쳐지기 때문에, 반드시 그 이득을 믿고 꼭 시도해보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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