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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요즘 제일 많이 하는 말 중에 하나가 '아니에요, 괜찮아요' 다. 전혀 괜찮지 않으면서도 정해진 멘트를 꼭 하곤 한다. 다른 사람들도 대화를 하다 보면 종종 '괜찮다'라는 대답을 한다. 익숙한 말이다. 그러나 그 뒤에 숨겨진 진심은 그렇지 않을 때가 많다. '괜찮다'라는 말은 어쩌면 세상에게 보내는 나 자신을 위한 방패일지도 모른다.
괜찮지 않은데도 괜찮다고 말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인 것 같다. 상대방을 불편하게 하고 싶지 않아서, 나의 마음을 솔직히 드러내는 게 두렵고 익숙하지 않아서, 때로는 그냥 나도 나 자신에게 이렇게 말하며 스스로를 위로하고 싶어서. 나를 포장하면서도 본모습을 드러내야 하는 아이러니 속에서 감정의 소용돌이를 안고 최대한 할 수 있는 소소한 사회생활이 '괜찮아'다.
사회생활을 하지 않았다면 이렇게까지 남을 신경 쓰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문득 나는 나 자신을 되돌아보게 된 순간이 있었다. 진짜 괜찮지 않았음에도 내가 '괜찮아요'라고 말해야 할까? 솔직히 말하지 못해 마음에 쌓이는 감정들은 결국 어디로 가는 걸까. 어쩌면 그 감정들은 나도 모르게 조용히 나를 무너뜨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괜찮지 않다고 말하는 연습은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필요한 과정인 것 같다. 아니, 요즘 시대에는 필수인 것 같다. 어른들의 생활방식과 어린 친구들의 사고방식 사이에 끼어있는 중간세대가 겪는 혼돈과 불편함을 해소할 수 있는 표현인 것 같다.
불편하고 어색할지라도 진정한 나의 마음을 이해받고 싶다면 먼저 내가 나의 마음을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언제나 습관처럼 내뱉는 "괜찮아요" 뒤에는 "괜찮지 않다"라고 덧붙이는 연습이 필요하다.
그 단순한 한 마디가 어쩌면 나를 더 솔직하고 더 자유롭게 만들어줄지도 모른다. 이는 나 자신을 소중히 여기는 첫걸음이며 감정을 억누르는 대신 표현하며 진정한 나로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과정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