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슬기 Mar 28. 2021

잘 낚는 법

디지털 마케팅 광고에 대하여

수십 년째 강태공인 아빠 밑에서 자라난 나는 가끔 디지털 마케팅이 낚시와 닮아있다고 생각했다.
여기로 오라고 떡밥을 뿌려야 하고,
어느 정도 입질을 기다려야 하며,
적당한 때에 유저를 낚을 줄도 알아야 한다.
잘 끌려오다가도 저항력이 세지면 뜰채를 써서 직접 힘주어 끌어올려야 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운이라는 요소가 상당히 많이 작용한다.

날씨라는 불가항력적인 시장 상황,
메시지를 던지고 기다리고 던지고 기다리고를 반복하는 인내,

몇 발짝 차이 안 나는데 옆자리 포인트는 던지는 족족 물고 내 자리 포인트는 뚜렷한 반응이 오지 않는... 디지털 마케팅은 정말 낚시와 닮아있지 않은가.

그럼 이제 사용자 낚는 마케팅 방법에 대해 얘기해보도록 하겠다.

 



1. 입질은 많이 오는데 고기가 낚이진 않는다. (=광고로 유입은 잘 되는데 구매 전환이 일어나지 않는다.)


유사 상품 카테고리의 평균 LAC(Lead Acquisition Cost)가 20%라고 가정해보자. 내가 맡은 상품이 평균 20%보다 %가 낮으면 당연히 동일한 비용으로도 더 많은 고객을 끌어온다는 걸 의미한다. 이를 위해서는 광고 크리를 아주 매력적이게 잘 던져야 한다.



어떻게 하면 광고 크리를 매력적으로 잘 만들 수 있을까? 소셜에서 뭐가 잘되는지 열심히 보고 그걸 잘 접목시키면 된다. 오가닉을 잘하는 사람들이 보통 크리도 잘 만드는데 무슨 카피를 어떻게 써야 할지 본능적으로 알기 때문이다. 모르겠으면 유튜브 썸네일 많이 보자. 그러면 알게 될 것이다.


만약에 광고를 이미 활발히 돌리고 있는데 이게 효율적인지 잘 모르겠다면 다음과 같은 방법을 써보는 것도 좋다. 중구난방으로 크리를 만들어서 뭐가 잘되나 추이를 보기보다는 고객 Pain point를 먼저 찾는다. 못 찾겠으면 최근 두세 달 동안 제일 돈이 많이 탔고 그럼에도 과금 폭이 크게 오르지 않은 크리를 찾아보자. 노출량이 많아질수록 클릭 당 과금은 높아질 수밖에 없는데, 장기간 변동 폭이 적으면 당연히 이 크리가 베스트 크리다.


그 후에는 다른 크리들보다 베스트 크리가 잘된 이유가 메시지 때문인지 어조 때문인지 디자인 가독성 때문인지 분석해봐야 한다. 분석이 끝났으면 유사 카테고리 내 다른 상품에도 비슷한 크리를 만들어보고 가설을 확신으로 바꿔나가야 한다. 유사 상품 군에서 자동화 가능한 크리 디자인 가이드를 세워보는 것도 좋다. 낚시터마다 입질이 잘 오는 포인트가 다르듯 그게 그 마켓에 잘 맞는 포인트일 테니까.
 



그런데 여기서 문제.


입질은 아주 많이 오는데 다 그냥 툭툭 건드리고 가버린다. 도무지 고기를 낚을 수가 없다.
이 경우 LAC가 낮아서 문제인 것이다. LAC 만큼이나 CAC(Customer Acquisition Cost)가 같이 낮지 않다면 유입되는 고객에 허수가 많다는 것이고 이건 대개 다음과 같은 경우 때문이다.

 

1) 크리와 랜딩 되는 상세페이지 간의 연결관계가 떨어지거나

 2) 프로덕트 자체가 고객이 기대한 것만큼 매력적이지 않거나


이제 여러분은 매력적인 광고 크리에 어울리게 상세 페이지를 바꾸거나 프로덕트 자체에 엣지를 발견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건 너무나 가벼운 노트북이에요, LG 그램.> <4주 만에 이렇게 바뀔 수 있어요, 쥬비스 다이어트>처럼 날카롭고 분명하게.



2. 힘겨루기 할 땐 줄이 끊어지지 않게끔 여러 번 당겨야 한다.(=끊임없는 리타겟팅이 곧 전환으로 이어진다)
 

그렇다면 CAC(Customer Acquisition Cost)를 낮추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솔직히 LAC가 낮고 랜딩 될 때 보이는 프로덕트도 좋으면 이런 걱정 안 해도 되는데... 우리가 맡게 되는 건 그저 그런 상품이 많을 테니까 열심히 엣지를 찾거나 리타겟팅을 해야 한다.


일단 한번 관심 가진 고객을 붙잡으려 할 땐 힘겨루기를 할 수밖에 없다. 줄을 당기고 쉬었다가 또 당기고 쉬었다가를 반복하다 뭍 가까이 다가오면 뜰채로 거둬들이는 낚시처럼 특정 타깃에게 지속적으로 상품을 노출시켜야 한다.


A라는 상품의 광고 크리 A-1을 본 고객에게 A-2, A-3의 광고 크리를 만들어서 리타겟팅 광고를 내보내는 것이다. 실제로 나는 쿠팡에게 놀란 적이 많다. 내가 봤던 상품을 끝끝내 보여줘서 결국은 사게 만들어버리기 때문이다. 면 마스크를 보고 있으면 면 마스크를, 커피 원두를 보고 있으면 커피 원두를 배너광고 보여주고 푸시광고로 보여준다.


잊어버리고 있다가 추후에 다른 물품 사려고 들어가면 일전에 본 상품의 할인가가 가장 먼저 뜨기도 한다. 관련해서 유사 품목 또한 지속적으로 롤링되며 참 여러 방식으로 끌어당긴다 생각하며 결국엔 사버리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런데 말이다.

만약 여러분의 상품이 무형의 콘텐츠라면, 위와 같이 리타겟팅을 열심히 했는데도 전환이 발생하지 않는다면, 브릿지 페이지로 랜딩 되는 광고를 해보면 어떨까?


카카오페이지에서는 룰렛 이벤트(=브릿지 페이지)로 랜딩 되는 앱 푸시를 자주 보낸다. 유효기한이 오늘까지인 캐시를 룰렛 형태로 넣어주는 것이다. 푸시 빈도가 높으니 경품가(캐시 가격)는 작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 작은 캐시를 기간 안에 사용하려고 얼마간의 콘텐츠를 본다. 캐시를 다 쓰고 난 후에는  내가 본 콘텐츠의 다음 편이 궁금해서 결제 버튼을 누르기 마련이고. 맛보기 상품이나 화장품 샘플을 견주어보면 이해하기 쉽겠다. 이처럼 상품 전체를 좋아지게 하기 어렵다면 광고를 브릿지 페이지로 랜딩 되게 하고 프리뷰 콘텐츠를 잘 만드는 게 좋을 것이다.


어쨌든 유형의 상품을 팔든 무형의 콘텐츠를 팔든 전환은 한 번이라도 우리 상품을 본 고객 대상으로 홍보를 해야 CAC 가 낮아질 수 있다. 물론 가장 좋은건 리타겟팅까지 갈 것 없이 좀만 알려도 잘 팔리는 상품이다.  


 




사실 난 아빠가 낚시 가는 걸 좋아하지 않았다. 낚시터에 있느라 집에 잘 들어오지도 않고, 돌아와도 문제였다. 물고기에겐 이지가 없다지만 아이스박스 안에 눈 뜨고 죽은 고기들을 보면 섬뜩할 때가 많았다. 그렇다고 내가 또 물고기를 잡지 말자 주장하는 사람은 아니었다. 활어회와 선도 높은 스시라면  지금도 군침이 먼저 도니 말이다.  


마찬가지로 몸 담고 있는 업종 특성상 광고에 주력하고 있고,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노력도 하지만  페이스북, 구글 광고 데이터만 맹신하는 사람들을 별로 좋아하진 않는다. 일전에 어느 마케팅 모임에서 이런 소리를 들은 적이 있다.


 "퍼포먼스 마케터요? 그분들은 하는 게 없어요. 그냥 껐다 켰다만 하는 사람들이잖아요. 콘텐츠는 우리가 다 만들고. 실제로 저희 회사에서 그 부서는 금방 사라졌어요."


웃으면서 들었지만 일정 부분 동의하는 바라 웃음이 났던 것 같다. 데이터를 볼 줄 아는 마케터라며 숫자에만 함몰되는 사람들을 많이 보았기 때문이다. 어쩌다 CAC가 낮으면 광고를 효율적으로 잘 돌렸다 하고 어쩌다 CAC가 높아지면 경쟁사 상품이 더 매력적이라서 그래요, 고객이 이걸 원하지 않나 봐요. 구구단 외듯 정형화된 말을 하며 어떠한 통찰도 내놓지 못했다.

광고는 프로덕트를 알리는 수단일 뿐인데 본질은 보지 못하고 나무만 쫓는 격이랄까. 언젠가 Adblock 시대가 오면 지금의 광고 생태계 또한 많이 달라질 테다.


생각하기에 데이터를 읽는다는 것은 이미 만들어진걸 잘 보여주라고 읽는 게 아니라 고객의 현재 관심사, 그들의 needs를 지금보다 더 잘 이해하기 위해 읽는 것이다. 그러니  사용자를 락인하고 싶고 상품을 팔리게 하고 싶다면, 고객이 어떤 메시지에 반응하는지 우리 프로덕트는 그들에게 필요하다 말할 수 있는지, 있다면 어떻게 보여줘야 할지 고민해야 할 것이다. 베테랑 낚시꾼들이 때마다 이 포인트 저 포인트 찾아다니는 게 괜히 그런 게 아니다. 아무렴 잘 된다는 포인트만 열심히 찾아가도 허탕치고 돌아오는 게 낚시라는 것이니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