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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직장에서 가까운 곳에 살게 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겪는 아침 출근길의 고통을 피할 수 있게 되었다. 물론 자택근무라면 더 좋겠지만 그렇지는 않다. 그래도 오늘은 조금 특별한 하루였다. 오늘은 평소와는 달리 강까지 건너야 하는 나름 장거리 출장이 생겼다. 익숙한 출근길이 아닌 새로운 경로라 조금은 설레면서도 낯선 하루였다.
출근길에는 조금 시간이 더 걸리더라도 버스를 선택했다. 영하 -7도의 추운 날씨에 겁을 잔뜩 먹고 두꺼운 패딩을 챙겨 입은 나는 종종걸음으로 버스 정거장에 도착했다. 추위에 몸을 잔뜩 웅크린 채 기다리는 동안 자연스럽게 주변 사람들의 표정에 눈길이 갔다. 하품을 하며 졸린 눈으로 출근길을 시작하는 사람, 핸드폰을 손에서 놓지 않고 무언가를 열심히 읽는 사람, 멍하니 버스가 오기를 바라보는 사람, 그리고 차가운 공기에 옷깃을 여미는 사람들까지 그 순간 나는 다양한 표정과 동작을 관찰할 수 있었다. 그중 나는 하품하며 눈물을 머금은 사람이었다.
가끔 이렇게 주변에 있는 사람들을 관찰하다 보면 분명 저마다의 에피소드들을 갖고 하루를 보내고 있겠지 하는 생각이 든다. 저 사람은 아마도 중요한 미팅을 앞두고 있을 테고 그 옆 사람은 어젯밤 늦게까지 한잔 하셨겠네 라는 상상을 하다 보면 길게 느껴졌던 버스를 기다리는 시간이 금방 흘러간다.
버스가 도착하자 사람들의 발걸음이 탑승을 위해 분주하게 움직였다. 차가운 바람 속에서도 정류장에서 나눈 짧은 순간들은 왠지 모르게 따뜻하게 느껴졌다. 이런 사소한 관찰과 상상이 출근길을 조금 더 특별하게 만들어주고, 하루를 여는 좋은 시작이 되지 않았나 싶다.
버스를 타고 창밖으로 보이는 한강의 풍경을 감상하며 잠시 마음의 여유를 느낄 수 있었다. 이른 시간이어서인지 생각보다 사람이 많지 않아 편안하게 앉아 갈 수 있었다. 버스 안에서는 바쁘게 등교하거나 출근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하루의 활기를 느꼈다. 하지만 예전과 달리 대부분의 사람들이 핸드폰에만 집중하고 있었고 바깥 풍경을 즐기거나 사색하는 사람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나는 흔들리는 버스 안에서 조용히 생각을 정리하며 오랜만에 혼자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어 좋았다.
퇴근길에는 지하철을 선택했다. 한 번의 환승이 필요했지만 빠르게 이동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었다. 그러나 약 한 시간 동안 서서 이동해야 했던 탓에 생각보다 훨씬 힘든 여정이었다. 환승역마다 각기 다른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던 것은 흥미로웠다. 역마다 오가는 다양한 사람들, 잡다한 소음, 지하철 내부에서 들려오는 익숙한 음악, 그리고 바쁘게 움직이는 발걸음들 속에서 또 다른 도시의 하루를 체감할 수 있었다.
특히 지하철 노선이 대학가를 지나가는 구간이어서 그런지 버스보다 훨씬 많은 승객들이 차 안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학생들, 직장인들, 그리고 일터를 마치고 집으로 향하는 이들로 붐비는 풍경은 바쁜 도시의 하루를 그대로 보여주는 것 같았다. 조금은 지친 몸으로 이동했지만 그 속에서도 사람들의 움직임과 도시의 활기를 느끼는 경험은 나름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출장이 많은 직업은 아니지만 가끔 이렇게 한 번씩 다른 분위기의 하루를 보내게 되는 경우가 있다. 그래봤자 같은 서울 내 이동이지만 그래도 소중한 출장이다. 출근과 퇴근의 이동 방식이 달랐던 오늘 하루는 단순히 길을 오가는 시간이 아니라 조금 다른 방식으로 하루를 마주하는 시간이었던 것 같다. 늘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약간의 변화는 생각보다 많은 새로움을 안겨준다. 이런 작은 선택이 하루를 특별하게 만들어 준다.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다리가 아프다면 앉아갈 가능성이 높은 버스를, 허리가 아프다면 서서 이동해야 하는 지하철이 더 나을 것 같다. 오늘 퇴근길에 지하철을 이용하며 오랜 시간 서 있었더니 다리가 너무 아파서 이렇게 일방적인 주장을 해본다. 아마도 몸 상태와 이동 수단의 선택은 그날의 피로도를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가 아닐까 싶다.
그리고! 한강의 물뷰는 출퇴근길의 필수 요소라고 말하고 싶다. 창밖으로 보이는 강물의 반짝임과 잔잔한 흐름은 짧은 순간이지만 나의 마음을 흔들어 놓았다. 바쁜 일상 속에서도 한강을 스치며 느끼는 그 여유로운 풍경은 출퇴근길의 피로를 조금이나마 덜어주는 진짜 힐링 포인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