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쉼 없이 달려온 몇 년간이다. 바쁘게 달려온 시간이었다. 해야 할 일들이 끝도 없이 쏟아졌고 그때마다 나는 멈추지 않고 달렸다. 조금이라도 늦추면 따라잡을 수 없을 것 같았고 잠시라도 쉬면 모든 것이 무너질 것만 같았다. 그래서 몸이 보내는 작은 신호들은 애써 무시했다. 피곤한 건 당연한 거라며 아침이면 다시 일어나 하루를 시작했다.
그런데 모든 일이 끝나고 나고 휴가를 받자 이상하게도 몸이 무거웠다. 어제까지만 해도 괜찮았는데 갑자기 컨디션이 너무 안 좋아졌다. 감기다. 독감은 아니지만 감기였다. 처음엔 단순한 피로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감기 기운이 세게 돌고 머리까지 지끈거렸다. 아무래도 몸이 한꺼번에 무너진 것 같았다. 그제야 알았다. 긴장을 놓아버린 순간 그동안 참아왔던 것들이 한꺼번에 밀려왔다는 걸.
거의 하루 종일 누워 한참을 생각했다. 어쩌면 나는 내 몸이 보내는 신호를 모른 척하고 있었던 게 아닐까? 바쁘다는 이유로 해야 할 일이 많다는 이유로 스스로를 돌보는 일을 미뤄왔다. 그 결과가 바로 지금이었다. 쓰러지고 나서야 비로소 쉴 수 있다는 건 너무 가혹한 일이었다.
가끔은 스스로에게 쉬어갈 시간을 줘야겠다고 다짐했다. 잘릴 것을 걱정하지 않기로 했다. 살아남기 위해 모든 신경을 쏟아낸 나 자신이 안타까웠다. 몸이 힘들다고 말할 때는 잠시 멈출 줄도 알아야 한다. 버티는 것만이 답이 아니라는 걸 이제는 조금씩 배워가야 할 것 같다. 앞으로는 억지로 밀어붙이는 것이 아니라 건강한 걸음으로 나아가고 싶다.
그 와중 아이러니 한 것은 운동은 욕구만 생기고 실천하지 않는 것일까? 분명 어렸을 적에는 체육 없으면 못살고 몸을 움직이지 않으면 하루를 끝내기 힘들었는데...라고 생각하며 또 운동을 해야겠다고 다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