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알려줄 거야

퍼블리(Publy) 마케팅 웹북 발행기

by 슬기

궁금한 걸 찾고 싶을 때 어디에 검색해야 할까?

나는 구글에 검색한다. 구글링만 잘하면 세상 모든 걸 찾을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만우절 날이었다.

거짓말처럼 google의 g가 회사 로고 genie의 g와 겹쳐 보였다. 일단 인사이트를 얻게 되면 바로 만들어야 했다. 나는 디자인을 할 줄 아니까. 카피도 쓸 줄 아니까. 노래 찾고 싶을 때 goog(앱 아이콘) le

과연 이 아이디어는 통과됐을까?


분명 나는 아침에 생각하고 점심때 제작해서 메일을 보냈다. 어제 상사는 만우절날 소셜에 활용할만한 창의적인 아이템을 도출하라고 이야기했다. 경쟁사와 로고를 바꿔볼까? 재밌고 키치한 아이템을 원했는데 사실 이건 매해 나왔던 아이템이었다. 뭐 좀 재미난 거 없어? 고민해봐. 문제를 던져놓고 난 후 다음날 자리를 비운 상사. 멍하니 모니터를 바라보고 있으니 구글이 내게 답을 건네주었다.


퇴근 3시간 전, 촉박한 마음에 더 기다리지 못하고 메일을 다시 보냈다. 정시 퇴근 30분 전, 내 어깨에 손이 하나 올라왔다.


“아이디어 좋던데 재밌고. 내년에도 다닐 거지? 지금은 너무 늦었어. 내년에 하자.”


아... 툭툭. 그 날은 이상하게 손길을 참을 수 없었다. 퇴근하고 집으로 가지 않고 회사 근처 카페로 향했다. 그리고 <음악 회사 마케터로 일하며 내가 했던 창의적인 삽질들>에 대한 목차를 쓰기 시작했다. 카페 마감시간까지 열심히 쓰고 난 후 일하는 사람들의 콘텐츠 플랫폼 퍼블리(publy)에 기고했다.


된다 안 된다라는 생각도 없었다. 그냥 내 삽질을 어디에다라도 말하고 싶었다. 퍼블리에 올라오지는 못하더라도 목차에 google 아이디어를 적어놓았으니 이걸 검토할 에디터는 한 번쯤 보지 않겠는가. 동기가 조금 우습긴 하지만 사실... <삽질 어디까지 해봤니? 지니뮤직 마케터의 고군분투기> 웹북의 시작은 모두 다 구글 아이콘 하나를 보여주기 위함이었다.


생각해보면 늘 그랬다.

“돈이 없어서 안돼.” “리소스가 없어서 안돼" “다음에 하자" 이렇게 끝나버리는 일들 앞에서 뭐라도 해보고 싶은 마음이 커서 늘 문제를 만들었다. 입사한 이래로 나는 줄곧 직장에서 일을 찾아서 하는 스타일이었다. 안 된다는 말을 너무 많이 들어서 내 열정을 운동으로 돌리기 전까지만 해도 나는 일에 미쳐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일이란 건 사실 내가 만들어 나아가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주어진 일만 했다면 나는 절대 마케팅에 재미를 붙이지 못했을 거고 삽질에 관한 웹북을 발행할 수도 없었을 것이다.

주변 사람들 대부분이 내게 삽질하지 말라고 했지만 나는 일을 좋아했고 그래서 열심히 할 수 있었다. 더 솔직하게 말하자면 나는 콘텐츠 만드는 일을 사랑했다. 콘텐츠의 주제가 세상에 무해한 음악이란 것 또한 좋았다.


『일에 관한 9가지 거짓말』이라는 책에서도 일에는 사랑이 존재하므로 반드시 그 단어를 사용해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거짓말 같지만 사실이다.


우리 스스로 각자 그것을 어떻게 찾을 것인가 호기심을 보여야 한다. 조직이 직원 대신 그것을 찾아줄 수도 규정할 수도 없음을 인정해야 한다. 그것은 오로지 당신만 알 수 있다. 상세히 알려면 당신과 아주 가깝고 당신을 잘 아는 사람이어야 한다. 그 사람은 오직 당신 자신뿐이다. (중략) “나는 저런 특정한 일이 아닌 이런 특정한 일을 좋아한다.”


p 270, 『일에 관한 9가지 거짓말』


나는 글이든 이미지든 음성이든 영상이든 생각을 세상 밖으로 내놓는 걸 좋아했다. 좋은 콘텐츠를 만들어 나누는 일. 이게 바로 내가 생각하는 특정한 일이었다. 5년 동안 현업에서 다양한 마케팅 활동을 했지만 유독 소셜 콘텐츠 마케팅에 더 집중했던 것도 이 때문이었다.


앱/웹에서 오픈되는 온라인 프로모션, 오프라인 캠페인은 사내 디자인 및 개발 리소스, 더 나아가 예산 문제로 엎어지기 쉬웠다. 계획한 시점에 생각한 대로 나오기도 어려웠다. 소셜 콘텐츠는 상대적으로 허들이 덜 했다. 어쨌든 나는 삽질 끝에 디자인과 영상 제작이 가능한 마케터였으니까. 나만 잘하면, 좀 더 열심히 하면 웬만해선 아이디어가 현실화되긴 했다.


어떤 일이든 마찬가지겠지만 뭐든 결과물이 나와야 그 일이 얼마나 가치 있는 일이었는지 판단하기가 용이했다. 그리고 아이디어가 실행될 수 있도록 만드는 추진력은 결국 자기 자신에게서만 나왔다. 얼마나 절실한지, 얼마나 하고 싶은지 삽질은 아마 그런 걸 원하는 사람들에게 어울리는 용어일 것이다.


이 일을 하고 싶긴 한데.. 일 년 후라... 일 년 후에 다시 또 이런 기분을 맛보면 어떡하지? 그때도 난 삽질하고 있으려나? 이미 많이 한 것 같은데? 어떡하지 그럼 나는? 내 아이디어가 세상에 나오기도 전에 또 없어져버리면?


나는 그냥 내 아이디어를 현실화시키고 싶은 마음에 삽질을 외부로 푸기 시작했다. 덕분에 5년 동안 해온 일을 스스로 정리해볼 기회를 갖게 됐고 퇴사도 하게 됐다. 글을 쓰면서 나 자신이 너무 오래 정체돼있었다는 걸 알게 됐다. 어디까지나 손에 쥔 걸 놓아야지 새롭게 뭔가를 시작할 수 있다는 사실 또한 깨달았다. 회사를 나왔다고 해서 인생이 엄청나게 달라지진 않았지만 일단 내 삽질이 세상에 나왔으니 이 또한 의미 있는 일이라 볼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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