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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를 안 한 지 오래된 사람으로서 연예세포라는 것이 사그라들었나 싶었을 즈음, 갑자기 드라마와 애니메이션에 빠지게 되면서 이런 사람이 좋다는 이상형의 사람을 내 안에 그리기 시작했다. 자연스러운 만남을 추구하는 나로서는 이런 매체들을 통해 눈이 점점 높아지면서 지금, 이지경에 이르렀다.
드라마나 영화 속 주인공처럼 운명적인 사랑을 꿈꿔본 적이 없는 사람이 있나 싶을 정도로 대중매체를 통해 우리는 멋진 이성의 모습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우연히 부딪힌 순간에 시작되는 사랑, 눈이 마주치기만 해도 느껴지는 강렬한 끌림, 그리고 온 세상이 둘만의 무대로 변하는 낭만적인 순간들. 그런 이야기를 보며 나도 언젠가는 그런 사랑을 할 수 있을 거라 기대한 적도 있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매우 다르다. 그냥 많이 다르다. 영화처럼 극적인 만남도 드라마처럼 아름다운 고백도 내게는 없었다. 아니, 다른 사람들에게는 전혀 허무맹랑한 내용이 아닐 수 있지만 그냥 나에게는 없는 일이라 '거봐 현실과 다르다니까'라는 말로 스스로를 위로하고 있다. 확실하게 나와는 먼 이야기. 누군가를 만날 기회가 점점 적어지고 만난다고 해도 낯설고 어색한 침묵 속에서 서투른 대화를 이어가거나 마음을 전하지 못한 채 흘려보낸 시간이 더 많았다.
그렇다고 해서 포기한 것은 아니다. 어쩌면 나만의 이야기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흘러가는 걸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정신승리라고 말해도 좋다. 그냥 그러고 싶다. 소멸해 가는 연애세포를 자극하면서 현실적이고 평범한 연애를 하고 싶다. 조금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필요로 하게 될지 모르지만 내게도 언젠가 우연히 시작된 만남이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고 그런 소중한 순간들이 모여 한 편의 이야기가 될 날이 오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어쩌면 중요한 건 내가 그리고 우리가 꿈꾸는 로맨스의 모양이 아니라 그 꿈을 향해 걸어가는 과정일지도 모른다. 작은 기대와 설렘을 품고 또 한 걸음 내딛는 것. 그 자체로 이미 내 삶은 내가 주인공인 한 편의 이야기가 된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드라마 속 주인공처럼 운명적인 사랑을 꿈꾼다. 비록 지금은 그 꿈이 조금 멀게 느껴지더라도 그 꿈이 나를 움직이게 하고 새로운 하루를 기대를 하게 만든다. 언젠가 나의 현실에서도 영화 같은 순간으로 가득 채워질 거라 믿는다.
하지만, 다시 말하지만, 주변에 만날 사람이 없다. 도대체 자연스러운 만남은 어떻게 하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