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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의 시선이란 참 묘하다. 의식하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어느새 신경 쓰게 된다. 사회에서 살아가다 보면 체면이라는 게 생기고 그 체면은 때로는 우리의 선택에 살짝씩 영향을 미친다. 옷을 입을 때도 그렇다. 단순히 내가 좋아하는 옷을 입으면 되지 하면서도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볼까를 생각하게 된다. 그래서 옷장 앞에서 한참을 고민하며 이게 좀 나아 보일까?라고 묻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음식도 마찬가지다. SNS에 올라오는 멋진 음식 사진을 보고 있으면 나도 저걸 먹어봐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사실 집에서 라면을 끓여 먹어도 충분히 행복한데 괜히 남들 따라 비싼 카페에 가서 에그 베네딕트를 주문하고 있다. 꼭 내가 먹고 싶어서라기보다 남들처럼 보이고 싶어서일 때도 있다. 근데 사실.. 맛이 있는 건 어쩔수 없지..
그러다 보면 하고 싶은 것도 많아진다. 여행도 가고 싶고, 새로운 취미도 시작하고 싶고, 내가 가진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원하는 나를 보게 된다. “이렇게 살아야 멋진 삶이지!”라는 기준이 나의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시선에서 비롯된 것은 아닌지 문득 의문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또 그렇다고 남들의 시선을 완전히 무시하고 살 수는 없다. 사회생활이라는 게 결국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니 말이다. 적당히 맞춰주고 때로는 “있는 척”도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너무 삭막해질지도 모른다. 예를 들어, 돈이 없어도 친구 결혼식에 가면 “너무 힘들어”라는 표정보다는 멀끔하게 차려입고 웃어주는 게 서로를 위한 배려일 때도 있으니까.
이런 고민은 결국 우리 모두가 안고 가는 일상적인 감정 아닐까? 남들의 시선을 완전히 의식하지 않고 살 수도 없고 그렇다고 거기에만 휘둘리며 살 수도 없다. 중요한 건 균형인 것 같다. 나의 진짜 모습과 남들이 보는 모습 사이에서 너무 치우치지 않도록 균형을 잡아가는 것. 그렇게 살다 보면 남의 시선을 신경 쓰는 일도 그 안에서 나만의 행복을 찾는 일도 조금 더 즐거워질지도 모른다.
요즘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문득 깨닫게 된 것이 있다. 나는 남들의 시선을 은근히 즐기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뚱뚱한 몸을 가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예쁜 옷을 입고 거리를 걸을 때 한 번쯤 다른 사람들의 눈길을 받고 싶다는 마음이 스며든다. 인기가 많은 사람은 아니지만 적어도 좋은 사람처럼 보이고 싶고 그래서 자연스럽게 인맥이 넓어졌으면 하는 바람도 든다. 결국, 나도 인정받고 싶고 주목받고 싶고 어딘가에 속해 있고 싶은 건 아닐까? 따뜻한 햇살처럼 사람들의 시선도 마냥 부담스럽기만 한 것은 아니라는 걸 이제야 조금씩 깨닫고 있는 것 같다.
아이러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