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바쁘다

공감

by 글쟁이미소

하루가 어떻게 흘러가는지도 모를 만큼 바쁘게 살아왔다. 해야 할 일은 늘 끝이 없고 시간은 나를 기다려주지 않았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하다 보면 언젠가는 여유가 생기겠지 싶었지만 그런 날은 오지 않았다. 남들보다 더 움직이고 더 애쓰는 것이 익숙해진 지금도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나는 도대체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


언젠가부터 머릿속에 떠오르는 질문이 있다. ‘이렇게 열심히 사는 이유가 뭘까?’ 처음에는 별 고민 없이 대답할 수 있을 것 같았는데 막상 생각해 보면 명확한 답이 없다. 그냥 이렇게 사는 게 당연하다고 여겨졌고 무엇을 원하는지 깊이 들여다볼 틈도 없이 앞만 보고 달려왔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지쳐 있었고 내 안의 갈증이 무엇 때문인지도 모른 채 바쁘게 움직이는 게 습관이 되어버렸다.


그러다 문득 짜증이 밀려왔다. 왜 나만 이렇게 바쁠까, 왜 나만 이렇게 애쓰고 있을까 그런데도 왜 삶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 걸까. 같은 질문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긍정적으로 살면 좋은 일이 생긴다”는 출도 불분명한 말에 스스로를 위로해 보지만 달라지는 건 없었다. 그렇게 제자리걸음만 반복하는 내 모습이 답답하고도 서글펐다. 아무리 긍정적으로 생각해 보아도 달라지는 건 없었다.


그러면서도 막연한 불안감이 스며든다. 혹시 멈추면 텅 빈 기분이 들지는 않을까. 쉼 없이 살아온 나날들이 의미 없어진다면 어떡하지.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이렇게 살아가는 것이 맞는 걸까 하는 의문이 든다. 제2의 삶을 꿈꾸고는 있지만 정작 그 삶이 어떤 모습인지조차 모르겠다는 사실이 나를 더욱 답답하게 만든다.


이제는 생각해 볼 때가 된 것 같다. 앞으로 무엇을 하며 살고 싶은지 어떤 순간에 행복을 느끼는지 나를 진짜 나답게 만드는 것이 무엇인지. 그 답을 쉽게 찾을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고민해 볼 시간은 스스로에게 허락해야 하지 않을까. 바쁨 속에서 길을 잃지 않으려면 나를 위해 잠시라도 걸음을 멈추는 용기가 필요할지도 모른다.


그래서 오늘은 작은 변화를 주기로 했다. 해야 할 일들을 조금 미뤄두고 오랜만에 나를 위한 시간을 가져보려 한다. 미세먼지 가득한 하늘이지만 잠시나마 하늘을 올려다보고 생각 없이 거리를 걸어도 보고 마음이 가는 대로 움직여 보는 것. 어쩌면 그렇게 한 걸음씩 나아가다 보면 어느 순간 내가 찾던 길이 보일지도 모른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있는 척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