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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슬기 Feb 21. 2021

스타트업에 왜 갈까?

스타트업 반년차 마케터의 기록

스타트업으로 이직 후 가장 크게 느낀 건 '변화'였다. 6개월 간 교육 스타트업에서 마케터로 일하며 담당 포지션이 네 번이나 바뀌었다.


코로나로 오프라인 부트캠프가 직격탄을 맞고 온라인 환급 강의 홍보를 맡게 됐다. 오프라인에서 일어나는 손실을 온라인으로 메꿔야 하니 매주 하나씩 상품 상세페이지가 오픈됐다. 사이사이 오프라인 부트캠프가 정상화될 때를 대비해 후기 작업이나 취업률 통계 페이지를 재구축했다. 바쁘게 움직였지만 여전히 코로나는 나아지지 않았다.

 
그렇게 오프라인 신사업으로 넘어가게 됐다. 교육부터 취업까지는 무료, 취업 이후에 연봉의 1%를 받는 ISA(Income Share Agreement) 모델이었다. 떠오르는 신조어 '네카라쿠배'라는 키워드를 타이틀로 가져가며 모객을 성황리에 끝마쳤다. 이제 나는 성인 교육 시장 전체 파이를 키우기 위한 동기 부여 유튜브 채널을 기획하게 됐다.


정리해보자면 오프라인(객단가 400만원)  온라인(객단가 35만원)  신사업(객단가 0원)  유튜브


고작 6개월인데, 참 재밌다. 반년차 스타트업 마케터로서 다이나믹하다는 말밖에 딱히 할 말이 없다.

모든 게 빨리빨리 시작되고 빨리빨리 끝이 난다. 매출은 매일 아침 대시보드로 공유되고 어떻게 하면 잘 팔릴까 바둥거리다 보니 단기간에 몰아서 성장한 기분이다.

솔직히 말해서 나쁘지 않다.

기획부터 실행까지 속도가 빠르다는 것. 그만큼 고객 반응도 빠르게 살펴볼 수 있다는 것. 되는 것인지 안 되는 것인지 빠르게 판가름할 수 있다는 게 스타트업의 장점이라 할 수 있겠다. 지금 당장 성장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있어서 스타트업은 좋은 선택지다.  





어쩌면 애초에 이런 생리를 좋아했던 건지도 모르겠다. 전 회사에서 마케터로 근무하던 당시에도 나는 SNS 마케팅이 제일 재밌었다.

올리자마자 바로바로 반응이 나오기 때문이었다.


내가 담당하던 SNS 채널 페이스북에서는 초당 3~5개의 좋아요를 받지 않으면 히트 콘텐츠가 아니었다. 자고 일어나면 천 개가 넘는 좋아요, 수백 개의 댓글이 달리는 콘텐츠. 이런 건 모두 초 단위로 판가름됐다. 그러니 오분 살펴보고 아닐 것 같으면 또 다른 콘텐츠를 기획하고 제작하는 게 당연했다.


될 것 같은 게 정말로 된다던가, 될 것 같았는데 안 됐을 때 왜일까 궁리하고 카피나 디자인을 변형해서 올려보는 것. 메시지나 구조 자체를 다르게 가져가 보는 것. 나는 이런 테스트가 재밌었다. 재밌어서 오래 하다 보니 습관처럼 몸에 배어버리기도 했다.


예전에는 이런 테스트가 '어떻게 하면 널리 알리고 관심받지'라는 브랜딩 영역에 치중돼있었다면, 지금은 이게 바로 매출로 이어진다는 게 처음 몇 달간 일을 하는 원동력이 되기도 했다.


신규 고객을 유치하는데 드는 마케팅 비용 CAC(Customer Acqusition Cost)가 낮으면 내가 잠재 고객 pain point를 잘 잡았구나, 광고 소재나 상세페이지 메시지를 이렇게 표현하는 게 맞았던 거야. 다음에도 이 홍보 채널을 활용해야겠네. 마케팅 액션 하나하나에 기뻐하던 게 몇 번...


반년 후인 지금, 나는 다시 브랜딩으로 돌아왔다. 요즘 KPI는 어떻게 하면 매출이 당장 나오지 않는 ISA 부트캠프 상품과 유튜브 채널을 울까다.  매출이 곧 생명인 스타트업에서도 중장기적 볼륨을 키우기 위해선 브랜딩을 가져가야 하기 때문이다.


돌아 돌아 다시 제자리 같지만 스타트업으로 이직하지 않았더라면 몰랐을 법한 것들이 많다. 이직한 뒤에 제일 많이 들었던 말이 그래서 거긴 어때? 여긴 어때? 였는데 6개월 다녀보면 확실히 말해볼 수 있을 것 같았고 생각보다 더 재밌는 일이 많았다. 아마 나는 6개월 전으로 다시 돌아간대도 동일한 선택을 하지 않았을까 싶긴 하다.


무엇보다 다양하게 시도해보고 그 과정에서 많이 배웠다는 것. 빠르게 돌아가는 곳에서 짧은 시간 많은 것을 경험해보고 싶다면 스타트업은 매력적인 곳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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