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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격지심을 느낄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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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쟁이미소

그런 일이 있었다. 친구들과 함께 고급 백화점을 방문한 적이 있었는데 점심을 먹기 위해 들렀던 날이었다. 여느 백화점처럼 1층을 지나가다 보면 멀끔한 외모의 직원들이 향수 시향 종이를 나눠주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는데, 그날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두 번이나 그 직원들과 마주쳤음에도 나를 제외한 친구들에게만 말을 걸고 시향 종이를 건네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아무 관심 없는 척했지만 엄청 신경 쓰였다. 물론 이유는 알 수 없다. 어쩌면 내 외모가 백화점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았을 수도 있고 아니면 그들이 나에게 말을 걸고 싶지 않았거나 내가 다가가기 어려운 사람으로 보였을지도 모른다. 그들의 의도는 추측만 할 뿐이지만 이 상황은 오래 묵혀둔 나의 자격지심을 새삼스레 끄집어내는 계기가 되었다.


사실 이런 일이 처음은 아니다. 누군가가 나만 빼고 비밀 이야기를 나눈다든지, 버스를 탈 때 내 옆자리가 유독 비어 있는 상황들을 겪을 때마다 나는 내가 너무 초라하고 볼품없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내가 너무 가난해 보이나? 내가 너무 못생겼나? 내가 너무 뚱뚱한가? 내가 너무 말주변이 없나? 내가 뭔가 부족한가? 나에게는 호감이 가지 않는 건가?


작은 일들일지도 모르지만 이런 순간들은 내 안에 깊숙이 자리 잡은 열등감을 건드린다. 마치 내가 다른 사람들과 다르고 눈에 띄지 않으며 때로는 필요하지 않은 존재처럼 느껴지게 만든다. 나는 이런 감정을 느낄 때마다 스스로를 욕하기도 하고 눈물도 흘렸으며 그러지 말자며 애써 다독이기도 한다. 그런 순간들은 자꾸 쌓여 마음 한구석을 무겁게 만들곤 한다.


이러한 생각이 지나치다는 것을 알고는 있지만 항상 그런 생각이 든다. 왜 나만 이런 취급을 받는 것 같을까 라는 질문에 한동안 사로잡혀 있다 보면 스스로 움츠러들고 자신이 없어진다. 지나치게 의식하게 되는 일이 종종 생기고 가뜩이나 바닥인 자존감이 더 떨어지려고 한다.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이런 순간들을 통해 나 자신에 대해 돌아볼 기회도 얻게 된다. 나는 왜 이런 사람인가에 대해 고민하다 보면, 다른 사람의 행동이나 시선이 나의 가치를 정하는 것이 아니고 나 스스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 생각해야겠다고 다짐하게 된다. 세상은 다양한 사람들로 이루어져 있고 내가 그런 관심을 받지 못했다고 해서 부족한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니라고. 하지만 그럼에도 잠시나마 느꼈던 소외감은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이 감정은 어쩌면 내가 스스로에게 더 집중해야 한다는 신호인지도 모른다. 그런데 변화를 한다는 것이 생각보다 어렵다. 성격 탓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외모 수준으로 실제 차별을 자주 당해 본 적 있는 사람으로서 이미 내 안에 고정적으로 자리 잡은 관념들은 쉽게 흐려지지 않는다.


맞다. 난 자격지심이 있다. 흔히 우리가 보는 멋진 사람들을 부러워한다. 인정하기로 했다. 그리고 부족하고 불완전한 모습을 나의 일부라 인정하고 진정성 있게 스스로를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존경을 표한다.


백화점에서의 그 순간은 나 자신과 마주하게 만든 작은 계기가 되었다. 앞으로는 타인의 행동에서 나의 가치를 찾기보다 내 안에서 나를 긍정할 수 있는 힘을 길러야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자격지심인들에게 희망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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