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름 동안 공부를 목적으로 약 세 권의 책을 읽었다.
『히트 메이커스』
『제가 한 번 읽어보겠습니다(부제: 잘 팔리는 책들의 비밀) 』
『공부란 무엇인가』
솔직히 처음에 난 내가 잘 터지는 것들의 패턴을 안다고 생각했다. 5년 내내 그 일을 했으니 아무렴 잘 알지 않을까? 무엇이든 10년만 하면 전문가 소리를 듣는다는데 나는 5년 만에 100만 채널을 만들었다. 그것도 쥐꼬리만 한 예산으로.
이렇게 자신했던 내가 낯설게 느껴질 만큼 점점 내 우물은 고갈되어갔다. 스스로도 이제는 진짜 내가 그랬었나 싶을 만큼 과거의 성과가 먼 산처럼 느껴졌다. 아무렴 나는 지금 다시 0으로 돌아가 전혀 다른 것을 전혀 다른 사람에게 팔고 있으니 말이다. 고로 공부는 계속돼야 했다.
프로덕트나 시장에 상관없이 절대적으로 대중에게 먹히는 콘텐츠 비결이 있지 않을까? 이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히트 메이커스』라는 책을 집어 들었다. 약 500p 분량의 이 책은 저널리스트인 저자가 히트 콘텐츠, 히트 브랜드가 어떻게 해서 탄생되는가에 대해 집요하게 탐구한 후 그 나름의 규칙을 찾아 설득력 있게 풀어낸 책이었다.
고전에서부터 이어져오는 모방과 반복의 법칙, 팬심이 만들어내는 창조 능력 같은 패턴 분석은 자동으로 밑줄을 긋게 했다. 언제 누구에게 올 지 모르는 운과 끊임없는 시도만이 히트작을 만든다는 이야기 전개 또한 흥미로웠다.
생각해보면 5년 동안 100만 채널을 만든다는 건 평일 하루에 하나씩 최소 1,250개의 콘텐츠를 세상에 내보내야 가능한 거였다. 많을 때는 하루에 2~3개씩 만들었으니까 평일 평균 하루 2개씩으로 잡고 2,500개 정도의 콘텐츠를 손수 기획하고 만들어 불특정 다수에게 내보인 거였다. 이렇게 해도 단일 조회수 1,000만 회 이상의 콘텐츠는 하나밖에 나오지 못했다. 심지어 이 콘텐츠가 이렇게까지 완전히 잘될 거라고는 올리는 순간에도 예상하지 못했다. 그렇다면 나는 복잡계를 이해하고 있는 것인가. 모르는 것인가.
이 책의 저자는 모르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기상청 날씨처럼 예측하기 어려운 게 히트 콘텐츠인데, 이 세상에 정말로 명료하게 딱 떨어지는 법칙이란 게 있다면 모든 콘텐츠가 히트 콘텐츠가 돼야 할 것이라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예전에도 지금도 쉽게 가는 지름길만 찾으려 하니 아이러니하다며 불확실성 그 자체를 받아들이라 조언했다. 비결을 알고자 책을 손에 든 나 자신이 뜨끔해지는 순간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알려고 노력하는 것은 중요했다. 가령 이런 구절이 있었다.
하나의 도화선이 글로벌 케스케이드가 될 확률이 1퍼센트라고 하자. 그렇다면 기회가 수백 번 주어지면 최소한 서너 번은 성공할 수 있다는 의미가 아니겠는가! 이른바 '창의력 시장'에 내재한 카오스 특성을 치유할 해결책은 존재하지 않으며 오로지 카오스를 이겨내는 불굴의 투지와 끈기만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뿐이다. p307
결국 비결은 삽질에 있는 것일까. 꽤 만족스럽게 책을 완독 한 후 『제가 한 번 읽어보겠습니다(부제: 잘 팔리는 책들의 비밀) 』
를 연달아 읽었다. 다음 달에 나올 내 책이 어떻게 하면 잘 팔릴까? 고민하며 집어 든 책이었다. 도서 시장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니 뭐라도 얻어 볼까 싶어 펼쳤는데 결과적으로 큰 도움이 되진 못했다. 베스트셀러가 되는 이야기들의 구성을 잘 분석해놓은 책이었다. 책을 쓰기 전에 봤다면 좋았겠지만 이미 쓴 후에 봐서 사후 홍보적 관점에서는 얻어갈 게 별로 없었다. 그래도 여기서 말하는 잘 팔리는 책에 부합하는 조건이 내 책과 일치하는 부분이 있긴 했는데 전통적 여성상과는 궤를 달리 한다는 거였다. 재밌게 읽었지만 뚜렷한 방안을 찾지 못한 채 이 책을 덮을 수밖에 없었다.
마지막으로 읽은 건 『공부란 무엇인가』였는데 앞서 두 권의 책을 읽고 나서 내 안에 떠오르는 본질적인 질문에 대해 알려줄 수 있을 것 같았다.
진짜 공부는, 지적 갈증과 허기에 따른 앎에의 욕구가 있어야 비로소 실현되는 것. 누가 시키지 않아도 새로운 인식의 세계로 나아가고자 하는 것이다. p92
책 속에 답이 있는 건 아닐 테지만 나는 내 앞에 놓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매번 책을 보았다. 앞서 경험한 사람의 노하우를 알면 도움이 될 테니까.
문제 해결을 위해 끊임없이 공부해야 하는 것. 어쩌면 마케터의 일이라는 게 다 이런 걸지도 모르겠다. 단순히 툴 다루는 것부터 시작해서 프로덕트 이해, 시장 이해, 뿐만 아니라 복잡계 안에서 먹히는 규칙성이나 원리를 파악하기 위해 부단히 배워나가야 하는 것.
학문에 딱히 뿌리도 없고 직무적인 관점에서 보아도 시장 변화에 따라 너무나 가변적인 업이 마케팅이다. 그래서 더 알려고 노력해야 하는 것 같기도 하다. 알아도 알아도 모르겠으니까.
직장에서 맨날 듣는 말은 이게 왜 떴을까다.
회사 밖에서도 맨날 듣는 말이 어떻게 하면 뜰까다.
뜬다는 것은 무엇인가.
솔직히 이제는 잘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엇인가 계속 알려고 노력하는 사람이 결국 좋은 마케터가 되는 게 아닐까. 인기란 본래 높이 솟구쳤다가도 한순간에 난데없이 사라져 버리는 것이다. 시간 앞에 만고 불변한 히트작도 없다. 오래 화자되는 고전도 당대에는 찬물 취급 받았거나 매 시대 사회 상에 따라 그 히트성이 달라진다. 그렇다면 인기 있는 것들을 만들어내기 위한 마케팅엔 불변의 법칙이 있는가? 없는가?
나는 무엇에서건 하나로 고정되는 건 없다고 보며 어디에나 100 퍼센트 맞는 공식, 법칙 같은 것에 대해 논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아마 사짜일 것이라 생각한다. 시장에는 다양한 변수가 존재하며 오직 거기에 대한 순간순간의 대처만이 살아남을 뿐이다. 더 많이 시도하고 더 많은 대처법이 쌓이면 좀 더 빠르게 히트작에 가까워진다는 것. 그걸 인지하고 나아가는 수밖에 별다른 방법은 없다. 애초에 모른다는 걸 인정해야 알 수도 있고 복잡계의 세상을 이해한다는 건 그런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